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티드’
매트릭스 넘어선 액션·못미친 반전
워쇼스키 경쟁자 삼아 모방·진화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오는 26일 개봉하는 <원티드>는 이렇게 묻게 만드는 영화다. <원티드>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가 성취한 액션 영상 미학의 상투를 잡아채 한 계단 끌어올리고 있다. 총기와 자동차, 기차와 전철을 이용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온갖 새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총알과 총알이 부딪치고, 자동차가 공중제비를 돈다. 러시아 최초의 흥행작으로 유명한 <나이트 워치>의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는 할리우드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가 자신의 영화적 스승이자 경쟁자임을 숨기지 않는다. 감독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찬사는 <매트릭스>를 뛰어넘는 영상 미학을 선보였다는 말일 것이다. <매트릭스>는 극단적인 ‘느린 화면’으로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쳤다. 총알과 총알이 부딪치는 <원티드>의 총알 격돌 장면은 날아가는 총알을 순간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매트릭스>의 뒤를 잇는 것이고, 장애물을 비켜 목표물을 맞히는 ‘총알 바나나킥’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원티드>의 슈퍼영웅 웨슬리(제임스 매커보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시간을 정지 혹은 지연시켜 순간을 잡아내도록 훈련받는다. <매트릭스>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에 지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원티드>에서는 스토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웨슬리는 달리는 열차 위에서 건물 안의 표적을 향해 총알을 날릴 수 있게 된다. 베크맘베토프가 회심의 미소를 지을 장면은 더 있다. 영화의 첫 액션 장면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그는 워쇼스키 형제가 <스피드 레이서>의 그린 스크린에서 시도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자동차 공중제비’를 멋지게 만들어 낸다. <매트릭스>에 바치는 오마주인지 모방인지 헷갈리는 장면도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웨슬리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가 초고층 빌딩의 유리를 깨고 옆 건물로 이동하는 장면이나, 터널을 통과하기 직전 열차 위의 폭스(앤절리나 졸리)가 상반신을 뒤로 젖히는 장면은 <매트릭스>의 유명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스토리의 유장함은 <매트릭스>에 미치지 못한다.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고, 여자친구마저 친구에게 빼앗긴 한심한 샐러리맨 웨슬리의 몸속에, 수백년을 이어온 지하 암살조직 ‘프래터니티’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폭스의 도움으로 웨슬리가 최정예 요원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다.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정말 구원자가 맞는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고, 장자적 세계관(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으로 내용을 곱씹게 만드는 <매트릭스>에 견줘, <원티드>가 숨기고 있는 반전은 단순한 편이다. <툼 레이더>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로 여전사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앤절리나 졸리의 절제된 카리스마는 한껏 물이 올랐고, <어톤먼트>와 <페넬로피>로 세계의 여심을 흔들었던 ‘로맨틱 가이’ 제임스 매커보이는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울퉁불퉁한 몸을 선보인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워쇼스키 경쟁자 삼아 모방·진화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오는 26일 개봉하는 <원티드>는 이렇게 묻게 만드는 영화다. <원티드>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가 성취한 액션 영상 미학의 상투를 잡아채 한 계단 끌어올리고 있다. 총기와 자동차, 기차와 전철을 이용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온갖 새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총알과 총알이 부딪치고, 자동차가 공중제비를 돈다. 러시아 최초의 흥행작으로 유명한 <나이트 워치>의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는 할리우드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가 자신의 영화적 스승이자 경쟁자임을 숨기지 않는다. 감독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찬사는 <매트릭스>를 뛰어넘는 영상 미학을 선보였다는 말일 것이다. <매트릭스>는 극단적인 ‘느린 화면’으로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쳤다. 총알과 총알이 부딪치는 <원티드>의 총알 격돌 장면은 날아가는 총알을 순간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매트릭스>의 뒤를 잇는 것이고, 장애물을 비켜 목표물을 맞히는 ‘총알 바나나킥’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원티드>의 슈퍼영웅 웨슬리(제임스 매커보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시간을 정지 혹은 지연시켜 순간을 잡아내도록 훈련받는다. <매트릭스>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에 지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원티드>에서는 스토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웨슬리는 달리는 열차 위에서 건물 안의 표적을 향해 총알을 날릴 수 있게 된다. 베크맘베토프가 회심의 미소를 지을 장면은 더 있다. 영화의 첫 액션 장면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그는 워쇼스키 형제가 <스피드 레이서>의 그린 스크린에서 시도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자동차 공중제비’를 멋지게 만들어 낸다. <매트릭스>에 바치는 오마주인지 모방인지 헷갈리는 장면도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웨슬리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가 초고층 빌딩의 유리를 깨고 옆 건물로 이동하는 장면이나, 터널을 통과하기 직전 열차 위의 폭스(앤절리나 졸리)가 상반신을 뒤로 젖히는 장면은 <매트릭스>의 유명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스토리의 유장함은 <매트릭스>에 미치지 못한다.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고, 여자친구마저 친구에게 빼앗긴 한심한 샐러리맨 웨슬리의 몸속에, 수백년을 이어온 지하 암살조직 ‘프래터니티’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폭스의 도움으로 웨슬리가 최정예 요원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다.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정말 구원자가 맞는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고, 장자적 세계관(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으로 내용을 곱씹게 만드는 <매트릭스>에 견줘, <원티드>가 숨기고 있는 반전은 단순한 편이다. <툼 레이더>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로 여전사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앤절리나 졸리의 절제된 카리스마는 한껏 물이 올랐고, <어톤먼트>와 <페넬로피>로 세계의 여심을 흔들었던 ‘로맨틱 가이’ 제임스 매커보이는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울퉁불퉁한 몸을 선보인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