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감독
새달 개봉 ‘노리개’ 최승호 감독
연예계 성상납 추적한 고발영화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선 무너진
장자연 재판 보며 영화제작 결심
하지만 영화는 픽션으로 봐달라 누군가 상영금지가처분 낸다면
찔리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나
‘개봉비용 마련’ 온라인 모금중 영화 투자사, 연기자 소속사들이 이 작품 참여를 줄줄이 거절했다고 한다. “시나리오가 좋고, 개봉하면 이슈가 될 것 같은데…”라면서도, “외부의 압력 때문에 극장에 걸 수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는 것이다. 최승호(39·사진) 영화감독은 2011년 11월 ‘장자연씨 죽음’에 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법정에서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들자”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탤런트 장자연씨에게 술·성접대를 강요한 의혹을 받은 소속사 대표는 페트병으로 몇 대 때린 폭행만 인정돼, 장씨의 피해상황이 적힌 문건을 공개한 전 매니저(명예훼손 혐의·징역 1년·집행유예 2년)보다 적은 형량(징역 4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장씨가 죽음으로써 알린 언론·경제·연예계 인사들의 추행은 제대로 조사받지 않았거나, ‘무혐의 처분’ 됐다. 최 감독은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이 권력과 사법 시스템의 ‘침묵의 카르텔’ 앞에 무너졌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하며,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 이 영화는 그런 나의 상식이 많은 사람들의 상식과 맞아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 3월 말 개봉할 <노리개>는 한 여자 연예인의 죽음을 추적하고, 성상납 추문과 관련된 인사들을 고발하는 법정영화다. 이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마동석)와 진실을 밝히려는 여검사(연극배우 출신 이승연), 자신의 인격이 농락당하는 것에 괴로워하다 생을 마감하는 여자 연예인(민지현)이 주요 인물이다. 여자 연예인을 노리개 삼는 언론사 사주(기주봉)와 영화감독, 술자리 접대를 강요하는 소속 연예기획사 대표, 접대 사실을 증언하는 또 다른 여자 연예인이 나온다. 영화엔 ‘장자연’이란 이름이 한 번도 거론되지 않지만, 어머니 기일에도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았다며 2009년 3월 스스로 세상을 떠난 장씨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영화는 언론사 사주 ‘현 회장’의 뒷모습도 그린다. ‘현 회장’ 언론사의 기자가 사건 실체를 취재하는 다른 기자의 뒤를 밟거나, ‘현 회장’이 연예인을 추행하는 내용들이, 개봉 이후 사실관계를 두고 논란이 될 수도 있다.
18일 만난 최 감독은 “(장자연씨) 실제 사건이 모티브가 됐고, 공판기록을 참고했으나, 영화는 가공의 이야기다. 현실에선 국민적 관심사에 비해 이 사건이 이해 안 될 만큼 작은 깔때기로 줄어들었지만, 영화는 이런 일이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경우의 수들을 넣은 픽션(허구)”이라고 했다. 그는 성접대 제안을 받고 연예계를 떠난 이들도 만났다고 한다.
그는 영화에서 연상되는 당사자들이 상영금지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만약 그들이 움찔한다면 (이 사건에 간여한) 범인임을 드러내는 것이며, 스스로 찔리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여자 연예인 역을 맡은 여배우가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오면 눈물이 나곤 했다. ‘왜 그 배우는 죽어야 했나’란 마음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대기업 해외영업부를 거쳐 연극영화과 대학원 공부를 한 뒤 2009년 영화 <헬로우 마이 러브>를 기획·제작하고, 2011년 <환타스틱 모던가야그머>를 연출했다.
<노리개>의 순제작비 6억원은 제작·배급사 관계자들의 개인 자금으로 충당했다. 교통비 정도만 받은 배우들은 출연료 없이 참여했다. 제작진은 13일부터 온라인 펀딩사이트 ‘굿펀딩’에서 시사회 비용, 광고물 제작비 마련을 위한 개봉비용 1억원 후원을 받고 있다. 20일 현재 1400만원 남짓 모였다. 최 감독은 “배우 마동석씨가 ‘언젠가 나와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흔쾌히 출연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연예계 지망생들도 볼 수 있도록 15살 관람가로 편집할 생각”이라고 했다.
감독은 영화에 ‘상식적 질문과 바람’이 실린 대사들을 심었다고 했다. “성상납 받으셨죠?”(주인공 기자) “아직 신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여검사)란 대사들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여기엔 우리 사회가 ‘장자연씨 죽음의 진실’을 덮어버렸다는 감독의 생각이 담겨 있다. 최 감독은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의혹을 묻어두면 안 된다”는 뜻에서 주인공 기자의 입을 빌려 이런 대사도 들려준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엔 곰팡이만 필 뿐이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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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리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나
‘개봉비용 마련’ 온라인 모금중 영화 투자사, 연기자 소속사들이 이 작품 참여를 줄줄이 거절했다고 한다. “시나리오가 좋고, 개봉하면 이슈가 될 것 같은데…”라면서도, “외부의 압력 때문에 극장에 걸 수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는 것이다. 최승호(39·사진) 영화감독은 2011년 11월 ‘장자연씨 죽음’에 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법정에서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들자”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탤런트 장자연씨에게 술·성접대를 강요한 의혹을 받은 소속사 대표는 페트병으로 몇 대 때린 폭행만 인정돼, 장씨의 피해상황이 적힌 문건을 공개한 전 매니저(명예훼손 혐의·징역 1년·집행유예 2년)보다 적은 형량(징역 4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장씨가 죽음으로써 알린 언론·경제·연예계 인사들의 추행은 제대로 조사받지 않았거나, ‘무혐의 처분’ 됐다. 최 감독은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이 권력과 사법 시스템의 ‘침묵의 카르텔’ 앞에 무너졌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하며,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 이 영화는 그런 나의 상식이 많은 사람들의 상식과 맞아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 3월 말 개봉할 <노리개>는 한 여자 연예인의 죽음을 추적하고, 성상납 추문과 관련된 인사들을 고발하는 법정영화다. 이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마동석)와 진실을 밝히려는 여검사(연극배우 출신 이승연), 자신의 인격이 농락당하는 것에 괴로워하다 생을 마감하는 여자 연예인(민지현)이 주요 인물이다. 여자 연예인을 노리개 삼는 언론사 사주(기주봉)와 영화감독, 술자리 접대를 강요하는 소속 연예기획사 대표, 접대 사실을 증언하는 또 다른 여자 연예인이 나온다. 영화엔 ‘장자연’이란 이름이 한 번도 거론되지 않지만, 어머니 기일에도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았다며 2009년 3월 스스로 세상을 떠난 장씨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영화는 언론사 사주 ‘현 회장’의 뒷모습도 그린다. ‘현 회장’ 언론사의 기자가 사건 실체를 취재하는 다른 기자의 뒤를 밟거나, ‘현 회장’이 연예인을 추행하는 내용들이, 개봉 이후 사실관계를 두고 논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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