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65) 감독
5년전 반토막 뒤 국산 점유율 하락·양극화 심화
영화 <남부군> <하얀전쟁> 등을 연출한 정지영(65·사진) 감독은 지난달 24일 몇몇 영화인들과 서울 덕수궁 앞에 섰다. <까> 이후 13년 만에 <부러진 화살>로 관객과 곧 극장에서 만날 그는 설렘을 잠시 누른 채, 최근 정부 여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집회에 나선 참이었다. 그는 자유무역협정 선결조건으로 미국이 요구한 스크린쿼터 축소가 이뤄진 2006년 당시, 이에 반대한 스크린쿼터대책위 공동위원장이었다.
정 감독은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회 비준이 되면 줄어든 스크린쿼터를 되돌리기 어려워지니까 싸울 수 있을 만큼 싸우려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쿼터는 자국 영화를 일정 기준 이상 극장에 의무상영하는 제도다. 정부는 2006년 7월1일부터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을 146일에서 73일로 줄였다. 최근 상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우리 국회에서 통과되면, 한번 개방한 것은 되돌릴 수 없게 한 ‘역진방지조항’에 묶여 스크린쿼터를 하루도 늘릴 수 없게 된다.
정 감독은 “한국영화 거품이 빠지던 때에 맞춰 스크린쿼터까지 축소돼 한국영화 제작환경이 더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극장은 검증되어 수입된 할리우드 영화들을 더 많이 걸 수 있게 되니까, 한국영화 제작이 위축됐지요. 투자자들은 외국 영화에 대적할 큰 영화 중심으로 돈을 투자하니 대작 아니면 투자자를 찾지 못한 저예산 영화들로 나눠지는 양극화도 심해졌습니다. 제작비 10억원 미만 영화가 개봉 영화 절반을 넘었고, 중급 규모의 영화가 적어진 공동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그의 우려대로,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2006년 63.8%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인 2007년 50%, 2008년 42.1%, 2009년 48.7%, 2010년 46.5%로 하락하거나 정체를 맞았다. <써니> 등이 흥행한 올해 9월까지 한국영화 점유율은 51.8%였지만, 2006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2006년엔 제작비 40억~50억원대 영화가 ‘총제작비 구간별 분포’에서 24.1%로 가장 높았으나, 2009년엔 10억원 미만 작품이 개봉 영화 118편 중 64편(54.2%)이나 차지했다. 제작비 감소가 스태프 처우 악화와 제작인력 이탈로 이어졌다는 게 상당수 영화인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흥행한 장르를 좇아 비슷한 유의 영화가 양산되거나, 내용의 탄탄함보다 스타 배우가 캐스팅된 영화에 돈이 쏠리는 등의 제작관행도 한국영화 경쟁력을 까먹는 요소였다는 시각도 있다. 또 씨제이(CJ), 롯데 등 복합상영관을 가진 대기업들이 자사 투자 작품이나 할리우드 영화를 극장에 도배하는 행태도 한국영화 다양성을 넓히지 못한 요인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정 감독도 “스크린쿼터 축소뿐 아니라 대기업의 투자·배급의 문제를 같이 공유하고 함께 나설 수 있는 영화인이 지금 100명만 있다면 이런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여러 독소조항들에 대한 해결책 없이 비준안이 통과하면, “(각국의 문화자주권을 보장하도록 한) 유엔 문화다양성협약의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해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한국영화의 피해를 알리고,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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