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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들고 북카페로…나는 ‘저잣거리형’ 작가!

등록 2015-10-07 19:25수정 2015-10-21 20:27

심리를 소재로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하는 웹툰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의 작업실은 이동식이다. 작가는 태블릿 컴퓨터와 카메라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웹툰으로 그려낸다.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심리를 소재로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하는 웹툰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의 작업실은 이동식이다. 작가는 태블릿 컴퓨터와 카메라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웹툰으로 그려낸다.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만화가의 작업실 ② 이종범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넓은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만화다. 시즌1과 2는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는 프로스트 박사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6월2일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시즌3은 프로스트 박사가 환자로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심리적 서사에 집중하는 태도와 정신병원이나 상담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등으로 만화는 어쩐지 병원이나 실험실 같은 무균질 공간에서 태어날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만화를 그리는 이종범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로 소개한 곳은 사람이 분주히 드나드는 서울 홍대 근처의 한 북카페였다.

화가가 하는 일에 더 치우쳐 있던 시절의 만화가들에게 그들의 작업실은 세월이 가면 재료와 화폭이 쌓여가는 화실과도 같았다. 지금 시대 웹툰 작가들은 이야기꾼에 가깝다. 이야기를 중시한다는 자신이, 그림으로 보도하는 기자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종범 작가는 물감·펜보다는 장비, 공간보다는 기동성을 중시한다.

“작가마다 주무기가 따로 있는데요, 그림에 주력하는 작가들은 여전히 작업실이 중요하겠지만 취재가 중요한 저 같은 사람들은 언제든 들고 뛸 수 있는 패키지 같은 게 필요해요.”

일주일에 한번 연재하는 그는 4주치를 한번에 작업한다. 2주일 동안 밖으로 돌아다니며 취재와 자료 조사를 하고 2주일 동안은 부천만화진흥원에 있는 작업실에서 4주분량을 그리는 그만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북카페는 이종범 작가가 취재하고 이야기를 정리하는 2주일 동안의 베이스캠프다.

화가보단 이야기꾼에 가깝다 생각
펜보단 장비, 공간보단 기동성 중시
4주치 작업중 2주는 외부 취재기간
태블릿·단축키 키보드·카메라 챙겨
카페에서 카페로 이동하며 작업

심리학 연구자 그린 ‘닥터 프로스트’
시즌3, 세월호 생존학생들 다뤄

컴퓨터와 연결해서 사물을 본떠 그리는 카메라.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컴퓨터와 연결해서 사물을 본떠 그리는 카메라.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주로 그림 마감을 하는 경기도 부천 만화영상원에 있는 작업실.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주로 그림 마감을 하는 경기도 부천 만화영상원에 있는 작업실.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키보드.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키보드. 사진 이야기나무 제공
북카페 한쪽에 짐을 풀자 이종범의 작업실이 만들어진다. 이야기 취재와 그림 마감을 해내야 하는 ‘이종범 패키지’의 내용물들은 이렇다. 노트북 컴퓨터 대신 화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태블릿 컴퓨터를 쓴다. 예전 만화가들이 좋은 종이와 펜을 고르듯 이종범 작가는 키보드와 카메라에 까다롭다. 두드리는 소리가 큰 기계식 키보드 대신 전자식 키보드를 쓴다. 그 옆엔 손바닥만한 키보드가 하나 더 놓인다. 프로게이머들이 쓰는 단축키만을 모아둔 키보드다.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에서 특정한 기능들을 주로 쓰는 웹툰 작가에게도 유용한 장비다. 마감이 임박하면 마치 게임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손놀림이 현란해진단다. 카메라는 사람의 여러 자세를 찍어서 바로 컴퓨터로 옮겨 그리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만화 말고도 책을 쓰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방송 <더 지니어스>에 나오기도 하는 등 여러 활동으로 분주한 탓에 그는 비행기 안에서 마감을 해본 적도 있다. 그래서 짐은 충전기와 케이블로 두툼하다.

“이번 시즌 취재는 쉽지 않았어요. 어떤 전공의의 도움으로 휴일에 의사 가운 빌려 입고 몰래 정신병원에 들어갔어요. 사진을 못 찍으니 병원 구석구석 봐두었다가 나오자마자 스케치했고요. 지금 원고에 나오는 병동도 실제 있는 정신병원 몇 개를 합쳐 그대로 재현한 거예요.”

가까운 사람의 죽음 뒤 남은 사람에게 찾아오는 죄책감을 다루는 <닥터 프로스트3>에서는 9월15일부터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 편이 시작되면서 웹툰 댓글창이 달아올랐다. 이 에피소드는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학생이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다루면서 처음으로 세월호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공개적으로 꺼내놓은 작품이 되었다.

“첫편을 시작하고 단원고 아이들이 메일을 보내서 만나게 됐어요. 저는 그들을 상담하고 치료했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렸지만 당사자들의 육성은 그와는 또 달랐어요. 정치적인 주제는 따로 있겠지만 저는 생존 학생과 부모, 그리고 죽은 학생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그들이, 우리가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를 그리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마친 이종범 작가는 또 보따리를 꾸려 다음 작업실로 향했다. 웹툰 작가들 중에서도 틀어박히길 좋아하는 ‘다락방 인간형’이 많지만 이종범은 ‘저잣거리형’이다. 이슈가 생기는 곳에 작업실을 펼쳐놓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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