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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 갇힌 한국인 주부

등록 2013-12-05 20:25수정 2013-12-06 17:01

‘칸의 여왕’ 전도연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은 뜻밖의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2년간 구금생활을 하며 절망에 빠진 주부의 실제 이야기를 혼신의 연기로 그려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칸의 여왕’ 전도연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은 뜻밖의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2년간 구금생활을 하며 절망에 빠진 주부의 실제 이야기를 혼신의 연기로 그려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은진 감독 ‘집으로 가는 길’
2년간 마약범 취급 받은
‘장미정 사건’ 실화 영화로
전도연 2년만의 복귀작
“법정 장면 실제로 전율”
평범한 한국인 주부가 프랑스 공항에서 느닷없이 체포된다. 가족과 1만2400㎞ 떨어진 대서양 외딴섬에서 구금과 보호감호 상태로 756일 동안 완전하게 고립된다. 2004년 주부 장미정씨가 네살 딸한테 “엄마가 돈 벌어서 갖고 싶은 거 사줄게”라는 약속과 함께 2000원짜리 인형을 안기고 떠난 뒤 벌어진 일이다.

장씨가 남편의 후배를 도와 프랑스까지 ‘금강석 원석’이 담긴 가방을 운반해주고 대가로 400만원을 받기로 한 게 끔찍한 사건의 발단이 됐다. 원석이 들었어야 할 가방에서 코카인 17㎏이 쏟아져 나왔다. 장씨는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현행범으로 붙잡혀 파리 구치소에서 3개월, 바다 한가운데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1년간 수감됐다. 낯선 땅에서 동료 수감자들은 “노랑이 동양인”을 가혹하게 다뤘고, 여성 교도관은 서슴없이 성폭력을 가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은 뜻밖의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2년간 구금생활을 하며 절망에 빠진 주부의 실제 이야기를 혼신의 연기로 그려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칸의 여왕’ 전도연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은 뜻밖의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2년간 구금생활을 하며 절망에 빠진 주부의 실제 이야기를 혼신의 연기로 그려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씨 남편은 한국에서 구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장씨는 단순 가담자’란 판결 내용을 확보해 프랑스 법원에 보냈다. 하지만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의 안이한 일처리로 판결문이 전달되지 못했다. 장씨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재판 한번 받지 못한 채 보호감호 상태로 10개월을 더 보내야 했다. 2년여 만에 국내 한 방송사가 이 기구한 사연을 알렸고, 누리꾼들의 공분이 외교통상부를 압박한 뒤에야 장씨는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당시 언론은 ‘장미정씨 사건’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고 썼다.

전도연과 고수가 주연을 맡은 방은진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11일 개봉)은 이 사건을 영화화했다.

장씨의 기구한 사연을 극으로 재구성했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다루듯 실제 사건의 흐름을 따라간다. 영화는 남편 종배(고수)가 빚보증을 섰다가 가정이 파탄날 위기를 맞자 아내 정연(전도연)이 가정을 지키려 후배 문도(최민철)의 ‘가방 운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시작한다. 오를리 공항에서 세관에 끌려간 정연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방인은 제대로 된 소명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2년간 마약범 취급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나라 망신시킨 범죄자까지 보호해야 하냐”며 통역조차 보내지 않는다. 한국에서 종배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역설적이게도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정연을 구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영화는 실제 사건 당시에도 인터넷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던 외교부 직원들의 관료적이고 고압적인 행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갑자기 사라진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한 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은 뜻밖의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2년간 구금생활을 하며 절망에 빠진 주부의 실제 이야기를 혼신의 연기로 그려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칸의 여왕’ 전도연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은 뜻밖의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2년간 구금생활을 하며 절망에 빠진 주부의 실제 이야기를 혼신의 연기로 그려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명색에 걸맞은 연기를 펼친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 주부를 연기한 모습은 2년간의 공백이 무색하다. 특히 영화 막바지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법정에 설 기회를 얻은 정연이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한테 저릿한 느낌을 준다. 전도연은 “법정 장면에서 긴장감 탓에 실제로 몸에 땀이 나고 힘이 들어가서 대사를 한 뒤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떨었다”며 “2년간의 연기 공백에서 내가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도연의 탁월한 연기만으로 영화 전체를 풀어가기에는 버거운 느낌이 있다. 사건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나열되는 방식인데다 “영화 내용은 허구”라고 밝히고도 실제 사건 이외에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극적 구성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전도연과 다른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력 편차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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