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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조실록에 남은 ‘소현세자 의문사’…잘 빠진 스릴러 사극으로

등록 2022-11-21 07:00수정 2022-11-21 14:37

23일 개봉 ‘올빼미’ 극장가 구원투수 예고
영화 <올빼미> 스틸컷. 뉴 제공
영화 <올빼미> 스틸컷. 뉴 제공

<블랙 팬서>를 비롯해 기대작들이 맥을 못 추며 코로나 이후 잠시 반짝했던 극장가의 활기가 썰물처럼 빠지고 있는 요즘 구원투수가 등장한 걸까? 오랜만에 잘 빠진 스릴러 사극이 23일 개봉한다. 인조실록의 한 문장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뻗어간 <올빼미>다.

‘세자는 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올빼미>는 병자호란 뒤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직후 의문사한 소현세자의 죽음에 대한 실록의 묘사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소현세자의 부인인 강빈을 인조가 지독하게 미워했고 결국 누명을 씌워 죽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연결한다. 이 연결의 매개가 영화적 상상으로 태어난 맹인 침술사 경수다.

영화 &lt;올빼미&gt; 스틸컷. 뉴 제공
영화 <올빼미> 스틸컷. 뉴 제공

빛이 있으면 볼 수 없고 어두워지면 흐릿하게나마 사물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경수(류준열)는 동네 의원에서 일하다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궁의 내의원 침술사로 들어간다. 경수는 내의원에서 아픈 동생의 약값을 벌기 위해 밤에도 보지 못하는 소경 행세를 하면서 점차 침술 실력을 인정받는다. 어느 날 밤 그는 소현세자가 독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이를 알리면 자신이 밤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궁에서 쫓겨나게 될 곤경에 처한다.

<올빼미>는 밤에 볼 수 있는 올빼미의 눈을 가진 경수가 자신이 처한 이중의 곤경, 즉 밤에는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상황, 그리고 이를 숨기면서 세자의 살인자를 밝혀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경수를 따라가며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켜나간다.

영화 &lt;올빼미&gt; 스틸컷. 뉴 제공
영화 <올빼미> 스틸컷. 뉴 제공

경수는 소경이라는 이유로 후궁의 침소에도 드나들며 침을 놓는다. 영화는 어둠 속에서 후궁의 벗은 몸을 보며 침을 놓을 때 경수의 눈빛과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순간까지 포착해 긴장의 끈을 당긴다. 이처럼 주맹증이라는 설정은 영화가 긴장의 끈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때로 웃음까지 이끌어내는 데 적절하게 쓰인다. 어둠과 침묵, 그리고 미세한 경수의 움직임만으로 관객의 숨을 멈추게 하는 연출력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다.

주맹증이라는 원작 대본의 요소를 가져와 이야기의 얼개를 만든 안태진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왕의 남자>(2005)의 조연출을 한 뒤 17년간의 준비가 무색하지 않게 완성도 있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앞서 두가지 역사적 사실 외에 인조가 소현세자 사망 4년 뒤 학질로 죽었다는 사실까지 영화적으로 꼼꼼히 꿰맞추면서 자칫 어둡게 끝날 수 있는 결말의 개연성 있는 해피 엔딩을 억지스럽지 않게 찾아낸 것도 상업영화로서 높게 평가할 지점이다. 참, 그리고 제목은 <올빼미>다. ‘부엉이’ 아니고. 극장 가서 부엉이 찾지 말자.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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