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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악령과 말로 싸우는 두 남자의 액션

등록 2015-11-03 19:27수정 2015-11-03 20:50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6년만에 ‘검은 사제들’서 다시 만난 강동원·김윤석




■ 험난한 운명을 택한 강동원 천진하고 맑은 눈빛의 신학생. 아직 사제 서품을 받진 못했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운명이라고 여기는 최 부제(부사제). 악마 앞에 서서 자기 안의 어둠을 깨닫는 나약한 인간.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에 섬세한 숨을 불어넣었다. 어리숙한 듯도 맑은 듯도 한 최 부제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신부님과의 교류 덕분이라고 했다. “한 신부님을 찾아가 5일을 같이 지내고 집에 왔다가 다시 찾아가 하루를 더 지냈어요. 어느날 신부님께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뒷통수를 맞는 듯한 답을 들었거든요. ‘나는 귀만 빌려주는 거야.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하느님께 전달할 뿐이지’ 그러시대요. 신부는 어떤 마음도 품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죠.”

어리숙한 듯 맑은 듯 나약한 인간
영어·독일어·라틴어까지 극중 소화

“신부님과 생활하며 부사제 표현
귀신 쫓는 장면에선 무서운 상상”

시큰둥한 신부 홀로 남아 악령퇴치
초반엔 성직자보단 형사같은 느낌

“감독과 불화설? 보상 없는 길
이번 영화 가장 사랑하는 작품”

왼쪽부터 강동원, 김윤석.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부터 강동원, 김윤석.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2014년 미장센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영화의 원작이 됐던 장재현 감독의 앞선 단편 <열두번째 사제>를 보고 ‘단편영화를 뭐이렇게 상업적으로 찍었냐’ 했다더니 과연 그의 판단이 옳았다. <검은 사제들>은 ‘엑소시즘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였다. 영화는 귀신쫓는 의식이 이어지는 마지막 20분이 절정인데, 강동원은 낯선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귀신을 믿지는 않으니까 내가 극단적으로 두려워하는 것들을 여럿 상상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성경을 읽으며 영어, 독일어에다가 중국어, 일본어, 라틴어까지 무리없이 소화한 그는 실제로도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해왔다. “영어는 외국 친구들과 대화가 안되는 게 불편해서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일본어는 일본에서 독학을 조금 했다. 중국어는 잠깐 배우다 그만뒀다. 그럴려고 배운 게 아닌데 결국 이번 영화에서 잘 써먹었다”며 웃었다.

강동원은 부지런한 배우다. 올해만 3편의 영화를 찍었다. 올초 <검은 사제들> 촬영을 마친 뒤 봄부터 여름에 걸쳐서 배우 황정민과 <검사 외전>(이일형 감독)을 찍었다. 10월7일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촬영에 들어갔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안할 수 없는 작품도 있고,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영화가 안될 수도 있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하는 작품도 있어요. 선배들이 한국영화라는 판을 벌였으니까 후배로서 책임감 같은 게 있어요. 영화의 메시지? 난 그냥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약간의 책임감과 큰 재미. 지금은 이 두 가지 이유로 달린다.

■ 백전노장 구마 사제 김윤석 귀신을 쫓는 카톨릭교 구마 의식을 행하는 김신부는 영화 초반엔 성직자라기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은 형사처럼 보인다. 매사 시큰둥하고 독선적이면서 술이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악마에게 밀리고 모두 후퇴할 때 그만은 남아서 전선을 지킨다.

김윤석은 “김 신부는 신부같지도 않은 신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톨릭의 모든 예식을 행하고 영화의 종교적인 아우라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그런 점이 매력이 있었다”며 “의심을 받으면서 자기 길을 가는 김 신부의 모습에 끌려 <검은 사제들>을 찍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깡패 사제일 때나 끝까지 악의 근원을 캐는 구마를 행할 때나 이 영화에서 김윤석은 결코 과장하지 않으며 냉정히 현실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보이지 않는 악령과 보이는 사람들이 대결하는 스릴러인 <검은 사제들>은 “말로 하는 두 사람의 액션 영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만큼 강동원과 김윤석 두사람의 긴장관계가 중요했다. “<전우치>는 여럿의 길이 서로 얽히고 복선이 깔리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인간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길을 걸으며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기 때문에 인물들의 다양성보다는 밀도나 집중력이 중요했다”는 김윤석은 강동원과 거리를 좁혀가며 결말로 나아간다. 영화에서 냉정하기만 하던 그는 문득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좌절한 강동원을 다독인다.

노련함과 숙련의 힘이 배어나는 그를 두고는 “촬영 현장에서 감독 노릇을 한다”는 구설이 따르기도 했다. 감독과 불화한다는 소문에 대해 물었더니, 극중에서 김 신부가 최 부제(강동원)에게 했던 말로 답하며 웃었다. “너는 아무런 보상도 없고 아무도 몰라주는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김 신부의 말이 바로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영화에 쏟아지는 칭찬에 행복하다. 그는 “영화를 택하는 기준은 좋은 배역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라며 “<검은 사제들>은 <황해>와 함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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