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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아이돌을 소비하는 또 다른 방법 ‘기록영화’

등록 2015-08-30 19:24수정 2015-09-02 16:41

에스엠타운 더 스테이지
에스엠타운 더 스테이지
기획사 제작 ‘SM타운 더 스테이지’
소속 가수 세계공연 뒷얘기 다뤄
공연DVD 판매 저조…극장판 추세
사실상 팬 겨냥 영화 완성도 부족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에스엠타운 더 스테이지>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에 대한 기록영화면서 기획사에서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영화다. 관객들은 “엑소가 너무 많이 나온다”와 “엑소가 너무 적게 나온다”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2014년 8월부터 10월까지 도쿄, 상하이, 타이베이를 돌며 열린 에스엠 세계 투어 ‘에스엠타운 라이브 월드4’를 담은 이 영화엔 엑소,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 모두 58명의 뮤지션과 스태프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스타만 보고 싶어하는 배타적인 아이돌 문화 때문에 아이돌 영화는 초호화 캐스팅일수록 관객 동원율은 떨어지는 이상한 장르다. 엑소만 나왔다면 훨씬 많은 관객을 동원했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개별 아이돌에게 맞춰지지 않았다.

“듣기 좋은 팝적인 요소를 꽉 채워 노래하는 가수들은 널렸다. 그러나 이렇게 딱딱 맞추는 군무와 퍼포먼스는 세계에서 우리밖에 못한다.” 영화 속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의 말은 그들이 ‘에스엠’을 내세우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혼자선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룹일 때 음악인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룹들은 또 기획사를 통해서만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장현진 에스엠 컬처앤컨텐츠 드라마팀장은 “회사의 자체 브랜드로 콘서트를 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우리가 케이팝을 선도했던 시절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기록 욕구’를 강조했다. 에스엠은 어린 연습생부터 모두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스타가 되면 그 자료들은 다큐멘터리나 뮤직비디오에 간간이 등장하며 ‘아이돌 성장기’를 완성한다. 이번 <에스엠타운 더 스테이지>는 에스엠을 마치 살아있는 하나의 아이돌처럼 여기고 기록한 영화인 셈이다.

2012년 에스엠이 <아이엠> <에스엠타운 라이브 인 도쿄>로 첫 기록영화를 내놓았을 때, 다른 아이돌의 기록영화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튜브가 발달하면서 그전까지는 디브이디로 팔리던 공연 실황이 무료 동영상으로 나오자 아이돌 산업은 극장에서 출구를 찾으려 했다. 아이돌 영화가 대부분 입체영상물인 이유는 제작자들이 처음엔 극장에서 상영하는 공연물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돌 영화를 제작,배급한 골든타이드픽처스의 양건의 대표는 “공연 실황이라고 해도 일단 극장을 한번 거치면 이야기가 있는 ‘오빠들의 영화’로 재포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돌 영화는 팬 문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팬들은 극장에서 가수들이 장난치고 애정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환호한다.

<에스엠타운 더 스테이지>는 24일 관객 3만명을 넘겼다. 2014년 개봉한 <그로: 인피니트의 리얼 청춘 라이프>가 4만명, 가장 적은 아이돌 다큐멘터리도 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아이돌 영화의 기본 관객은 탄탄하지만 그 숫자 이상도 쉽지 않다. 양건의 대표는 “영화적 의도가 있어야 아이돌 팬을 넘어설 수 있는데 그것이 어렵다”고 했다. 기획사에서는 영화의 완성보다 아이돌의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주말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아이돌 공연이 열릴 때마다 수십대의 카메라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 그들의 공연을 바삐 기록한다. 그러나 카메라는 결코 아이돌에게 바짝 다가가지 못한다. <원 오브 어 카인드>(지드래곤), <신화 라이브>(신화) 등 지금까지 6편의 아이돌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했던 손석 감독은 “아이돌 신변잡기만으로 다큐멘터리가 될지 모르겠다. 메이킹 영상의 한계를 날마다 느낀다. 아이돌 영화는 팬덤에 갇혀 있다”고 했다. 걸그룹의 갈등과 불안을 담은 영화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2012)을 연출한 이학준 감독은 “기획사는 결코 위험한 장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이돌 영화의 분위기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레고처럼 끼워넣는 아이돌 산업의 분위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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