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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부산영화제의 밤 달구는 ‘포장마차 토크’

등록 2013-10-08 19:42수정 2013-10-08 20:25

영화인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의 묘미는 다양한 영화계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모임과 술자리다. 영화계의 속내와 애환을 들을 수 있는 자리들이다. 5일 열린 ‘쇼박스 심야식당’의 모습. 쇼박스 제공
영화인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의 묘미는 다양한 영화계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모임과 술자리다. 영화계의 속내와 애환을 들을 수 있는 자리들이다. 5일 열린 ‘쇼박스 심야식당’의 모습. 쇼박스 제공
매일 밤 영화인들 술자리 이어져
영화계의 열악한 현실 토론하고
젊은 배우·감독들 제작자와 교류
부산국제영화제의 ‘진정한 묘미’
부산국제영화제가 ‘18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덩치가 커지고, 내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다.

개막식 레드카펫 때 ‘여배우들의 과도한 노출 의상’ 논란이 대안 없이 반복되거나,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와 팬들이 영화제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분위기 전체를 흔드는 것 같은 문제들이다. 올해는 ‘영화제의 꽃’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6편 중 하나로 이미 930만명이 본 <설국열차>가 선정되어 국제영화제로서 정체성 논란이 벌어졌고, 배우 강동원과 남동철 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이에 영화제가 배우에게 행사 참석 압력을 넣었다는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물론 아시아 최대 영화제이자 국내 최대 영화 축제라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은 굳건하다. 개막과 함께 열린 씨제이, 롯데, 쇼박스 등 국내 대표적 투자배급사의 저녁 행사에는 모두 50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에게 부산영화제의 진정한 묘미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들일 것이다. 화려한 공식 행사와는 다른 영화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솔직한 대화들이 이어지는 영화인들의 술자리는 영화제 내내 이어진다.

한 술자리에서 만난 제작자는 “투자사가 시나리오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일이 생기고, 때론 제작 과정에 끼어들거나 감독 교체까지 입김을 미친다. 밖에서는 제작자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영원한 ‘을’이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한 창업투자회사 관계자는 “아무 리스크(투자 위험)도 지지 않는 제작사가 투자사와 수익을 4 대 6으로 나누는 것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수익의 일정 부분을 현장 스태프의 처우 개선에 쓰겠다는 제작사가 있다면 우리 수익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제안할 생각이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해운대시장의 한 곰장어구이 가게에 모인 독립영화인들의 술자리에선 최근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아이피티브이(IPTV)에서도 상영이 차단된 사태와 고질적인 현장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걱정들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공무원들이 휴일을 쪼개 내려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풍경은 반가웠다. 베를린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이 ‘매운 꼼장어와 소주’ 맛을 보며 한국 독립영화의 속살을 엿보고 가기도 했다. 다양성영화인을 중심으로 한 `무비꼴라주의 밤’에서는 가능성있는 젊은 배우나 감독들이 기성 영화 제작진들과 안면을 트는 자리가 열렸다.

동이 틀 무렵 해운대 포장마차촌에서는 낯익은 감독과 배우, 홍보사 관계자들이 털어놓는 고민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한 배우에게선 ‘충무로의 대세’ 하정우가 본격 충무로에 진출하기 전에도 얼마나 대단한 연기를 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동안 해운대 곳곳의 술집들과 인근 포장마차들에서는 거의 매일 동틀녘까지 이런 술자리가 계속된다. 그렇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벽이 밝아온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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