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경영일선 복귀 강우석 감독
지난해 5월 강우석 감독은 “감독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히고 자신이 최대주주인 영화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랬던 강 감독이 1년반 만에 시네마서비스에 돌아왔다. 최근 투자한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이사 3명이 사퇴하면서 강 감독이 경영 일선에 다시 선 것이다. 시네마서비스는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쇼박스와 함께 국내 투자·배급판의 3대 축을 이룬다. 특히 후발 재벌자본인 다른 두 회사와는 달리 기존 영화판 출신 영화전문인들이 주축이다. 〈실미도〉와 〈왕의 남자〉로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지난 13일 강 감독을 만나 경영 계획과 그가 보는 한국 영화판 상황을 들어봤다. 강 감독은 겉으로는 화려한 한국 영화판이 실은 ‘거품’ 현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네마서비스의 힘은 남이 안하는 영화를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신중하게 제작하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승부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강우석 감독
관객·투자자 모두 잃을 수도
곧 시장논리따라 구조조정될 것
작품선택 직접 꼼꼼히 챙기겠다 -다시 돌아온 까닭은 뭔가? =시네마 서비스의 부진은 영화계 전체 위기와 맞물려 있다. 예전 벤처붐처럼 영화계에 거품이 끼어있다. (지난해말부터) 신중하지 못한 자본들이 영화판에 줄줄이 우회상장으로 들어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매출을 올려야 하니까 편수 늘리기에 급급했다. 따라서 광고비 등이 상승했다. 결국 편당 수익률이 하락해 웬만한 제작자들은 거의 다 울상이다. 이러다가는 관객도 투자자도 모두 잃는다. -한국 영화 개봉 편수가 2003년 65편에서 지난해 83편으로, 올해는 11월 말 현재 100편을 넘겼을 만큼 늘었다. 겉으로는 성장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제작편수뿐만 아니라 극장도 과잉이다. 스크린 수도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은 좋아졌지만 제작사들이 돈을 번 것은 아니다. 점유율이 높아진 것도 영화 품질이 진짜 좋아서는 아니다. 이걸 근거로 스크린쿼터를 줄여놓았으니 황당한 일이다. 한류의 힘도 빠지고 있다. 스타가 나온다길래 일본 쪽에서 사갔는데 막상 작품이 영 아닌 거다. 더디더라도 스타가 아니라 작품 위주로 안정적인 배급의 길을 뚫었어야 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시장 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이 될 거다. 힘든 시기가 오기 전에 스스로 거품을 빼야한다. 멜로 영화도 제작진이 미숙하니까 100회씩 찍는다. 내가 무슨 〈벤허〉 찍냐고 그랬다. 영화 질이 안좋으면 어차피 안 되는 건데 광고비를 쏟아부어서 이겨보려 한다. 시네마서비스도 장인들이 모여서 영화를 만드는 집단이 돼야지 대기업을 좇아가선 안된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벌이고 있는 단체협상이 체결되면 거품 빼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시네마서비스 영화들이 올해 부진했던 이유는? =솔직히 올해 내놓은 작품을 보면 만들 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다. 배급 편수 늘리기 경쟁에 휘말린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경우에는 배신당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의리 때문에 기회를 줬을 땐 실패를 많이 했다. 요즘에는 안 될 게 뻔한 건 못하게 막는다. 앞으로는 큰 영화는 내가 직접 선택·관리하되 작은 규모는 젊은 직원들에게 맡겨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내년 계획은? 직접 연출하는 작품도 나오나?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영화가 중심이 된다. 장윤현 감독 〈황진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 등 12~15편을 투자·배급할 예정이다. 나는 몸 풀고 가볍게 임할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해볼까한다. 〈투캅스〉 같은 것으로.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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