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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망나니 슈퍼영웅 ‘소통’을 깨닫다

등록 2008-06-29 17:58수정 2008-06-29 19:34

이번주 세계 동시 개봉 ‘핸콕’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여자의 다리에 손을 뻗는 슈퍼영웅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고주망태가 된 상태에서 ‘음주비행’을 하다 도로표지판을 부수고, 이착륙 때마다 도로를 망가뜨리기까지 한다면? 7월2일 세계 동시 개봉하는 영화 <핸콕>의 주인공 핸콕(윌 스미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애스홀’(asshole)이다. 핸콕에게 이 말을 뱉었을 경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곤욕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범죄자라면 자동차에 탄 채로 수백 미터 높이의 첨탑에 거꾸로 처박힐 것이며, 어린아이라면 하늘나라 여행을 다녀와야 할 것이다.

기존 관념 뒤집어…‘세계경찰 자임’ 미국의 자화상 겹쳐져

■ 망나니 슈퍼영웅의 개과천선기

핸콕의 직업은 로스앤젤레스의 슈퍼영웅이다.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온갖 범죄와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게 그의 일이다. 기차와 그가 부딪치면 오히려 기차가 파손되고, 아무런 동력장치 없이 혼자 비행할 수 있으니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서 왔고, 왜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문제는 시민들이 핸콕의 존재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좋은 일을 해도 별로 고마워하는 사람이 없다. 다 죽어가는 사람을 애써 구해놓아도 도로를 망가뜨렸다고 비난할 뿐이다. 핸콕이 점점 술에 의지하게 되고,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게 된 배경이다. 그럴수록 시민들의 지탄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핸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홍보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먼)를 만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핸콕의 마음을 알고 있는 레이는 핸콕의 이미지 개선 작업에 착수하고, 레이의 아내 메리(샬리즈 시어런)를 통해 핸콕이 지닌 비밀의 실타래가 하나 둘 풀려간다.

■ 반영웅의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다

<킹덤> <베리 배드 씽>의 피터 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핸콕>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갈린다. 새롭고 재미있다는 쪽과 이것도 슈퍼영웅물이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영화 중반 이후 드라마가 강조되기 때문에 시종일관 때려부수는 슈퍼영웅물을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

핸콕의 성격과 이미지는 정확히 기존 슈퍼영웅의 반대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만그만한 슈퍼영웅물에 지겨워하는 대중들의 기호가 반영된 것이다. 정의의 사도들이었던 1세대 슈퍼영웅(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을 넘어, 자아성찰과 고민을 안고 있는 2세대 슈퍼영웅(헐크, 아이언맨)까지 등장한 마당에 더 새로운 슈퍼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핸콕> 제작진은 기존 슈퍼영웅을 거꾸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거꾸로 보면 모든 사물이 새롭게 보이는 법. 옳은 일을 한답시고 자동차와 도로쯤은 때려부숴도 된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이 보이고, 공익을 위한다는 허울 속에 개인적 분풀이를 하곤 했던 이기심이 보인다. ‘세계 경찰’을 자임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 놀이를 벌이는 미국의 자화상도 겹쳐진다.

핸콕이 레이를 통해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은 자신이 아무리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묵살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를 강행한 이명박 대통령도 ‘레이’를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소니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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