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의 ‘그래비티’
사람들은 막연한 공간에서 거대한 두려움에 떤다고 한다. 이집트인들이 불가사의한 피라미드를 사막에 세운 게 이런 공포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폐소공포증이 공간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두려움의 강도를 키운다면, 이런 류의 공포는 공간이 커질수록 극대화한다. 우주복 하나에 의지한 채, 지구 궤도에 던져진 우주비행사들의 공포가 그렇지 않을까?
영화 <그래비티>(17일 개봉)는 공간의 단절에서 오는 원초적인 공포감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우주 영화다. 수십년된 인공위성에서 발생한 ‘우주쓰레기’들이 우주왕복선이나 비행사들한테 날아들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케슬러 신드롬’에서 소재를 얻었다. 무려 35년 전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제기했던 문제인데, 실제로 1990년대 러시아와 프랑스 위성들이 이런 식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한다. 영화는 ‘케슬러 신드롬’ 자체 대신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주비행사들이 겪게 되는 상상 이상의 ‘완벽한 고립’에 주목했다.
우주 업무 수행중 파편과 충돌해
2명의 주인공만 겨우 살아남아
지구로 귀환하기 위한 사투 벌여 실제와 똑같이 표현된 우주공간
극사실성 덕에 우주선에 초대된듯
“우주 배경으로 한 역대 최고영화” 베테랑 우주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첫 우주비행에 나선 초보우주인이자 의료공학박사인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과 지구 밖에서 허블 우주망원경 수리에 나선다. 스톤 박사는 우주로 나서기 전 아이를 잃고, 상실감으로 연구 외에 어떤 것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어느날 러시아에서 자국의 인공위성을 파괴하기 위해 쏜 미사일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면서 우주쓰레기들이 이들 일행의 우주왕복선을 덮친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기계 파편과 우주쓰레기들로 동료들이 모두 사망하고, 스톤 박사도 적막한 우주 한복판으로 날아가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혼돈으로 빠져든다. 스톤 박사는 절망 속에서 “하늘나라에 있는 내 아기를 보고 싶다”며 삶을 포기하려 하지만, 코왈스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다시 사투를 벌인다. 영화는 극한의 고립 상황을 소재로 했지만 관객들한테 공포감을 주려는 재난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대범하면서도 깊은 통찰력을 지닌 코왈스키 덕분에 자신을 돌보지 않던 스톤 박사가 변화를 겪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그래비티’(중력)란 제목 역시 영화에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던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끌어당기는 어떤 힘을 뜻한다”고 제작사 쪽은 설명했다. 깊이 있는 주제와 치밀한 드라마적인 구성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 공간을 실제와 다름없이 표현한 기술은 놀랍다.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 촬영 없이 특수기술로만 모든 장면이 구현됐다. 배우 한 사람에 무려 12개 와이어를 설치해 예측이 어려운 우주 유영 같은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었고, 카메라를 설치한 거대한 로봇팔로 극단적인 앵글까지 촬영했다. 불덩이나 눈물방울이 공중에 떠다니다 카메라 렌즈와 부딪쳐서 깨지는 장면들은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영화 초반 우주비행선 안 장면이 20여분간 ‘롱테이크’(편집없이 한번에 촬영하는 것)로 이어지는 것도 영화에서 좀체 경험할 수 없었던 화면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처럼 영화를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영화에 미국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와 러시아의 ‘소유즈’, 중국의 ‘텐궁’이 등장하는데, 이런 극사실성 덕분에 관객들로서는 마치 우주선에 들어가 본 듯한 느낌을 받을 만하다. 북미에서 신뢰도 높은 영화 평가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들한테 최고 수준의 ‘신선도 97%’로 신뢰를 받았고, 흥행에서도 지난주 북미 등지에서 개봉해 한주 만에 9000만달러(970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 영화는 미쳤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역대 최고 영화”라고 극찬했다. 이미 명배우 반열에 올라 있는 조지 클루니와 샌드라 불럭이 ‘2인극’에 가까운 91분짜리 영화를 조금의 쉴 틈도 없이 긴장감 넘치게 끌고 간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3) <칠드런 오브 맨>(2006)을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과 각본·제작·편집까지 맡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2명의 주인공만 겨우 살아남아
지구로 귀환하기 위한 사투 벌여 실제와 똑같이 표현된 우주공간
극사실성 덕에 우주선에 초대된듯
“우주 배경으로 한 역대 최고영화” 베테랑 우주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첫 우주비행에 나선 초보우주인이자 의료공학박사인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과 지구 밖에서 허블 우주망원경 수리에 나선다. 스톤 박사는 우주로 나서기 전 아이를 잃고, 상실감으로 연구 외에 어떤 것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어느날 러시아에서 자국의 인공위성을 파괴하기 위해 쏜 미사일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면서 우주쓰레기들이 이들 일행의 우주왕복선을 덮친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기계 파편과 우주쓰레기들로 동료들이 모두 사망하고, 스톤 박사도 적막한 우주 한복판으로 날아가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혼돈으로 빠져든다. 스톤 박사는 절망 속에서 “하늘나라에 있는 내 아기를 보고 싶다”며 삶을 포기하려 하지만, 코왈스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다시 사투를 벌인다. 영화는 극한의 고립 상황을 소재로 했지만 관객들한테 공포감을 주려는 재난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대범하면서도 깊은 통찰력을 지닌 코왈스키 덕분에 자신을 돌보지 않던 스톤 박사가 변화를 겪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그래비티’(중력)란 제목 역시 영화에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던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끌어당기는 어떤 힘을 뜻한다”고 제작사 쪽은 설명했다. 깊이 있는 주제와 치밀한 드라마적인 구성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 공간을 실제와 다름없이 표현한 기술은 놀랍다.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 촬영 없이 특수기술로만 모든 장면이 구현됐다. 배우 한 사람에 무려 12개 와이어를 설치해 예측이 어려운 우주 유영 같은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었고, 카메라를 설치한 거대한 로봇팔로 극단적인 앵글까지 촬영했다. 불덩이나 눈물방울이 공중에 떠다니다 카메라 렌즈와 부딪쳐서 깨지는 장면들은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영화 초반 우주비행선 안 장면이 20여분간 ‘롱테이크’(편집없이 한번에 촬영하는 것)로 이어지는 것도 영화에서 좀체 경험할 수 없었던 화면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처럼 영화를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영화에 미국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와 러시아의 ‘소유즈’, 중국의 ‘텐궁’이 등장하는데, 이런 극사실성 덕분에 관객들로서는 마치 우주선에 들어가 본 듯한 느낌을 받을 만하다. 북미에서 신뢰도 높은 영화 평가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들한테 최고 수준의 ‘신선도 97%’로 신뢰를 받았고, 흥행에서도 지난주 북미 등지에서 개봉해 한주 만에 9000만달러(970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 영화는 미쳤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역대 최고 영화”라고 극찬했다. 이미 명배우 반열에 올라 있는 조지 클루니와 샌드라 불럭이 ‘2인극’에 가까운 91분짜리 영화를 조금의 쉴 틈도 없이 긴장감 넘치게 끌고 간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3) <칠드런 오브 맨>(2006)을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과 각본·제작·편집까지 맡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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