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일부 내용.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제공
청소년영화제 통해 회의록 입수
부산영화제 지원 삭감 논리 없어
부산영화제 지원 삭감 논리 없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것을 두고 정치적 보복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영진위가 졸속으로 영화제별로 지원금 배분을 결정한 사실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됐다. 또 영진위의 한 직원은 20일 서울 충무영상센터에서 관련 회의록을 열람하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고 이를 취재하던 기자의 취재수첩을 빼앗아 찢은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청소년영화제는 이 회의에서 지원금이 전액 삭감됐다.
<한겨레>가 21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통해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영화제 지원금을 결정하는 예비심사위원들의 예산 나누기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먼저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두고 심사위원 5명중 3명은 8억원 이하를, 1명은 12억원을 주장하다 결국 다수결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전주가 7억 받으니 부산은 7억5천 주자” “그럼 부천(영화제)은 6억?” 등의 발언을 했고, 이를 두고 심사위원중 한명은 “지금 우리가 티브이 사느라고 흥정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국제영화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는 한 영화제에 대해선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가) 진짜 좋대요. 음식도 좋고 가능성이 높대요”라며 분위기를 몰아가자 그 자리에서 지원하는 쪽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이들은 또 한 작은 영화제에 대해선 “좀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줄 수도 있다. 1억 정도”라며 부산영화제 삭감 뒤 남는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의논하기도 했다.
영진위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요구에도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 7일 영진위 항의방문 직후 공개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예심 회의록을 보면)부산 영화제 지원삭감에 대한 어떤 논리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며 “최종 의결기구인 9인위원회 회의록을 마저 공개하라고 했지만 영진위쪽은 또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영진위는 지난달 30일 사전협의도 없이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을 지난해 14억5천만원에서 40%나 삭감된 8억원으로 확정 발표해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진위가 ‘임금 소송과 관련된 분쟁이 있는 단체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매해 주던 2억원의 지원금 철수를 결정한 과정도 졸속이었다는 게 일부 확인됐다. 이 영화제 엄진화 사무국장은 “회의록을 보면 위원 절반이 아직 (임금체불이)수사중인 사안이므로 우선 지원금을 주고 수사결과에 따라 철수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영진위쪽 관계자로 보이는 위원들이 철수로 몰아갔다”며 “눈밖에 난 영화제들을 솎아내기 위한 회의였다”고 주장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지난해 스태프 2인에게 22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진위가 주관하는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됐지만, 영화제 쪽은 “이들이 우리 영화제 관련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2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상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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