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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배심원 앞 연기할때 긴장
법률용어 ‘입 액션’ 힘들었죠”

등록 2011-09-25 19:42

하정우(33)
하정우(33)
29일 개봉 ‘의뢰인’의 하정우
영화 찍으며 틈틈이 그림
세번째 개인전 ‘호평’

하정우(33)는 외국여행 할 때 입국신고서 직업란에 종종 ‘화가’라고 적는다.

“뛰어난 재능과 표현력을 지닌 재목”이란 원로화가 김흥수 화백의 덕담을 들었던 그는 2003년부터 그림을 그렸다. “내 그림이 좀 ‘팝아트’적이어서…” 그는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을 주로 쓴다. 대상의 특징을 단순화하거나 과장되게 부각시키는 표현기법을 즐긴다.

“배우가 연기를 통해 다 뿜어내는 것 같지만, 연기는 누가 더 감정을 절제하느냐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는 나의 색과 정제되지 않은 나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 어렵죠. 감정에 대한 검증과 검증, 절제의 절제가 필요하죠. 그래서 뭔가 덜 해소한 듯한 느낌이 남는데, 캔버스에선 다 쏟아낼 수 있어요. 아니다 싶으면 태우고 찢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림을 그릴 땐 색깔과 표현이 더 과감해지죠.”

그는 “심신이 피로하거나 우울할 때 그림을 그리는데 또다른 수면을 취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영화를 찍을 때도 화구 세트를 들고가 틈틈이 그림을 그린다. “주변에서 살인청부업자를 했던 <황해>를 촬영할 땐 그림도 거칠고 색이 더 강렬했다고 하더군요. 배역이 무겁지 않을 땐 그림도 밝고 유머러스하다고 하고요.”

하정우는 지난 3월 그림 연작인 ‘삐에로 시리즈’로 서울과 대구에서 자신의 세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경쾌한 표현으로 광대의 본성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이 보인다”고 평했다. 바로 이 ‘삐에로 시리즈’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법정영화 <의뢰인>(감독 손영성)을 촬영하면서 그렸던 그림들이다. 그림의 채도가 밝아졌듯 그의 배역도 전작의 무거움을 덜어내는 변화가 생겼다.

하정우가 그린 ‘삐에로 시리즈’ 연작 중 하나.
하정우가 그린 ‘삐에로 시리즈’ 연작 중 하나.
<의뢰인>은 아내를 죽인 혐의로 붙잡힌 한철민(장혁)의 유죄를 정황증거만으로 입증하려는 검사(박희순)와 승산 없는 사건을 맡아 뒤집으려는 변호사(하정우)의 법정싸움을 그린다.

최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반전이란 스릴러적 재미가 있어 이 영화를 택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초·중반 다소 처지는 영화의 빈틈을 상쇄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의 묘미도 재밌지만
박희순·장혁 연기가 진국”

‘변호사 강성희’는 하정우란 배우의 몸을 투과하면서 승부사적 기질을 가졌으면서도 능청스러운 인물이 됐다. 이를테면 그는 관객이 인지하든 못 하든, 엘리베이터 버튼도 ‘상·하 버튼’ 2개를 다 누르는 디테일 연기를 통해 건들거리는 인물의 속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하정우가 변호사를 맡았다? 진중하고 무겁게 이끌어가겠지’란 관객의 생각과 다르게 캐릭터의 반전을 주고 싶었죠. 시나리오보다 위트 있으면서 좀더 가벼운 인물로 만들었죠. 전형적인 변호사가 아닌 인물의 의외성을 찾으려고 했어요.”

<추격자> <황해>로 각인된 묵직한 이미지와 달리, 이 영화에선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 희극을 주로 했고, 찰리 채플린을 좋아했던 그의 능글맞은 연기가 툭툭 튀어나온다. 그러면서도 변론의 논리성을 보여줘야 하는 변호사 연기의 톤 조절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그는 “이제부터 셋을 세면 (법정) 출입문으로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들어올 겁니다”란 최후변론을 통해 관객들도 그 문을 주시할 수밖에 없도록 이끈다.

길바닥을 헤매며 몸을 혹사시킨 이전 작품들의 배역과 비교하면 대사도 많고 법정용어까지 있어 “입 액션이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법정의 배심원들이 관객 같아 연극무대에 서는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처음으로 변호사 역을 선택한 것도 법정에서의 연극적 진행이 오랜만에 나 자신을 훈련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정우는 “영화의 미학은 재미”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주는 반전의 묘미보다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박)희순이 형, (장)혁이 형 등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나오는 시간이 가장 길었던 영화”라는 그는 조폭 두목 역을 맡은 <범죄와의 전쟁>(내년 초 개봉)의 촬영을 지난 7월 마쳤다. 지금은 공효진과 함께 로맨틱코미디 <러브픽션>을 찍고 있다.

에너지가 고갈될 법도 한데, “10월 말 <러브픽션> 촬영이 끝나면 15~17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속초까지 자전거로 이동한 뒤, 속초에서 부산까지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걷는 국토대장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말 끝에 그는 휴대전화로 찍은 자신의 그림 한점을 보여줬다. 강렬한 원색으로 그려진 그의 자화상 같은 얼굴이 웃고 있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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