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학교 이티> 주연 김수로
“너…쇠고기…촛불…” 애드리브에 폭소
“너…쇠고기…촛불…” 애드리브에 폭소
올 추석에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 코미디 영화 <울학교 이티>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담임 교사 천성근 역의 김수로가 가출한 학생을 붙잡아 권투체육관에 맡긴다. 툭하면 싸움질 하는 문제아지만, 주먹 하나만은 “강남 최고”이기 때문이다. 친구인 체육관 관장이 그 대가로 쇠고기를 사달라고 하자, 김수로는 “너… 쇠고기… 시청앞 10만 촛불… 유모차…”라고 들릴듯 말듯 한 애드리브를 날린다. 귀밝은 관객들은 어김없이 폭소를 터뜨린다.
‘애드리브의 황제’ 김수로(38)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직접 들어보니, 그의 유머는 쉽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는 “상황에 정확히 맞는 호흡, 그리고 무엇보다 반전을 일으키는 어휘 구사력이 중요하다”며 “내 유머는 분석과 공부, 고민과 고통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동하는 차안에서나 집에서 쉴 때도 늘 책을 끼고 산다. 주로 역사나 미술사 등 지식과 어휘에 도움이 되는 책을 즐겨 읽는 편이다.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감성적인 소설도 좋아하고, 자서전 류도 좋아한다.
그는 요즘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의 인기 코너 ‘패밀리가 떴다’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주가를 한층 올리고 있다. “영화 포기하고 편하게 가려는 전략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편하게 가려고 마음 먹었다면, ‘꼭지점 댄스’로 행사만 다녔어도 50억원은 벌었을 거예요. 한국 영화 시장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대중과 접촉 기회가 갑자기 줄어들었잖아요. 탈출구를 찾던 차에 섭외가 들어왔죠. 안 그래도 영화 홍보할 때만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스스로 좀 비열하다고 느끼고 있었거든요.” 섭외가 들어온 오락 프로는 모두 4편이었는데 그 중 1편만을 골랐다. 멘토인 강제규 감독과 상의했더니, “2편 이상 나가면 영화계에서 ‘이제 영화 그만두고 예능으로 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의 교육 현실에 대한 풍자가 날카로운 <울학교 이티>는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강남 학부모들의 치맛바람 앞에 교사는 파리 목숨이고, 국·영·수 외의 다른 과목은 모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10년째 체육교사로 일해온 천성근은 그 천덕꾸러기의 표상이다. 학부모들은 체육시간을 줄이고 영어시간을 늘리라며 학교에 압력을 넣는다. 해고 위기에 놓였던 천성근은 학창시절 은사였던 교장(이한위) 덕에 영어교사로 학교에 남아있을 수 있게 된다. 김수로는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 교육의 서글픈 자화상에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다”며 “영화를 본 어느 네티즌이 ‘이 영화는 엠비 정권이 꼭 봐야 한다’고 적어놓았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체육교사 천성근이 영어교사로 변신하는 과정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똑똑하지만 버릇없는 요즘 학생들과 담임 교사 천성근이 연대감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난한 학생이든 부잣집 아들이든, 전교 1등이든, 꼴찌든 상관없이 저마다 상처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왜, 어떻게 ‘천덕꾸러기’ 천성근의 편이 되어가는지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저는 영화제 행사에 나가지 않아요. 다른 배우들 하고 같이 서 있으면 왠지 제가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서요. 코미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올라갔을 때 영화제에도 가고 싶어요. 그러려면 코미디도 명작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영화가 코미디 명작으로 가는 다리 구실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11일 개봉.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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