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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과 함께 ‘소통’도 침몰…그 답답함에 갈증 느꼈다

등록 2013-04-28 19:51수정 2013-04-28 22:11

349℃로 달군 쇠를 물에 담그자, 열상감지장치(TOD) 영상에서 해당 부위가 짙게 변하는 모습(왼쪽 사진)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천안함 사고 당시 어뢰 등에 의한 폭발이 있었다면 해당 부위가 짙게 변해야 하는데, 군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이런 변화가 없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349℃로 달군 쇠를 물에 담그자, 열상감지장치(TOD) 영상에서 해당 부위가 짙게 변하는 모습(왼쪽 사진)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천안함 사고 당시 어뢰 등에 의한 폭발이 있었다면 해당 부위가 짙게 변해야 하는데, 군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이런 변화가 없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당시 합조단원 증언 바탕으로
논란된 사안 차분하게 정리해
백승우 감독 “한쪽 옹호 아닌
다양성 사회인지 묻고 싶었다”

3년이나 지난 천안함 침몰 사건은 왜 우리 사회에 여전히 첨예한 논쟁을 부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39) 감독은 “이 사건은 군함이 우리 근해에서 두 동강이 난 채 침몰해 장병 46명이 사망한 전례없는 사건”이라며 “일반 국민이 공식 조사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데 정부와 군이 소통 자체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북한 아니면 누가 했겠냐”고 되묻지만, 한편에선 아직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국회에서도 잇따라 의혹을 쏟아냈고, 도올 김용옥의 경우 “이런 말 하면 잡혀갈지 모르지만 조금도 확신을 못한다”고 말했다가 보수 단체한테 고발된 일도 있다.

26일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백 감독은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사실을 전국민이 알고 있지만, 정작 사건의 실체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문제제기조차 차단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가 부른 결과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천안함 프로젝트>는 <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 등 우리 사회 논쟁거리를 정면으로 다뤄온 정지영(67) 감독이 기획과 제작을 맡아 백 감독에게 먼저 연출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영화는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단 일원이었던 신상철씨와 해난구조 및 인양 전문가 이종인(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특히 사고 다음날 해군 해난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즉시 군을 투입하지 않은 이유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미 장병 46명이 천안함 안에 갇힌 상태였지만, 당시 군은 해경한테서 함수 위치를 보고받고도 즉시 움직이지 않았다. 군은 결국 사고 발생 뒤 48시간여 만에 민간 어선 신고로 함수를 찾았다.

또 영화는 좌초라는 주장의 근거로 천안함 바닥의 길이 방향 찢김 현상과 프로펠러가 모조리 휜 점, 사고 해역 바닥을 프로펠러가 쓸고 간 듯한 현장 영상을 내놓는다. 국방부가 쌍끌이 어선이 끌어올렸다는 추진체와 ‘1번’ 어뢰 표시, 백색 흡착물질, 어뢰 속 참가리비 등을 근거로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법정 재연 장면.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한 신상철씨 쪽 변호인 역을 맡은 배우 강신일(사진 오른쪽)씨가 천안함 선체 일부가 사고 해역에서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군 관계자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법정 재연 장면.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한 신상철씨 쪽 변호인 역을 맡은 배우 강신일(사진 오른쪽)씨가 천안함 선체 일부가 사고 해역에서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군 관계자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영화는 천안함 관련 법정 공방에서 군 관계자들이 증언했던 것을 재연 배우들이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사실성을 높였다. 배우 강신일(53)씨가 내레이션과 함께 극 형식으로 연출된 군과 법정 공방에서 신상철씨 쪽 변호인을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군과 정부가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던 인사들한테 합리적인 설명 대신 사실상 겁박을 가했던 사실도 담겼다. ‘북 어뢰 폭침설’에 대해 여러차례 공개적 문제제기를 했던 신씨는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에 참여한 학자들뿐 아니라 군 영관급 장교, 고위 장성까지 전화를 걸어와 상당히 듣기 힘든 내용들을 말했고, 기무사가 알 수 없는 전화번호로 ‘우리가 지금 그쪽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씨도 “경찰 정보요원들한테 ‘자중하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결국 ‘윗선’이 시켰다고 하더라”고 했다.

백 감독은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사건의 범인을 찾는 영화도 아니고, 어느 편을 옹호하거나 배척하려는 정치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영화에 대한 논쟁이 있다면 피해갈 생각은 없지만,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공존하기 위해 전제돼야 할 것을 천안함 사건을 통해 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실을 파헤치는 건 언론의 몫이고, 영화나 문학, 철학은 소통이 막힌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해서 말해줘야 할 때”라고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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