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뉴의 3인방 박준경(왼쪽부터)·김형철·김재민 본부장이 11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신작 <변호인>의 개봉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히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화‘랑’ 영화 배급사 ‘뉴’의 돌풍
7번방의 선물 등 6연타석 홈런
대기업 계열 제치고 점유율 1위
신입사원도 자유롭게 의견 개진
일단 선택하면 빠르게 밀어붙여
극장 체인 없어 되레 콘텐츠 집중
신인감독 발탁하고 제작사 신뢰
7번방의 선물 등 6연타석 홈런
대기업 계열 제치고 점유율 1위
신입사원도 자유롭게 의견 개진
일단 선택하면 빠르게 밀어붙여
극장 체인 없어 되레 콘텐츠 집중
신인감독 발탁하고 제작사 신뢰
2008년 영화계의 ‘꾼’들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뉴)라는 이름의 중소 배급사를 차려 조용한 걸음을 뗐다. 그리고 5년….
이들이 2013년 한국 영화계 흥행을 접수했다. 3대 배급사의 철옹성을 흔들고 있는 영화계의 ‘변종집단’을 만났다. 2267억3278만원. 11일 현재 영화사 ‘뉴’(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올해 상업영화 6편으로 거둬 올린 매출액이다. 5편의 독립영화를 포함해 관객수로는 올해 12월초까지 한국 영화 관객 1억1680만명 가운데 3158만명(29.3%), 영화 관객 3명 가운데 1명이 ‘뉴’가 배급한 영화를 본 셈이다. 올해 영화판은 ‘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영화계의 ‘꾼’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중소 배급사인 뉴는 5년 만에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라섰다. 뉴는 지난해 말 개봉해 올해 초까지 흥행한 <반창꼬>(247만명)를 시작으로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인 <7번방의 선물>(1281만명), 그리고 <신세계>(468만명)와 <몽타주>(209만명), <감시자들>(550만명), <숨바꼭질>(560만명) 등 배급한 6편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모두 제작비 50억원 이하의 중소형 영화인데도 편당 평균 396억원을 벌어들였다. 한국 영화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은 불과 30% 정도. 뉴는 믿기 어려운 6연타석 홈런을 쳤다. 대기업 계열 3사가 장악한 시장에서 중소기업 규모인 ‘변종집단’이 일대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뉴는 2000년대 한국 영화계의 ‘선수’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출범부터 관심을 끌었다. 오리온 계열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와 극장 메가박스 사장을 지낸 김우택 대표가 회사 설립을 주도했고, 여기에 극장 프로그래머 출신인 장경익 영화사업부 대표가 합류했다. 실무진을 이끌며 ‘야전사령관’ 구실을 하는 김형철, 김재민, 박준경 본부장도 영화계에서 십수년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뉴의 약진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직원이 30여명에 불과하고, 배급사이면서 극장도 없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뉴가 믿기 어려운 성적을 거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결정은 모두 함께, 정해지면 일사천리 영화사 뉴에서 실무를 이끄는 ‘3인방’인 김형철 투자 총괄 본부장, 김재민 배급 총괄 본부장, 박준경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전직원이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낸 뒤 영화를 선택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빠르고 강력하게 집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힘 덕분”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뉴는 영화를 고를 때, 투자·배급·마케팅팀을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시나리오를 읽고 의견을 내는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일종의 ‘집단지성’ 활용 방식이다. 시나리오 접수창구인 한국영화팀 구성원 가운데 누구라도 이거다 싶은 ‘느낌’이 오면 회사 전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김우택 대표부터 신입사원까지 시나리오를 읽은 뒤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많은 직원이 공감한 영화는 무조건 영화화한다. 투자 배급사를 찾지 못해 영화화가 어려운 처지였던 <몽타주>와 <숨바꼭질>이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김형철 본부장은 “가끔 동료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 미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단 선택한 영화를 믿어버린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상호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정인에게 결정권이 일임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에서 실타래를 풀어가는 이런 원칙은 “영화의 성패는 책(시나리오)에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난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또한 이런 원칙 덕분에 연출 경험이 일천해도 직접 시나리오를 쓴 신인 감독들이 과감하게 기용됐다. <감시자들>의 김병서·조의석 감독, <숨바꼭질> 허정 감독, <몽타주> 정근섭 감독, <신세계> 박훈정 감독 등이 모두 연출 경험이 전무하거나 1~2차례 불과한 감독들이었지만 연출을 맡아 대박을 만들어냈다. 19일 개봉하는 <변호인>도 초짜 연출가인 양우석 감독을 기용했다. 단점이 될 수 있는 ‘작은 조직’이라는 조건도 빠른 의사결정 체계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올인 전략’으로 장점으로 바꿨다. 김재민 본부장은 “작은 회사라는 것이 오히려 ‘영화 콘텐츠’라는 본질과 배급과 마케팅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열어라, 소통하라, 공감하라-‘파트너’에게
영화계에선 뉴의 또다른 성공 비결로 ‘파트너에 대한 소통과 공감’을 꼽는다. 특히 투자·배급을 빨리 결정해 제작사 쪽 입지를 열어주고, 감독의 연출 의도를 최대한 존중하는 ‘열린 자세’가 최고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숨바꼭질>을 제작한 ‘스튜디오 드림캡쳐’ 김미희 대표는 “일부 투자·배급사들이 영화 제작에 직접 관여를 하면서 오히려 영화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들이 있는데, 뉴는 투자 여부와 배급시기 등 큰 부분만 합의되면 전문적인 부분을 제작사에 완전히 맡기고 블라인드 시사 때까지 믿고 기다려 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투자나 캐스팅, 배급시기를 놓친 뒤 땅을 치는 회사들이 많은데, 뉴는 영화가 대중들한테도 소비될 수 있는 시점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뉴의 급성장은 경쟁자들한테도 충격과 자극을 주고 있다. 한 대기업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뉴는 <변호인>처럼 대기업들이 선택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영화들도 철저히 상업성만 보고 도전하는 강점이 있다. 뉴한테 자극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쟁사 관계자도 “새 경쟁자의 등장은 한국 영화계뿐 아니라 배급시장에도 좋은 신호”라고 평하고, “뉴로서는 기업이 더 커졌을 때 기존 방식으로 한계에 도달할 수 있는데, 앞으로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에 따라 미래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며 뉴의 행보를 주목했다.
