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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서울 CGV 극장에서 ‘토르’를 못보는 이유

등록 2013-11-04 19:36수정 2013-11-04 20:40

홍석재 기자
홍석재 기자
울림과 스밈
영화 <토르-다크월드>가 개봉 엿새째인 4일에도 극장 체인 씨지브이(CGV) 서울지역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 영문을 모른 채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단은 영화사와 극장이 입장권 수익을 나누는 비율인 ‘부율’ 문제 때문이다. 씨지브이는 과거 외화 전성기 시절부터 서울지역에서 특별대우를 받아온 외화 ‘부율’을 지난 9월부터 기존 ‘60대 40’에서 ‘50대 50’으로 조정했다. 외화 직배사 쪽 이익을 10% 줄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가장 큰 외화 직배사인 ‘소니픽쳐스 릴리즈 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 코리아’(소니픽쳐스)가 “30년 넘게 유지돼온 부율을 갑자기 조정하겠다면서 씨지브이가 직배사들과 한차례 협의도 없이 일방통보 해왔다”며 <토르…>의 디지털 프린트를 극장에 넘기지 않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소니픽쳐스는 씨지브이가 부율 조정을 시작한 9월에도 <몬스터 대학교>의 씨지브이 서울지역 상영을 거부했다. 다른 대형 외화 직배사들 역시 9월 이후 개봉한 영화의 수익 정산시점에 맞춰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 부율’ 조정 문제가 극장과 직배 업계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씨지브이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직배사들한테 줬던 ‘잘못된 특혜’를 바로 잡겠다며 “한국영화가 강세인 요즘 시장원리에 맞게 부율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힌다. 한국 영화 점유율이 최대 70%에 이르는 최근 상황을 보면 “외화와 한국 영화간 형평성을 맞출 때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 소니코리아를 앞세운 직배사들은 씨지브이 극장쪽의 일방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흔히 말하는 ‘갑질’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씨지브이가 ‘부율 조정’을 통보한 공문으로 처음 이 문제를 접했고, 실제 조정 시행 시점을 앞두고 ‘영화 프린트를 극장에 보내면 부율 조정을 수용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다시 일방 통보 받았다고 말한다. 소니 쪽은 “기업간 거래라는 게 아무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가 실재한다지만 이런 식의 일방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씨지브이는 1998년 국내에 첫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한 뒤 국내 극장 문화를 선도해 왔지만 이런 일방통행 논란도 자주 빚었다. 이번 일방 통보는 씨지브이가 지난 6월 한국영화 부율을 투자·제작사 쪽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영화 산업 전반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과는 대비되는 장면이다.

업계에서는 특정 영화가 서울지역 씨지브이에서 상영되지 못할 경우, 전체 예상 매출의 20%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일 현재 매출액 80억8000만원(관객 105만명)을 기록 중인 <토르>는 ‘부율’ 갈등으로 극장과 직배사 쪽이 각각 7~8억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율 조정은 업계의 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관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하는 점일 것이다. 극장과 직배사가 한목소리로 “관객들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만큼 이 논란이 빨리 합리적으로 조정되기를 영화계는 바라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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