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5’ 이번엔 우리를 주목하세요
토종 공포영화의 맥을 되살린 <여고괴담> 시리즈가 올해로 10돌을 맞았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여고괴담5-동반자살>은 제목이 직설적으로 제시하듯 ‘동반 자살’을 소재로 삼고 있다. 단짝 친구 4명이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그중 하나만 죽어 귀신이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 여부를 떠나 <여고괴담>은 명실상부한 주연급 여배우들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김민선, 김옥빈, 박예진, 박진희, 박한별, 송지효, 차예련 등 이름을 열거하기도 벅찬 별들이 이 ‘무서운 학교’를 거쳐갔다. <여고괴담5>로 스타 탄생을 예고한 주연 두 사람을 16일 한겨레신문사 5층 하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제가 소이에요-손은서
1박2일 오디션? 전쟁이 따로 없었죠
“어릴 때 난생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가 <여고괴담>이었어요. 엄청 무서웠거든요. 그런 제가 <여고괴담> 시리즈 주연을 맡게 되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 거 있죠.”
어느덧 10년이다. 이제 ‘여고괴담’이란 이름에는 세월의 더께에다 거쳐간 여배우들의 이름값까지 더해져 무게감이 상당하다. <여고괴담 5>에서 소이 역을 맡은 배우 손은서는 “처음엔 모든 게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이번 영화가 <여고괴담4> 이후 4년 만이래요. 제작이 쉽지 않았다는 거죠. 이번에 잘돼야 나중에 <여고괴담6>을 만들 테고, 그래야 지금 저 같은 신인 여배우가 나설 공간이 또 생길 텐데 말이죠.” 사실 이런 부담감조차 ‘복’일지도 모른다. 무려 1109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그다. 시에프로 얼굴을 알린 그가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디딤돌이 또 있을까? “17명 가운데 최종 5명을 뽑는 1박 2일 오디션은 정말 지옥 같았어요. 연기, 견학, 장기자랑, 등산, 체육대회까지 강행군에 지칠 대로 지쳤는데, 밥 먹기 직전 오디션 대본을 나눠주더라고요. 밥이 제대로 안 넘어갔다니까요. 옆에선 밥 안 먹고 연습하는 사람도 있고. 완전 전쟁이 따로 없었죠.” 최종 합격 뒤 힘겨운 경쟁이 끝났나 싶었는데,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서 또다른 경쟁이 시작됐다. “분노를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유진(오연서)의 연기를 보며 굉장한 자극을 받았어요. 사실 유진 역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가장 욕심난 배역이었거든요.” 선의의 경쟁 속에 또래 여배우들은 쑥쑥 성장해갔다. 이들 ‘신입생’에 대한 ‘졸업생’의 관심도 상당하다. 박진희, 박예진,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 등 전작 출연 배우들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든 선배님들이 큰 힘이 돼주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강희 선배님을 가장 좋아해요. 절제된 슬픔이 담긴 연기가 참 좋았거든요. 여고괴담 선후배들이 모두 모이는 ‘동문회’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제가 유진이에요-오연서
재도전 성공! 노력한 보상이라 여길래요
오연서는 나이에 비해 의젓하고 여유 있다. 깎듯하게 행동하는 그에게선 자기 일에 대한 애정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엿보인다. <여고괴담5>의 제작진도 그걸 보았으리라.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경험한 ‘중고 신인’이 여릿한 몸속에 품고 있는 ‘단단한 무엇’을.
“남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로선 상당한 발전이에요. 단역부터 시작해서 한발 한발 밟아왔으니까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물기를 머금은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중3이었던 2002년, 전혜빈 등과 함께 했던 댄스그룹 러브(LUV)가 실패했을 때, “다 포기하고 고향(경남 창녕)에 내려가 버릴까 고민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자존심도 상하고, 이대로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는 오연서는 안양예고에 진학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학업도 연기도 잘 안 풀리던 시절이었다. 2005년 <여고괴담4>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으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효주 언니”가 낙방 동기생이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 정작 자신은 <여고괴담3>을 보다가 영화관을 뛰쳐나갔을 정도로 겁이 많지만 여배우의 등용문인 ‘여고괴담’에 꼭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 “시키는 건 뭐든 악착같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까” 여고괴담은 그의 재도전을 받아줬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자 또래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의 소유자이며, ‘동반 자살’ 음모의 비밀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유진 역. 미묘한 심리 변화를 동반하는 난해한 배역을 소화한 그의 연기는 합격점을 받았다.
“펼칠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책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오연서. “천재 위에 노력하는 사람 있고, 노력하는 사람 위에 즐기는 사람 있다”는 변형된 공자님 말씀에 이어 “저는 천재가 아니라 노력을 열심히 하지만 언젠가 즐기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보는 사람들도 더 행복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그는 말했다. ‘무서운’ 신인이 나타났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가 소이에요-손은서
어느덧 10년이다. 이제 ‘여고괴담’이란 이름에는 세월의 더께에다 거쳐간 여배우들의 이름값까지 더해져 무게감이 상당하다. <여고괴담 5>에서 소이 역을 맡은 배우 손은서는 “처음엔 모든 게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이번 영화가 <여고괴담4> 이후 4년 만이래요. 제작이 쉽지 않았다는 거죠. 이번에 잘돼야 나중에 <여고괴담6>을 만들 테고, 그래야 지금 저 같은 신인 여배우가 나설 공간이 또 생길 텐데 말이죠.” 사실 이런 부담감조차 ‘복’일지도 모른다. 무려 1109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그다. 시에프로 얼굴을 알린 그가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디딤돌이 또 있을까? “17명 가운데 최종 5명을 뽑는 1박 2일 오디션은 정말 지옥 같았어요. 연기, 견학, 장기자랑, 등산, 체육대회까지 강행군에 지칠 대로 지쳤는데, 밥 먹기 직전 오디션 대본을 나눠주더라고요. 밥이 제대로 안 넘어갔다니까요. 옆에선 밥 안 먹고 연습하는 사람도 있고. 완전 전쟁이 따로 없었죠.” 최종 합격 뒤 힘겨운 경쟁이 끝났나 싶었는데,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서 또다른 경쟁이 시작됐다. “분노를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유진(오연서)의 연기를 보며 굉장한 자극을 받았어요. 사실 유진 역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가장 욕심난 배역이었거든요.” 선의의 경쟁 속에 또래 여배우들은 쑥쑥 성장해갔다. 이들 ‘신입생’에 대한 ‘졸업생’의 관심도 상당하다. 박진희, 박예진,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 등 전작 출연 배우들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든 선배님들이 큰 힘이 돼주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강희 선배님을 가장 좋아해요. 절제된 슬픔이 담긴 연기가 참 좋았거든요. 여고괴담 선후배들이 모두 모이는 ‘동문회’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제가 유진이에요-오연서
제가 유진이에요-오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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