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딘·잉그리드 버그만·에이미
세상떠난 예술가 영화 잇단 개봉
세상떠난 예술가 영화 잇단 개봉
창작의 비밀을 찾기 위해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봤더니, 삶 자체가 예술이었다. 배우 제임스 딘과 신인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이 보낸 한때를 그린 영화 <라이프>,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영화 밖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짧은 생을 담은 <에이미> 등 예술가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한다.
“날 유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 그렇게 물어봐놓고 정작 카메라 플래시나 사람들의 시선을 귀찮아하고 늘 피하기만 한다. <에덴의 동쪽>의 개봉을 앞둔 24살 배우 제임스 딘의 모습이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이 화보를 만들자고 했지만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은 절박한 마음과 유명세에 따르는 복잡한 감정들로 방황하던 딘은 데니스의 제안을 “악마와의 거래”라고 생각했다. 제임스 딘 역을 맡은 배우 데인 드한은 제임스 딘을 고스란히 재현할 자신이 없다면 5차례나 출연을 거절했다지만, 안톤 코르빈 감독은 재현이 아니라 불안하고도 아름다운 젊은 배우를 통해 저항 문화와 자본주의가 함께 부풀어오르던 시절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 등 단 세 작품을 남기고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죽은 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올라 ‘사후 후보’라는 말을 만들었다. 9월30일 사망 60주기를 맞은 그를 원래부터 알았던 팬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크린으로 부활한 그는 이번엔 ‘사후 팬’들을 만들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평생을 바쳐도 가지 못할 길을 어떤 사람은 단숨에 다다른다. 21살에 데뷔해 27살에 사망한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단 두장의 앨범을 냈지만 전세계 1500만장 이상이 팔리며 정상에 섰다. 물론 빈티지한 소울 음악, 지독하게 직설적인 가사와 날카로운 음악, 철저히 자신을 드러낸 음악을 만들었던 와인하우스가 남긴 것을 판매 기록만으로는 다 말할 수 없다. 영화 <에이미>는 1998년부터 13년동안 찍은 실제 영상 기록에다가 100여명을 추가로 인터뷰해서 만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결합한 와인하우스에 대한 방대한 전기다. “너무 유명해지면 자살해버릴 거에요.” 카메라 앞에서 겁없이 마리화나를 말면서 속시원히 웃어젖히던 18살 소녀는 죽기 얼마전쯤에 이렇게 말한다. “내 재능을 돌려주고 마음대로 길거리를 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와인하우스의 팬들에게는 ‘백 투 더 블랙’ 등 원래 에이미가 만들었던 거칠고 투박한 프로듀싱 이전 오리지널 음악이 축복처럼 뿌려지는 영화다.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은 버그만 자신이 필름 카메라로 기록하고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알려지지 않은 스타의 내밀한 생각과 삶을 비춘다. 늘 세계를 돌면서 살았던 그는 마지막까지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다. 초고층 두 빌딩 사이를 와이어로 연결해 걸은 프랑스 예술가 필리페 페팃의 실화를 다룬 <하늘을 걷는 남자>, 프랑스의 거장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영화 세계를 담은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도 상영중이다.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주인공 필리페 페릿은 “나는 내 스스로를 꿈에 가둔 죄수”라고 했다.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들 예술가들은 꿈에 갇힌 죄수면서도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꿈꿨던 사람들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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