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환 감독은 영화 <무게>에서 시체안치실, 꼽추, 성기 거세, 시간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소수자들의 고통을 관객들이 공감하게 만든다. 그는 “영화의소재들은 파격이 아니다. 실제 내가 알고 있는, 우리 옆에 있는 모습들”이라고 말한다. 트리필름 제공
전규환 감독 ‘무게’ 7일 개봉
우울한 까치가 있었다. 한갓 까치의 우울함에 사람들은 관심 갖지 않는다. 어느 날 까치는 끝없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다가 갑자기 날개를 접는다. 전규환 감독의 영화 <무게>는 이 까치 같은 삶을 사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공을 차고 노는 아이들, 사람들이 넘쳐나는 일상의 거리, 평범한 이들의 춤추는 풍경들…. 그러나 이내 ‘여긴 이 남자가 사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차가운 자막과 함께 영화는 시작한다.
꼽추로 태어난 정씨(조재현)가 사는 세상은 시체안치실이다. 그는 꼽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피해 이곳에서 주검을 닦는 ‘염습’으로 살아간다. 폐병과 관절염에서 오는 극심한 고통은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견딘다. 그러나 그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홀로 자전거 페달을 돌리며 묵묵히 자신의 몸을 단련한다.
그가 있는 시체안치실에는 기괴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온다. 집창촌에서도 “재수없다”며 거부당한 또다른 꼽추는 자신의 어머니 주검을 보러 왔다가 숨진 한 여배우의 주검과 간음한다. 자신과 불륜 관계였던 교회 목사의 주검 앞에서 찬송가를 부른 뒤 총으로 주검을 쏘는 여성도 있다.
시체안치실의 꼽추 염장이
파격적이고 음울한 소재로
소수자들의 삶 묵직한 울림
조재현·박지아 폭발적 연기
“우리 옆에 있는 실제 얘기” 정씨의 배다른 동생 동배(박지아)도 시체안치실을 찾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동배는 남성의 성기와 호르몬 주사로 만든 여성 젖가슴을 함께 갖고 있다. 여성이 되고 싶지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했다. 공중 화장실에서 남성들과 변태적인 성관계를 맺고, 밤이면 빨간 드레스를 입고 거리에 나선다. 동배는 끔찍이도 떼내고 싶어하는 자기 성기와 정씨의 꼽추등을 두고 “이게 붙어 있는 한 난 벌레야, 너도 그렇고. 우리 같은 인간은 죽는 게 낫다”고 절규한다. 그러나 정씨는 “사람들이 우리를 괴물이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동배를 다독인다. 정씨는 자신의 비극적인 삶의 끝을 예감하지만, 묵묵히 모든 고통을 감당하며 끝내 동배를 지킨다.
척추장애인들이 가진 ‘꼽추등’과 한줌 크기 ‘남성 성기’의 무게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전규환 감독은 이런 작은 살덩어리들의 존재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편견으로 이어져 어떤 무게로 소수자들의 삶을 짓누르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담담하다. 꼽추로 태어나 밑바닥 삶을 살면서도 염쟁이 정씨가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소수자들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면 더 좋은 몸으로 태어날지 누가 알겠냐”는 동배의 절규는 그래서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에는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진 동배의 몸을 보여주거나 시신과 정사 장면 등 기괴한 장면들이 많다. 지난해 국내 개봉을 추진했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선정성이 과도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다”는 등의 이유로 두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베네치아(베니스)국제영화제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퀴어 라이언상’을 수여했다. 베네치아영화제가 그해 출품된 모든 작품 가운데 성적 소수자와 퀴어(동성애) 문화를 주제로 한 최고의 영화에 주는 상이다. 당시 영화제 쪽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른 삶’을 극단적이지만 설득력 있는 정서로 누구나 공감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고, 전규환 감독은 <르 몽드> <버라이어티> 등에서 ‘아시아를 이끌 차세대 스타 감독’으로 꼽혔다.
우여곡절 끝에 <무게>는 7일 개봉하게 됐다. 전 감독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파격이나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며 “우리 사회가 잘 관심을 갖지 않지만, 내가 알고 있는 옆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 역을 맡은 조재현은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빈집> 등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오가며 강한 인상을 심어온 박지아도 여성과 남성을 한몸에 지닌 채 고뇌하는 동배 역으로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파격적이고 음울한 소재로
소수자들의 삶 묵직한 울림
조재현·박지아 폭발적 연기
“우리 옆에 있는 실제 얘기” 정씨의 배다른 동생 동배(박지아)도 시체안치실을 찾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동배는 남성의 성기와 호르몬 주사로 만든 여성 젖가슴을 함께 갖고 있다. 여성이 되고 싶지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했다. 공중 화장실에서 남성들과 변태적인 성관계를 맺고, 밤이면 빨간 드레스를 입고 거리에 나선다. 동배는 끔찍이도 떼내고 싶어하는 자기 성기와 정씨의 꼽추등을 두고 “이게 붙어 있는 한 난 벌레야, 너도 그렇고. 우리 같은 인간은 죽는 게 낫다”고 절규한다. 그러나 정씨는 “사람들이 우리를 괴물이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동배를 다독인다. 정씨는 자신의 비극적인 삶의 끝을 예감하지만, 묵묵히 모든 고통을 감당하며 끝내 동배를 지킨다.
전규환 감독은 영화 <무게>에서 시체안치실, 꼽추, 성기 거세, 시간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소수자들의 고통을 관객들이 공감하게 만든다. 그는 “영화의 소재들은 파격이 아니다. 실제 내가 알고 있는, 우리옆에 있는 모습들”이라고 말한다. 트리필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