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봉하는 ‘친구 2’
800만 관객 동원한 ‘친구’ 속편
‘동수’ 죽음 17년 뒤의 이야기
액션의 강도 한단계 더 높이고
주제 의식과 연기는 묵직해져
800만 관객 동원한 ‘친구’ 속편
‘동수’ 죽음 17년 뒤의 이야기
액션의 강도 한단계 더 높이고
주제 의식과 연기는 묵직해져
12년 전 영화 ‘친구 신드롬’은 대단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당시 한국 영화 보호를 위해 외화 상영을 제한하던 ‘스크린 쿼터제’가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장동건, 유오성 등을 앞세워 800만명을 불러모았고, 이는 영화 사상 역대 최다 관객이었다. 요즘 한국 영화 시장 규모를 적용하면 1400만 관객 수준이란 분석도 있다. <친구>는 단 이틀 만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기록을 세웠고, 1분 만에 누리꾼 펀드 공모가 마감돼 역시 최단 기록을 새로 썼다. 개봉관 수와 스크린수도 신기록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영화를 그해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했고, 언론사들은 조폭영화 신드롬을 ‘올해의 10대 사건’으로 꼽았다. 구제금융 여파로 힘겨워하던 386세대한테 ‘향수’라는 트렌드를 불러일으켰고, “친구 아이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라는 대사는 지금까지 방송에서 패러디 되고 있다.
한국 누아르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영화 <친구>(14일 개봉)가 12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전편에서 친구 동수(장동건)를 살해교사한 혐의로 17년간 복역한 준석(유오성)이 출소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준석이 교도소에서 만난 동수의 아들 성훈(김우빈)과 힘을 합쳐 자신을 배신한 은기(정호빈)한테 빼앗긴 부산 폭력조직을 되찾는 줄거리다. 전편이 거친 조직폭력에 몸을 담은 동수와 준석을 중심으로 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친구 2>는 아버지처럼 자신을 대해준 준석이 친아버지인 동수의 죽음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성훈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영화는 거친 액션 장면을 바탕으로 폭력조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리와 배신을 다루는 전편의 줄기를 이어받았지만 한층 선이 굵어졌다. 전편이 주먹세계의 남성들을 소재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면, <친구 2>는 액션의 강도를 한층 높여 이전 한국 영화에서 보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갱스터 누아르’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17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처럼, 30대 중반에 <친구>를 찍었던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도 40대 중반의 나이가 된 탓인지 이야기의 주제와 연기의 무게도 더 묵직해졌다. 곽 감독은 “전편인 <친구>를 통해 한국 영화에 이미 트렌드가 된 ‘복고 코드’를 포기하고, 멋진 누아르 한편 만든다고 생각하며 거친 남성성에 초점을 맞췄다”며 “나 스스로 나이가 들면서 밀려오는 공허함과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감 같은 게 영화 속에서 함께 나이가 들어간 ‘준석’을 통해 투영된 것 같다”고 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먹는 두부에 하트를 새기거나 노랑머리에 아웃도어 점퍼를 입은 신세대 폭력조직원들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곽 감독이 폭력조직 사람들과 10여차례 만나 취재한 실제 모습이라고 한다. 곽 감독은 “영화 속 성훈이 같은 어린 폭력조직원을 만나면서 이들한테서 ‘형님은 좋은 가정에서 사랑받으면서 자란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들이 사회에서 어떤 상처를 받고 폭력조직 생활을 해야 했을지를 성훈을 통해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유오성은 전편에 이어 ‘준석’ 역을 맡아 12년의 세월이 더해진 농익은 모습으로 연기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학교 2013> 등으로 주목받아온 김우빈이 성훈 역을 맡았는데, 곽 감독은 그를 “마치 자유자재로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처럼 깊은 느낌이나 슬픈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하는 타고난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전편에서는 영화 못지않게 부산의 촬영 장소들이 화제를 모았는데, <친구 2>에서는 준석이 조직의 세력을 키우는 울산이 배경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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