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행복한 이웃사촌 20년
성미산마을 속으로 ‘줌 인’

등록 2013-05-26 20:29

인터뷰 사진을 찍으려 하자 강석필 감독은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한 카페의 담 구멍 사이로 얼굴을 집어넣어 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도시 속 마을 공동체인 성미산마을 이야기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을 연출한 강석필 감독은 영화 촬영 당시 아이들이 이 벽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고 노는 것이 재미있어 찍으려 했다가 못 찍은 것이 무척 아쉬웠다고 웃으며 자신이 직접 그 모습을 보여줬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인터뷰 사진을 찍으려 하자 강석필 감독은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한 카페의 담 구멍 사이로 얼굴을 집어넣어 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도시 속 마을 공동체인 성미산마을 이야기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을 연출한 강석필 감독은 영화 촬영 당시 아이들이 이 벽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고 노는 것이 재미있어 찍으려 했다가 못 찍은 것이 무척 아쉬웠다고 웃으며 자신이 직접 그 모습을 보여줬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다큐영화 ‘춤추는 숲’ 강석필 감독
공동육아·협동조합 등 성장 과정
개발에 맞서 싸우는 모습도 담아
“단절된 관계망 치유 도움됐으면”
‘도시 서울’과 ‘마을공동체’는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말일까. 강석필 감독, 홍형숙 피디 부부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은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영화가 개봉한 23일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에서 만난 강 감독은 “도시가 마을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변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화한 고위험사회가 됐다. 서울 같은 대도시야말로 ‘마을공동체’로서 삶이 더 절실한 곳”이라고 했다.

영화는 도시 속 마을공동체의 성공사례로 주목받는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담았다. ‘성미산 마을공동체’는 20년 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 일부가 ‘마을 공동육아’를 실천해 보자는 데 뜻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학교가 필요해졌고, 동네 사람끼리 힘을 모아 대안학교와 생활협동조합, 극장, 카페, 병원을 만들며 특별한 공동체적 실험을 확대해왔다. 강 감독 부부도 아이한테 교육과 생활에서 공동체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싶어서 12년 전 이곳으로 이사온 마을 주민이다.

“예전 ‘마을 커뮤니티’가 있을 때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사건들이 생기잖아요. 마을 공동체가 도깨비방망이는 아니지만, 단절에서 비롯되는 많은 문제점을 보완해준다고 생각해요. 저녁에 소주 한잔 하자고 옆집 문을 두드리면서, 단절된 사회에서도 ‘변화는 가능하다’는 믿음이 현실화하는 거죠.” 강 감독은 지역사회 안 관계망 회복을 위한 ‘도시 속 마을’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성미산마을은 어느덧 ‘20살 청년기’가 됐다. 현재 서울에 알려진 것만 90개가 넘는 마을공동체가 있는데, 성미산마을이 이들한테 모델 구실을 하면서 성장해왔다. 강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성미산마을의 성장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고, 어떻게 ‘청년기’를 보내면 좋을지 관객들한테 묻는다.

그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격언을 성공적으로 실천해온 공동체적 삶이 이곳에서 성장한 아이들한테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했다.

애초 영화는 1부 마을공동체에서 성장한 아이들, 2부 꿈꾸며 사는 주민들, 3부 마을공동체가 20년을 넘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담은 ‘마을 3부작’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지난 2008년 홍익재단이 성미산을 깎아 학교 이전 부지로 쓰려는 계획을 수년간 강행하면서, 1부가 공사용 포클레인과 전기톱에 맞서 성미산을 지키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영화에는 성미산 지킴이로 나선 주민이 시공사 직원이 휘두른 전기톱에 아킬레스건을 다친 장면이나,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비틀스의 노래 ‘렛 잇 비’를 개사해 “마을을 (개발하지 말고) 내버려두라”는 내용으로 ‘냅둬유’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도 담겼다. 특히 성미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13살 승혁이가 영화에서 독백처럼 전하는 말은 울림을 준다. “생명에는 주인이 없어요. 모든 생명에는 주인이 없는데, 학교를 만들려는 이 산에는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어요.”

최근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서 “성미산마을은 종북·좌파 양성소”라고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정작 마을 사람들은 “우리끼리 재밌게 사는 게 배아파서 그랬나 보다” “우리가 ‘종북이’를 키웠다는데 그 아이가 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며 터무니없는 주장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재미없다는 투다.

‘유쾌한 동네 블록버스터’라는 홍보 문구답게 영화 속 출연배우가 돼준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 또 마을 주민이자 영화배우인 고창석, 정인기씨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특별예고편에 출연하는 등 영화 알리기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웃 마을공동체인 ‘삼각산 재미난마을’ 주민 권해효씨도 홍보행사 사회로 나섰고, 같은 마을 주민 고영재(영화사 스튜디오 느림보 대표)씨는 영화 배급을 맡았다.

강 감독은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춤추는 숲’ 성미산처럼 일상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동물행동학 박사인 제인 구달을 다룬 책에 ‘숲은 빛이 춤추는 거대한 사원’이라는 대목이 있어요.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바람결에 따라 아름답게 춤추는 숲처럼, 마을 안에서 즐거운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춤추는 숲>은 지난 16일 폐막한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환경영화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강 감독은 1997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던 다큐 <변방에서 중심으로>와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다룬 <경계도시> 1, 2편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 영화들은 아내인 홍형숙 피디가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일베, ‘5·18 왜곡 신고센터’에서까지 ‘막말 일탈’
MB, ‘노무현 4주기’에 1박2일 골프…논란 확산
여자들이 남친에게 가장 짜증날 때 1위는?
이천수 1464일 만에 골 넣자마자…
검찰, 곧 원세훈 재소환 가능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해뜰날’ 가수 송대관 별세 2.

‘해뜰날’ 가수 송대관 별세

“현철 선생님 떠나고 송대관 선배까지…” 트로트의 한 별이 지다 3.

“현철 선생님 떠나고 송대관 선배까지…” 트로트의 한 별이 지다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4.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뉴진스 새 팀명은 ‘NJZ’…3월 ‘컴플렉스콘 홍콩’에서 신곡 발표 5.

뉴진스 새 팀명은 ‘NJZ’…3월 ‘컴플렉스콘 홍콩’에서 신곡 발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