뉴는 올해 마지막 영화 <변호인>을 곧 내놓는다. 16일부터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로 새 영역에 도전하고, 새해에는 코스닥 상장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제작비 100억원대 영화들로 외연 넓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짧은 기간에 이뤄낸 돌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이들이 2013년 한국 영화계 흥행을 접수했다. 3대 배급사의 철옹성을 흔들고 있는 영화계의 ‘변종집단’을 만났다. 2267억3278만원. 11일 현재 영화사 ‘뉴’(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올해 상업영화 6편으로 거둬 올린 매출액이다. 5편의 독립영화를 포함해 관객수로는 올해 12월초까지 한국 영화 관객 1억1680만명 가운데 3158만명(29.3%), 영화 관객 3명 가운데 1명이 ‘뉴’가 배급한 영화를 본 셈이다. 올해 영화판은 ‘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영화계의 ‘꾼’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중소 배급사인 뉴는 5년 만에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라섰다. 뉴는 지난해 말 개봉해 올해 초까지 흥행한 <반창꼬>(247만명)를 시작으로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인 <7번방의 선물>(1281만명), 그리고 <신세계>(468만명)와 <몽타주>(209만명), <감시자들>(550만명), <숨바꼭질>(560만명) 등 배급한 6편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모두 제작비 50억원 이하의 중소형 영화인데도 편당 평균 396억원을 벌어들였다. 한국 영화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은 불과 30% 정도. 뉴는 믿기 어려운 6연타석 홈런을 쳤다. 대기업 계열 3사가 장악한 시장에서 중소기업 규모인 ‘변종집단’이 일대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뉴는 2000년대 한국 영화계의 ‘선수’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출범부터 관심을 끌었다. 오리온 계열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와 극장 메가박스 사장을 지낸 김우택 대표가 회사 설립을 주도했고, 여기에 극장 프로그래머 출신인 장경익 영화사업부 대표가 합류했다. 실무진을 이끌며 ‘야전사령관’ 구실을 하는 김형철, 김재민, 박준경 본부장도 영화계에서 십수년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뉴의 약진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직원이 30여명에 불과하고, 배급사이면서 극장도 없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뉴가 믿기 어려운 성적을 거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결정은 모두 함께, 정해지면 일사천리 영화사 뉴에서 실무를 이끄는 ‘3인방’인 김형철 투자 총괄 본부장, 김재민 배급 총괄 본부장, 박준경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전직원이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낸 뒤 영화를 선택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빠르고 강력하게 집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힘 덕분”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뉴는 영화를 고를 때, 투자·배급·마케팅팀을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시나리오를 읽고 의견을 내는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일종의 ‘집단지성’ 활용 방식이다. 시나리오 접수창구인 한국영화팀 구성원 가운데 누구라도 이거다 싶은 ‘느낌’이 오면 회사 전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김우택 대표부터 신입사원까지 시나리오를 읽은 뒤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많은 직원이 공감한 영화는 무조건 영화화한다. 투자 배급사를 찾지 못해 영화화가 어려운 처지였던 <몽타주>와 <숨바꼭질>이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김형철 본부장은 “가끔 동료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 미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단 선택한 영화를 믿어버린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상호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정인에게 결정권이 일임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에서 실타래를 풀어가는 이런 원칙은 “영화의 성패는 책(시나리오)에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난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또한 이런 원칙 덕분에 연출 경험이 일천해도 직접 시나리오를 쓴 신인 감독들이 과감하게 기용됐다. <감시자들>의 김병서·조의석 감독, <숨바꼭질> 허정 감독, <몽타주> 정근섭 감독, <신세계> 박훈정 감독 등이 모두 연출 경험이 전무하거나 1~2차례 불과한 감독들이었지만 연출을 맡아 대박을 만들어냈다. 19일 개봉하는 <변호인>도 초짜 연출가인 양우석 감독을 기용했다. 단점이 될 수 있는 ‘작은 조직’이라는 조건도 빠른 의사결정 체계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올인 전략’으로 장점으로 바꿨다. 김재민 본부장은 “작은 회사라는 것이 오히려 ‘영화 콘텐츠’라는 본질과 배급과 마케팅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