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희
아버지가 북송시킨 오빠들 얘기
조카 선화 중심으로 10년간 기록
“가족들에게 피해 안가길 바란다”
조카 선화 중심으로 10년간 기록
“가족들에게 피해 안가길 바란다”
다큐영화 ‘굿바이 평양’
재일동포 감독 양영희
“나와 조카 선화는 처지가 아주 닮았어요. 나는 재일동포 2세, 조카는 북송동포 2세. 만일 내가 선화라면 어땠을까, 그게 영화의 출발이었어요.”
1995~2006년 평양을 10여차례 드나들며 조카를 중심으로 북송가족의 일상사를 기록한 <굿바이 평양>의 양영희(47) 감독은 둘째오빠의 막내딸 선화를 자기 분신이랬다. “찍은 이야기보다 가슴에 묻은 이야기가 더 많고, 찍은 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왜 아니겠는가. 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열혈활동가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조국’으로 보내진 세 명의 오빠와 가족 이야기이고 지금도 그들은 평양에서 살고 있기 때문. <디어 평양>(2006)이 빌미 되어 북한으로부터 입국금지자가 된 마당이라 더 그렇다. 전작은 주로 아버지가 소재.
“20대엔 아버지와 같이 밥도 안 먹었어요. 왜 오빠들을 북한에 보냈느냐고 원망하면서요. 30대가 돼서 카메라를 대고 물었죠. 후회하지 않느냐고. ‘닥쳐’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후회는 않지만 안 보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당시는 북한이 잘될 것을 기대했다. 젊은 날의 판단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대답이 문제가 됐죠.”
이번 작품은 평양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쉬쉬하느니 아예 가족을 유명하게 만들면 북한에서 쉽게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희망사항’이다. 영화 속 선화는 3~4살 때 옹알이로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을 말하는 데서 시작해 민감한 화제가 나오면 카메라를 끄라는 여고생을 거쳐 고모한테 영문편지를 쓰는 김일성대 대학생이 되어 있다.
“평양 인민대극장 앞이었어요. 대화가 기록되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가슴 아팠어요. 몇해 동안 내 카메라에 찍히면서 맘고생이 얼마나 컸을까. 껐죠. 그 뒤 한 시간을 얘기했나? 영화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용은 자신이 해외에서 본 영화, 연극, 콘서트 이야기다. 양 감독은 검정 바탕에 흰 활자로 대화를 요약정리해 별것 아님을 말한다. 실질적인 대화를 할 때는 카메라를 끈 탓에 영화 속 선화 가족과 양 감독의 대화는 빈껍데기다. 선화와 함께 간 외국인 전용 호텔 식당 장면도 마찬가지. “주문하라니 아이가 망설여요. 시키고 후회하면 어떡하느냐고요. 삼계탕, 떡볶이, 피자 등 모두 생소한 음식이라 그림이 안 떠오르는 거죠. 경험 않고 후회하느니보다 경험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말해줬어요.” 양 감독은 “통일되거나, 자유왕래하면 북한 사람들이 남한인, 일본인 아래서 일할 게 뻔하니 조카는 살아남을 수 있게 미리 준비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조카가 영문학부에 진학한 것은 고모 영향이지 않을까 추정했다. 선화도 양 감독처럼 정체성 고민을 할까? “물론 하겠죠.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데 만날 때마다 듣도 보도 못한 얘기를 들려주며 자극하니 불쾌할 수 있잖아요. 원래 감추고 사는 게 익숙하고 2006년 마지막으로 봤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언제일지 모르지만 함께 술 마시면서 속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는 “시사회에 주인공 선화가 왔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기사 때문에 가족한테 피해가 될까 걱정된다고 해주세요. 사실 영화에서 평양의 가족들이 한 말은 별게 없잖아요. 문제가 있다면 양 감독이죠.” 3월3일 개봉.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평양 인민대극장 앞이었어요. 대화가 기록되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가슴 아팠어요. 몇해 동안 내 카메라에 찍히면서 맘고생이 얼마나 컸을까. 껐죠. 그 뒤 한 시간을 얘기했나? 영화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용은 자신이 해외에서 본 영화, 연극, 콘서트 이야기다. 양 감독은 검정 바탕에 흰 활자로 대화를 요약정리해 별것 아님을 말한다. 실질적인 대화를 할 때는 카메라를 끈 탓에 영화 속 선화 가족과 양 감독의 대화는 빈껍데기다. 선화와 함께 간 외국인 전용 호텔 식당 장면도 마찬가지. “주문하라니 아이가 망설여요. 시키고 후회하면 어떡하느냐고요. 삼계탕, 떡볶이, 피자 등 모두 생소한 음식이라 그림이 안 떠오르는 거죠. 경험 않고 후회하느니보다 경험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말해줬어요.” 양 감독은 “통일되거나, 자유왕래하면 북한 사람들이 남한인, 일본인 아래서 일할 게 뻔하니 조카는 살아남을 수 있게 미리 준비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조카가 영문학부에 진학한 것은 고모 영향이지 않을까 추정했다. 선화도 양 감독처럼 정체성 고민을 할까? “물론 하겠죠.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데 만날 때마다 듣도 보도 못한 얘기를 들려주며 자극하니 불쾌할 수 있잖아요. 원래 감추고 사는 게 익숙하고 2006년 마지막으로 봤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언제일지 모르지만 함께 술 마시면서 속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는 “시사회에 주인공 선화가 왔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기사 때문에 가족한테 피해가 될까 걱정된다고 해주세요. 사실 영화에서 평양의 가족들이 한 말은 별게 없잖아요. 문제가 있다면 양 감독이죠.” 3월3일 개봉.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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