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영화들 매너리즘에 빠졌다” 지난 9일 한국방송의 ‘KBS 독립영화관’이 200회 고지를 밟았다. 평균시청률이 2% 남짓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일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6일부터 3주에 걸쳐 ‘200회 특집 다큐 잔치’를 벌인다. 이 뜻깊은 잔치의 주인장, 이관형(38·1994년 입사) 프로듀서를 만났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2002년 초~2004년 초 ‘독립영화관’ 프로듀서를 맡았고, 지난해 말 다시 복귀했다. 또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동시에 하는 ‘KBS 프리미어’ 시리즈 처럼 새로운 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만큼 ‘독립영화관’에 애착도 각별했다. 16일부터 3주간 ‘특집다큐’
“신인감독들 실험자세 변치말고
기성감독들 독립영화 관심갖길” “2001년 11월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독립 영화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단편영화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리고 단편 독립영화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중·장편 독립 영화들도 소개하기 위해 이름을 ‘KBS 독립영화관’으로 바꿨지만, 애초 기획 의도는 그대로 이어받았다.” ‘KBS 독립영화관’은 지난 4년 동안 기획의도에 맞춰 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생들은 물론 일반 대학·대학원 영화과 재학생 등 신인감독들의 독립·실험·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소개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1년에 100여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고, 틈틈히 외국의 의미있는 작품들도 방영했다. 하지만 ‘독립영화관’이 토대를 다지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독립영화들은 매너리즘에 빠졌다. 이 프로듀서는 “‘독립영화관’ 초반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영화들이 많아 작품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선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며 “매년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500여편의 독립영화 가운데 눈에 띄게 독창적인 작품은 이제 20여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외국 작품의 비중을 늘일 수 밖에 없게 됐고, 현재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소개 비율은 단편 7:3, 장편 5:5 수준이다.
이 프로듀서는 한국의 신인 감독들에 대한 애정어린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최근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들을 보면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하기는 하지만, 기성 상업영화의 기본 틀을 좇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신인 감독들이라면, 무슨 메시지를 담아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길 바란다.” 끝으로 기성 감독들에게 덧붙이는 한마디. “심의때문에 방영하지는 못했지만 박찬욱 감독의 독립영화 <심판>이 기억에 남는다. 기성 감독들이 자기 활력을 찾고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독립영화를 만드는 데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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