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니멀타운’ 전규환 감독
영화 ‘애니멀타운’ 전규환 감독
“테크닉보다 주제의식에 집중”
“테크닉보다 주제의식에 집중”
주인공과 감독의 시선이 똑같다. 한 사람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으니 그럴 만하다. 무엇보다 관객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애니멀 타운>은 인간한테 서식지를 빼앗긴 동물, 자본의 힘에 밀려난 아웃사이더의 시각에서 본 도시 이야기다. 전규환 감독 역시 식당, 편의점, 일식집, 옷장사 등을 거쳐 영화판으로 흘러온 비주류다.
“대부분 감독들이 대기업 돈을 투자 받기 위해 자본을 유혹하는 작품을 만듭니다. 또 20, 30대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관객들의 취향에 목표를 맞추지요. 소위 독립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에 편중돼 있고 그나마 성장기 학생들의 정신적 방황 등 소재가 편중돼 있어요. 이해는 하지만 수십년째 그렇다는 건 좀….”
10일 개봉을 앞둔 <애니멀 타운>은 아동성애자와 그한테 피해를 당한 인쇄업자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대결을 그린 게 아니라 뜻하지 않게 피해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모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는 최대한 절제돼 있고, 배경음이 없다. 긴장감 없이 지루하다, 촌스럽다는 일부 평도 있다.
“저도 테크닉 다 부릴 줄 알아요. 배우들도 연기하고 싶어하죠. 그건 상업영화에서 하라고 하죠. 제가 만든 ‘타운 시리즈’는 그걸 얼마나 빼고 가느냐가 열쇠였어요. 주제보다 영화기술이나 주인공 배우가 주목받아서는 안 된다고 본 거죠. 그러니 스태프와 늘 부닥쳤죠. 심지어 촬영감독이 못 찍겠다며 카메라를 놓기도 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남들은 자꾸 손가락을 본다는 거다. 관객들이 그러한 것은 그렇게 길들여진 탓이고 그 바탕에는 영화판의 모순이 있다고 본다.
“이창동 감독님의 <시>가 10만 정도 들었던가요?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만 20만 관객이 들었어요. 거기서는 영화 광고를 하지 못하게 돼 있어요. 영화 외적인 요인, 예컨대 광고에 의해 관객이 들고, 관객 수로 영화가 평가되는 걸 막자는 취지죠. 부자가 만든 거나 가난한 이가 만든 거나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하면서 영화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거죠. 우리나라요? 돈이 안 되겠다 싶으면 아침, 저녁 한두 차례 틀다가 내리고 말죠. 좋은 시간대에는 아주 상업적인 영화가 점령합니다.”
그는 꽃미남의 로맨틱 코미디, 고교생 아이돌스타의 ‘요상한’ 춤과 노래가 한류의 대표 행세를 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했다. 그것을 만들고 있는 거대 연예기획사의 뺨을 때려주고 싶다고도 했다.
“정치권력은 바뀔 수 있어요.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고, 요즘 아랍권에서도 바람이 불고 있지요. 하지만 자본권력은 안 그래요. 비리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가 제대로 처벌받는 거 봤어요? 문제는 영화, 음악 등 문화영역도 그런 자본에 종속돼 있다는 거죠.”
그러나 어쩌랴. 영화는 돈으로 만들고 입장료는 관객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걸. “이런 영화로는 돈 못 번다는 거 알아요. 제 능력의 한계이기도 하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영화는 마약처럼 계속하고 싶은걸.” 서울에서 마석으로 밀려났다는 그는 빚이 수억이라고 했다. 그래도 해외로만 돌던 그의 작품이 국내 상영 기회를 잡았다는 것에서 희망을 본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도 그랬단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그러나 어쩌랴. 영화는 돈으로 만들고 입장료는 관객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걸. “이런 영화로는 돈 못 번다는 거 알아요. 제 능력의 한계이기도 하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영화는 마약처럼 계속하고 싶은걸.” 서울에서 마석으로 밀려났다는 그는 빚이 수억이라고 했다. 그래도 해외로만 돌던 그의 작품이 국내 상영 기회를 잡았다는 것에서 희망을 본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도 그랬단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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