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뱅상 랭동, 레아 세이두.
내일 개봉 ‘어느 하녀의 일기’
6일 개봉하는 <어느 하녀의 일기>는 프랑스 작가 옥타브 미르보가 1900년에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우리에겐 낯선 이야기일지 몰라도 발간 당시부터 큰 인기를 얻어 유럽 각국에 번역된 고전이다. 1946년과 1964년에 이미 두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가 95분짜리 짧은 분량으로 많은 부분을 생략하며 만들어진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소설이 원작…영화로는 세번째 작품
드레퓌스사건 등 19C말 프랑스 배경 <어느 하녀의 일기>는 주인공 셀레스틴이 한 시골 마을에서 부유하지만 인색하기 짝이 없는 랑레르 부부 집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집엔 어딘지 수상쩍은 정원사 조제프와 늘 술에 취해 있는 다른 하녀 마리안이 살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부패한들 주인을 닮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무정부주의 성향의 지식인이었던 작가는 소설에서 부르주아들이나 성직자, 지식인 계급 등의 위선과 파렴치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반유대주의와 드레퓌스 사건이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진다. 영화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같은 낭만을 품은 시대극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 이것이다. “다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위선적이고 비겁하고 역겨운” 부르주아들과 “아침엔 나리와 자고, 점심엔 나리 아들과 자야 하는” 하녀들에겐 사랑 따위가 머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소설은 가끔 하녀의 꿈꾸는 눈으로 낭만을 그리기도 한다. 셀레스틴은 랑레르 부부와 살기 전 젊고 병약한 조지의 하녀로 일하며 그와 사랑에 빠진다. 조지가 피를 토하며 병과 싸울 때도 사랑으로 그의 옆을 지켰다. 1946년 장 르누아르 감독 영화에선 원작을 상당히 고쳐서 조지가 조제프와 결투 끝에 조제프를 죽이고 셀레스틴과 먼 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1964년 루이스 브뉴엘 감독 영화에선 셀레스틴은 동네 소녀를 강간, 살해한 범인으로 조제프를 고발하고 난 뒤 옆집 퇴역군인과 결혼해 산다. 셋 중 원작에 가장 충실한 이 영화에선 셀레스틴은 조제프에게 끌리는 마음을 누를 수 없어 괴로워한다. 주인들에게 노예거나 애완동물로 여겨지는 시궁창 같은 나날이지만 젊은 하녀는 울적하고 피곤했던 자신의 젊음에 대해, 계속 떠돌아다녔던 삶에 대해 가끔 생각하고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멜로 드라마 <나쁜 사랑>을 만들었던 브누아 자코 감독은 이 일기에서 주로 낭만적인 요소를 추려냈다. <미션 임파서블4>와 <그랜드 센트럴> 등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활약했던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는 감독이 생각하는 벨 에포크라는 화려한 시대의 이미지를 그리기에 제격인 배우다. 지독한 추남이지만 관능적인 조제프 역은 <더 메저 오브 어 맨>으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뱅상 랭동이 연기했다. 감독은 소박한 프랑스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관능적이고도 탐욕스러운 이미지를 화보처럼 편집한다. 편집방법은 지나치게 스타일리시해서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파리와 시골을 오가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회상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플래시백조차 생략되어 있다. 한국어로 처음 번역된 <어느 하녀의 일기>(책세상 펴냄)를 보면 영화의 결말 이후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수키픽처스 제공
드레퓌스사건 등 19C말 프랑스 배경 <어느 하녀의 일기>는 주인공 셀레스틴이 한 시골 마을에서 부유하지만 인색하기 짝이 없는 랑레르 부부 집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집엔 어딘지 수상쩍은 정원사 조제프와 늘 술에 취해 있는 다른 하녀 마리안이 살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부패한들 주인을 닮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무정부주의 성향의 지식인이었던 작가는 소설에서 부르주아들이나 성직자, 지식인 계급 등의 위선과 파렴치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반유대주의와 드레퓌스 사건이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진다. 영화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같은 낭만을 품은 시대극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 이것이다. “다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위선적이고 비겁하고 역겨운” 부르주아들과 “아침엔 나리와 자고, 점심엔 나리 아들과 자야 하는” 하녀들에겐 사랑 따위가 머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소설은 가끔 하녀의 꿈꾸는 눈으로 낭만을 그리기도 한다. 셀레스틴은 랑레르 부부와 살기 전 젊고 병약한 조지의 하녀로 일하며 그와 사랑에 빠진다. 조지가 피를 토하며 병과 싸울 때도 사랑으로 그의 옆을 지켰다. 1946년 장 르누아르 감독 영화에선 원작을 상당히 고쳐서 조지가 조제프와 결투 끝에 조제프를 죽이고 셀레스틴과 먼 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1964년 루이스 브뉴엘 감독 영화에선 셀레스틴은 동네 소녀를 강간, 살해한 범인으로 조제프를 고발하고 난 뒤 옆집 퇴역군인과 결혼해 산다. 셋 중 원작에 가장 충실한 이 영화에선 셀레스틴은 조제프에게 끌리는 마음을 누를 수 없어 괴로워한다. 주인들에게 노예거나 애완동물로 여겨지는 시궁창 같은 나날이지만 젊은 하녀는 울적하고 피곤했던 자신의 젊음에 대해, 계속 떠돌아다녔던 삶에 대해 가끔 생각하고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멜로 드라마 <나쁜 사랑>을 만들었던 브누아 자코 감독은 이 일기에서 주로 낭만적인 요소를 추려냈다. <미션 임파서블4>와 <그랜드 센트럴> 등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활약했던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는 감독이 생각하는 벨 에포크라는 화려한 시대의 이미지를 그리기에 제격인 배우다. 지독한 추남이지만 관능적인 조제프 역은 <더 메저 오브 어 맨>으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뱅상 랭동이 연기했다. 감독은 소박한 프랑스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관능적이고도 탐욕스러운 이미지를 화보처럼 편집한다. 편집방법은 지나치게 스타일리시해서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파리와 시골을 오가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회상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플래시백조차 생략되어 있다. 한국어로 처음 번역된 <어느 하녀의 일기>(책세상 펴냄)를 보면 영화의 결말 이후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수키픽처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