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50) 감독
상태 악화에 정식개봉 앞서 상영
‘단 한사람만 모르는 특별한 상영회’가 11일 저녁 6시30분 춘천 씨지브이 극장에서 열린다. 그 ‘한 사람’은 바로 이 영화를 만든 이성규(50·사진) 감독이다. 이 감독은 이달 19일 자신의 첫번째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간암 판정을 받은 이후 최근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지난 6일 춘천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진 이 감독이 개봉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커지자 동료 영화인들과 지인들이 개봉에 앞서 특별 상영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성규 감독이 1999년부터 찍기 시작해 2009년 완성한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는 2012년에서야 한국 극장에서 상영됐다. 10년간 2만분 분량으로 찍은 다큐가 어렵게 세상에 나오자 다음 영화들은 술술 풀려나가는 듯 보였다. 프로듀서를 맡은 다큐 <오백년의 약속>은 2013년 이비에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에서 시청자관객상을 받았다. 첫번째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도 올초 촬영을 마쳤다. 극영화를 편집하는 중에 간암 판정을 받게 되었지만 후배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자신이 투병하는 모습을 촬영해 다큐로 만들도록 하며 삶의 의지를 보였다. 매일 자신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eonggyou.lee)을 통해 투병일지를 연재해왔다.
지난 5일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이다”라고 쓴 뒤 페이스북에서 이감독의 글은 끊겼다. 기적을 기대하는 지인들의 글만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인들이 급히 마련한 특별상영회 소식이 알려지자 150석에서 500석 규모로 상영관도 늘어났다. <시바, 인생을 던져> 배급을 맡은 느림보 고영재 대표는 “감독으로서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일이 가장 기쁜 일이니까 그를 깜짝 놀래줄 생각으로 준비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꽉찬 객석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상영회를 준비하는 진모영 감독은 “며칠 전부터 혼수상태를 반복하는 이성규 감독이 특별상영회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신만이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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