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헝거게임>은 전작에서 반란이나 혁명 같은 소재들을 판타지 액션 영화로 만들어 성공을 거뒀다. 새 시리즈<헝거게임-캐칭파이어>에서는 주인공 캣니스와 시민들의 연대가 시작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7억달러 흥행 ‘헝거게임’ 2부
‘반란·혁명’ 소재로 다시 눈길
‘반란·혁명’ 소재로 다시 눈길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당시 미국 내 극심했던 흑인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블랙파워 설루트’가 벌어졌다. 육상 200m 시상식에서 검은 피부의 미국 금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는 오른팔을, 동메달을 딴 존 칼로스는 왼팔을 치켜들고 고개를 숙였다. 흑인들의 힘과 단결을 침묵으로 상징하는 행동이었다. 은메달리스트였던 호주의 백인 선수 피터 노먼도 ‘침묵의 시위’에 동참한 이 장면은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돼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고, 이후 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 저항운동의 상징이 됐다.
영화 <헝거게임-캐칭파이어>(21일 개봉)는 45년 전 일어난 ‘블랙파워 설루트’ 사건을 일종의 오브제로 사용한 것 같은 영화다. 영화에는 전작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에 이어 독재국가 ‘판엠’에서 부와 권력이 집중된 수도 ‘캐피톨’ 시민들을 위해 착취와 희생을 강요당하는 나머지 12개 구역의 시민들이 등장한다. 75년 전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가 반란을 주도한 13번 구역이 완전히 사라지는 처참한 보복을 당하고, 이때부터 캐피톨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해마다 매 구역에서 희생양 2명을 내보내 최후의 한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는 ‘헝거게임’을 벌인다.
전편에서 가짜 연인 피타(조시 허처슨)와 공동 우승을 차지하며 ‘1인 생존’이라는 판엠 정부의 ‘게임의 법칙’을 깨뜨린 캣니스(제니퍼 로런스)가 이번 2편에선 12개 구역 시민들에게 ‘혁명의 불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통령 스노(도널드 서덜랜드)는 국민적 저항에 위협을 느끼고 캣니스를 제거하기 위해 역대 헝거게임 우승자들끼리 맞붙는 새 헝거게임을 시작한다.
영화는 리얼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한 미래 배경의 판타지 액션 영화지만, ‘블랙파워 설루트’와 혁명·연대·전복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됐다. 새 헝거게임을 앞둔 캣니스가 등장할 때마다 12개 구역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팔을 머리 위로 드는 장면들이 그렇다. 이들은 ‘블랙파워 설루트’에 참여한 선수들이 메달을 박탈당하고 선수촌에서 쫓겨난 것처럼, 침묵으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드러낸 뒤 즉결 처형당한다.
캣니스가 몸에 지닌 신비의 동물 ‘모킹제이’ 형상의 액세서리가 스스로를 제물로 삼아 희생하는 불사조를 연상케 하는 것이나, 정부 쪽 의문의 게임메이커 ‘플루타르크’(필립 시모어 호프먼)가 영웅들의 선한 미덕을 강조했던 그리스 로마 제정기 때 극작가의 이름을 빌렸다는 점도 영화의 주제 의식을 슬쩍 드러낸다.
전형적인 상업영화로서 다소 무거워 보이는 주제와 등장인물들을 다뤘지만, 전작은 6억9000만달러(제작비 78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60만 관객으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탄 제니퍼 로런스가 전편에 이어 여전사 캣니스 배역을 맡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영화 <헝거게임>은 전작에서 반란이나 혁명 같은 소재들을 판타지 액션 영화로 만들어 성공을 거뒀다. 새 시리즈 <헝거게임-캐칭파이어>에서는 주인공 캣니스와 시민들의 연대가 시작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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