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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에 우리는 왜 열광하나

등록 2022-08-08 11:31수정 2022-08-09 02:33

다큐영화 ‘뱅크시’ 11일 개봉
동료 아티스트 등 증언 통해
파격적 행보의 의미 등 짚어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11일 개봉하는 영화 <뱅크시>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뱅크시의 작품과 퍼포먼스는 반달리즘(문화유산, 예술품, 공공시설 등을 파괴·훼손하는 행위)의 성격을 지닌 게릴라 아트로 불린다. 선보이는 작품마다 전쟁, 기아, 난민, 환경, 국가권력 등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의식을 담아낸다. 뱅크시라는 이름은 현대 문화예술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아이콘이 되었다.

영화는 익명 뒤에 숨어서 불법 그라피티를 작업하다가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놓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아티스트 뱅크시의 업적을 차근차근 되짚는다. 그의 작품이 지닌 문화사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그가 어떤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작업해왔는지를 동료 아티스트들과 저널리스트, 작가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마치 사건을 증언하듯 들려준다.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출발한 뱅크시는 영국 브리스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스프레이를 들고 창작욕을 불태우던 1990년대 당시 영국 사회는 정치적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대처 총리의 강압적인 인두세 추진으로 촉발된 정권의 몰락, 그라피티 집단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 도시 곳곳에서 번져나간 시위와 투쟁은 뱅크시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기틀이었다.

뱅크시의 작업은 길거리 예술인 그라피티의 형식미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것을 추구했고 글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텐실 작업 방식을 도입했다. 프랑스의 스텐실 아티스트 블레크 르 라의 작업에서 영향을 받은 뱅크시는 유인원, 쥐, 경찰관, 소녀 등 억압과 자유를 표현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뱅크시의 행보는 늘 충격의 연속이었다. 브리스틀의 담벼락에서 벗어나 작업 공간을 전세계로 확장한 그는 제도권에 대한 반발심을 강조했다. 후원자와 미술관 없이도 아티스트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상업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2003년 논란이 됐던 전시회 ‘터프 워’에서는 살아 있는 동물의 피부에 프린팅을 해서 전시했다. 뱅크시는 뉴욕, 런던, 파리의 미술관에 몰래 잠입해 명화와 유물 사이에 자신의 작업물을 집어넣었다. 미술관의 보안 체계가 뚫렸고, 관람객들은 뱅크시의 작업을 진짜 전시물로 오인했다. 영화는 그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시킨 팔레스타인의 콘크리트 장벽 그라피티 작업, 2017년 베들레헴에 설치했던 세계 최악의 전망을 가진 ‘월드 오프 호텔’ 프로젝트 과정 등을 상세하게 담았다.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뱅크시>는 현대미술의 허를 찌르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활약상을 톺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뱅크시의 업적에 관한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2018년 소더비 경매 행사장에서 있었던 ‘셀프 파쇄’ 사건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풍선과 소녀>가 86만달러라는 거액에 낙찰되자 경매장 액자에 내장되어 있던 파쇄기가 작동했다. 그의 작업물에 86만달러라는 가치가 매겨지던 그 순간에 휴지 조각처럼 찢겨나갔다. 뱅크시는 이 특수액자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엄청난 부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미술품의 가치를 흥정하는 자리에 대한 조롱 섞인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파쇄기가 내장된 액자에 매달려 반쯤 잘려나간 <풍선과 소녀>는 현재 두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뭘까. 뱅크시는 자본과 권력이 만들어내는 폭력의 부당함을 마을 벽면에 그려 넣고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들을 조롱한다. 그가 추구하는 작품 관람 방식은 길거리에서 누구나, 특히 저소득층 사람들이 자유롭게 무료로 접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우리가 왜 뱅크시에 열광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지를 절로 깨닫게 된다.

김현수 전 <씨네21> 기자·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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