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말 1천만 덮친다
29일만에 940만 관람…5번째 ‘천만 관객’ 눈앞
‘전세대 공감’ 비결…한국형 가족영화 새 가능성
‘전세대 공감’ 비결…한국형 가족영화 새 가능성
영화 <해운대>가 이번주 말을 고비로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천만 영화’가 탄생하는 것은 2006년 <괴물> 이후 3년 만이다. <해운대> 투자·배급사인 씨제이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이)는 개봉 29일째인 19일까지 이 영화를 본 관객이 946만명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해운대>는 늦어도 일요일인 23일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괴물>(1301만), <왕의 남자>(1230만),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실미도>(1108만)에 이어 다섯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이면서도 천만 영화가 하나도 없었던 씨제이는 <해운대>를 통해 전사적인 숙원을 풀게 됐다.
■ 한국형 가족 블록버스터가 뜬다
<해운대>는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의 첫 흥행을 일궜을 뿐만 아니라, 가족 영화의 시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가지고 있는 흥행 전략을 충실히 따라간 상업영화의 전범으로서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화사 보경사 심보경 대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속성은 결국 가족들이 함께 보는 가족 영화”라며 “<괴물>에 이어 정말 제대로 된 가족 영화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실미도>나 <왕의 남자> 같은 어른들의 영화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가 흥행하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흔치 않다”며 “<해운대>는 애들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세대가 만족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모든 걸 잘 배치해 공감을 끌어냈다”고 칭찬했다. <추격자> <작전>을 제작한 영화사 비단길 김수진 대표는 “스케일이 큰 재난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말고는 전세계적으로 시도된 적이 거의 없었다”며 “<해운대>는 할리우드 대작이 주는 재미와 감동, 쾌감과 스케일을 모두 다 만족시켜주는 영화로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타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잘 만들면 어느 시기에 걸어도 관객이 든다는 걸 확인했다”며 “이제 한국 영화가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불황 탓 가벼운 영화 잇단 흥행
싼값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불황에 더 잘되는 ‘불황 산업’이다. 올여름 영화 시장이 이례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배경에도 불황이라는 요소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는 “<7급공무원>이나 <과속스캔들> <국가대표> <해운대> 등 오락성 영화들이 더 잘되고 의미 지향성 영화는 힘들어지는 분위기”라며 “불황이 장기화하니까 진지하고 피곤한 내용보다는 더 가볍고 오락성 있는 영화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 영화 시장도 할리우드처럼 상업영화 기획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천만 영화가 4편 있었지만 처음부터 대박 흥행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해운대>가 처음”이라며 “다른 영화들은 시대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터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영화가 감독들의 이름값에 지나치게 치우친 감이 있었는데 올 들어 <거북이 달린다> <해운대> <국가대표> 등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영화들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영화의 중심이 몇몇 감독에서 산업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 영화산업 다시 기지개 켜나 2006년 <괴물>이 역대 최고인 1301만명을 기록한 뒤 3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은 최악의 뉴스만 잇따르던 한국 영화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유진 대표는 “한국 영화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 같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며 “규모가 큰 영화들의 투자가 잘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보경 대표도 “큰 영화들이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산업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고 그것이 내년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쏠림 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영화 시장이 거대 배급사에서 밀어내는 큰 영화로 집중되면서 나머지 영화들이 소외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시환 영화평론가는 “30억~40억원대의 중소 규모 영화들이 활발히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해운대’ 사진 시제이엔터네인먼트 제공.
■ 영화산업 다시 기지개 켜나 2006년 <괴물>이 역대 최고인 1301만명을 기록한 뒤 3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은 최악의 뉴스만 잇따르던 한국 영화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유진 대표는 “한국 영화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 같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며 “규모가 큰 영화들의 투자가 잘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보경 대표도 “큰 영화들이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산업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고 그것이 내년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쏠림 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영화 시장이 거대 배급사에서 밀어내는 큰 영화로 집중되면서 나머지 영화들이 소외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시환 영화평론가는 “30억~40억원대의 중소 규모 영화들이 활발히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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