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규 피에로 공연단장
영화 ‘7광구’ 괴물 대역 맡은 전현규 피에로 공연단장
15㎏ 장비 차고 열연 ‘진땀’
상대역 위해 포악하려 노력
15㎏ 장비 차고 열연 ‘진땀’
상대역 위해 포악하려 노력
영화 <7광구>의 괴물 안엔 ‘어릿광대’가 숨어 있다. 영화에서 괴물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 달려들지만, 그 속엔 꼬마들이 몰려들면 훅, 훅 바람을 불어 풍선도 만들어주는 피에로가 웃음을 짓고 있다.
‘키다리 피에로’ 공연과 이벤트 행사를 하는 ‘어릿광대 퍼포먼스’의 전현규(23) 단장. 단원들과 술집이라도 가면 “다들 키도 작고, 어려 보여 나이부터 검사를 당한다”는 그들에게 어릿광대는 딱 어울릴 만한 이름이다. 전 단장도 키가 170㎝가 조금 못 되는데, 이 앳된 사람이 <7광구>에서 무시무시한 괴물 대역을 맡았다.
그는 키가 3m까지 높아지는 아슬아슬한 장비 위에서, 온몸을 녹색 특수효과 복장으로 감싼 채 ‘괴물’ 역을 했다. 제작진은 ‘그린맨’으로 불린 그의 움직임을 기초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통해 영화 속 진짜 괴물을 완성했다. 배우들이 괴물과 눈을 맞추고 연기하도록 돕는 것은 그의 중요한 임무다. 하지원과 안성기 등은 실제론 괴물의 눈이 아니라, ‘전현규의 눈’과 맞서 싸운 것이다.
지난 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 단장은 “철제로 된 괴물 머리랑, 길게 늘어진 괴물 팔 등을 달고 있었는데, 무게가 총 15㎏은 됐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여름에 촬영했는데 쫙 달라붙는 옷이어서 더웠던 것이 힘들었고, 안성기씨가 괴물에게 화염방사기로 불을 쏠 때 너무 뜨거웠다”며 웃었다.
“유명 배우들과 같이한다는 게 처음엔 긴장되고 설레기도 했죠. 제가 무섭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상대 배우들을 위해 포악한 괴물이 되도록 노력했어요.”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괴물이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려 할 때 괴물의 심정이 어떠할지 느낄 수 있었다”는 그는 “영화를 보면서 ‘괴물 안에 내가 있는데’ 생각하니 좀 뿌듯했다”고 했다.
지금도 마음속에 꿈틀대는 그의 꿈은 연기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 극단에도 들어갔던 그는 수차례 연예계 오디션을 봤지만 받아준 곳이 없었다. 스무 살 때 놀이공원 공연단 문도 두드렸지만, “넌 키가 작아 인형 탈을 뒤집어쓰는 것밖에 못하겠다”는 말만 듣고 돌아섰다.
그즈음 택한 것이 키다리 피에로 공연팀이었다. ‘키다리 장비’ 위에서 그는 누구보다 컸고, “관객들이 환호하고, 박수 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비 정도의 돈만 들고 따로 독립해 단원을 5명까지 늘린 그는 한달에 한번씩 거리 무료 공연도 한다.
“지금은 우리 공연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요. 기회가 되면 저도 괴물 모습이나, 피에로 분장을 지우고 내 진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CG에 가려 영화에서 단 한장면도 볼 수 없었던 괴물 속 ‘어릿광대’의 바람이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7광구> 전현규 단장은 키가 3m까지 높아지는 아슬아슬한 장비 위에서, 온몸을 녹색 특수효과 복장으로 감싼 채 ‘괴물’ 역을 했다.
“지금은 우리 공연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요. 기회가 되면 저도 괴물 모습이나, 피에로 분장을 지우고 내 진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CG에 가려 영화에서 단 한장면도 볼 수 없었던 괴물 속 ‘어릿광대’의 바람이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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