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것과 살아있음
안슬기 ‘나의 노래는’ 가와세 ‘너를 보내는 숲’
작지만 특별한 영화 두편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영화 <나의 노래는>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면서 방학 때마다 영화를 찍는 안슬기 감독이 <다섯은 너무 많아>에 이어 두번째로 발표한 장편영화다. 흑백필름에 담긴 영화의 갈피마다에는 청춘을 향한 ‘안 선생님’의 연민과 애정이 가득 배어 있다. 스무살 청년 희철(신현호)의 직업은 분식집 배달원. 자기밖에 모르는 주정뱅이 아버지는 잊을만 하면 집에 들어오는 난봉꾼이고, 뒷수발이 지겨운 할머니는 집을 나가 버린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그는 동갑내기 대학생 연주(민세연)의 제안으로 영화를 찍게 된다. 유일하게 컬러로 표현되는 극중 영화의 세상은 희철의 꿈이 실현되는 곳이다. 제작비 1500만원, 스태프 20여명, 13번만의 촬영으로 끝낸 소품이지만, 특유의 재치와 따뜻한 시각으로 상처받기 쉬운 스무살의 감수성을 감싸안는다.
2007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너를 보내는 숲>은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논하는 철학적인 영화다. 양로원에서 일하게 된 마치코(오노 마치코)는 33년 전 세상을 뜬 아내를 잊지 못하는 치매노인 시게키(우다 시게키)를 만난다. 영화는 아내의 무덤을 찾아 떠나는 시게키의 소풍길에 마치코가 동행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감독은 온통 초록색 뿐인 숲과 논과 밭을 롱테이크로 비추며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집요하게 묻는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다른 작품을 상영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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