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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완득이보다 제가 더 반항아예요

등록 2011-10-16 20:23수정 2011-10-16 21:50

‘완득이’ 주인공 유아인
장애 아버지 외국인 엄마 둔
완득이의 상처·고뇌에 동감
연기 위해 고교 1년때 자퇴
뻔하지 않은 배우 되고싶어
-글쓰기를 좋아한다죠?

“글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 ‘시인’이란 시를 썼는데, ‘시인은 광인이란 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뭐 이렇게 시작해요.”

-광인…?

“감수성 넘치는 사람이 외부의 시선에 감수성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거죠.”

누군가는 그의 저 감수성을 ‘허세’로 대체한 뒤, ‘배우 유아인’을 들여다볼 여지를 닫는다. 케이블방송에 나와 반말 섞인 말투 등을 보였던 파편적인 모습들을 ‘싸가지 없음’으로 뭉뚱그리는 것이다.

“그런 말들 동의해요. 그런 부분이 저에게 있어서겠죠. 하지만 그렇게만 보는 건 못마땅해요. 누구도 한가지 모습만 있지 않거든요. 제 안에 상반된 모습도 있고. 또 제가 그렇게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의 솔직한 언행은 때론 ‘젊은 친구의 반항’이란 시선과 맞닿기도 한다. 연기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한 그의 ‘선택’까지 이 이미지에 포개버린다.

“우리 세대를 너무 미화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하지 않은 시스템, 매너리즘에 대해 뭔가 말하면 ‘치기 어린 반항이다, 반기 든다, 너희는 잘 몰라’라고 하죠. 이런 생각도 해요.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하는 쪽은 늘 아이들, 청춘들이어야만 하는가? 얼마 전 제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죠. ‘영호남을 가르고 남북을 가르고 좌우 색깔로 세상을 갈라놓은 게 애들인가?’”


그는 사실 ‘겉멋’이란 것도 “내가 추구하는 세련됨은 아니다”라고 했다.

“예쁜 사람이 예쁜 척하지 않을 때 더 예뻐보이고, 권위 있는 사람이 권위를 내려놓을 때 권위가 주어지는 것처럼,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을 때 더 멋있다는 게 제 생각이죠.”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규칙성, 패턴이 보이지 않는, 뭘 할지 뻔히 보이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택한 영화 <완득이>(감독 이한·20일 개봉)는 유아인(25)에 대한 여러 이미지의 막을 걷어내고 오롯이 ‘배우 유아인’으로 다시 보게 하는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걸오앓이’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끈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후속작으로, 폼잡는 남자가 아닌 ‘불쌍한 완득이’라니.

-다음엔 이런 걸 택하겠지란 규칙성을 깨셨군.

“배신과 배반의 즐거움?(웃음)”

유아인(25)
유아인(25)
<완득이>는 김려령 작가가 쓴 같은 제목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옥탑방에 사는 완득이는 곱사등이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성적이 밑바닥인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얌마 도완득’으로 부르며 간섭하는 담임 선생님 ‘똥주’(김윤석)를 죽여달라고까지 기도하지만 이주노동자를 위해 애쓰는 그를 보고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없는 줄 알았던 엄마까지 나타난 완득이는 살아갈 희망을 품어본다.

지난 14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당시 외국 기자들이 눈물을 훔칠 정도로 따뜻함이 묻어난다. 영화 내내 유쾌한 웃음도 흘러 다문화, 교육, 소외된 이웃 등의 문제를 담은 영화의 그릇이 무겁지 않다.

-이 작품, 뭐가 끌렸죠?

“완득이의 조숙함. 자기도 모른 채 조숙하게 된 완득이가 슬퍼 보였어요. 가난, 장애인 아버지, 외국여성 엄마…. 엄청난 고통과 슬픔, 고뇌를 겪으면서 저렇게 조숙하게 된 거죠.”

최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완득이는 내 학창시절과 부합된 친구”라고 말했다.

“난 학교를 그만두고, 얘는 그만두지 않은 소심한 반항아이긴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서 나와 동일시되는 인물이었죠. 그런데 완득이는 착해요. 엄마를 처음 보고도 화내지 않고 ‘한국말 잘하시네요. 라면 드세요’라고 하잖아요.”

유아인은 “각을 잡았던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 문재신’보다 완득이가 나에겐 훨씬 편하고 자유로웠다”고 했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이렇게 이완된 배역을 만나 멍석을 깔아줬는데, 제대로 놀지 못하면 어쩌나. 놀이터에서 모래만 파고 앉아있는 건 아닌가라고요.”

하지만 유아인은 반항과 외로움의 경계에 선 완득이의 감정선에서 헤매지 않는다. ‘연기멘토’가 돼준 김윤석은 풀어헤쳐진 담임 선생님 역을 맡아 연기의 단단함을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이 “돌아 돌아 (여기까지) 온 내 삶이 증명받고 인정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와 헤어질 무렵,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간 이유를 물었다. “지금도 인터넷 댓글을 보면 멍청해서 자퇴했겠지란 분들이 있어요.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죠. 또 고등학교 졸업장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때론 우리가 누군가의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을 자기 편의대로 재단하는 ‘고정관념의 패턴’에 갇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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