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
에릭 로메르 감독 별세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사진) 감독이 11일 사망했다고 그의 지인들이 밝혔다. 향년 89. 지인들은 최근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가 이날 숨을 거뒀다고 전했으나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1969) 등 ‘도덕 이야기’ 연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감독인 동시에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 등을 지낸 저명한 영화평론가였다. 장 뤽 고다르나 프랑수아 트뤼포 같은 다른 누벨바그 감독에 비해 뒤늦게 알려졌지만, 로메르는 ‘최후의 누벨바그’라고 불리며 2007년까지 신작을 발표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파스칼의 철학 이야기가 넘쳐났던 <모드…>에서 나타나 듯, 그는 남녀의 가벼운 사랑 줄다리기 같은 일상을 그리면서도 사람의 ‘마음’과 깊이있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데 뛰어난 감독이었다. <녹색광선> 등 ‘희극과 격언’ 시리즈, <겨울 이야기> 등 계절 연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해변의 폴린>으로 198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86년 <녹색광선>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등을 받았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영감을 줄 위대한 작가”라며 “클래식하면서도 로맨틱하며, 가벼우면서도 심각하고, 센티멘털하면서도 도덕주의적인 ‘로메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그를 기렸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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