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사진 뉴 제공
영화 ‘열정같은 소리…’ 정재영 인터뷰
“이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연극판이나 군대에도 있었고 영화계에도 있다. 새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구세대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비아냥대는 것 같지만 실은 진짜로 열정의 힘을 믿는 캐릭터다.”
현실의 부장은 미울지언정 영화 속 부장은 미워할 수가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배우 정재영(사진)은 25일 개봉하는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뻔한 부장 캐릭터를 조직을 위해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인간적 부장으로 바꿔버렸다.
스포츠신문 연예부장 역할 맡아
‘니들이 하는 게 뭐냐’ 특종 독촉
“아랫사람 비아냥대는 것 같지만
실제론 열정의 힘 믿는 캐릭터죠” “영화에서 하재관 부장을 두고 ‘소신있는 쌈마이(삼류)’라고 하는데 나와 비슷하다. 어릴 땐 길 가다가 얻어맞는 사람 만나면 끼어들고 교통사고 보면 쫓아가서 시시비비를 가렸는데 배우가 된 다음에는 그걸 못한다. 소신은 있는데 쌈마이로 산다.” 13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배우 정재영은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들까지 털어놓으며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벽을 금세 허물었다. 한 스포츠신문 수습기자(박보영)의 눈으로 언론과 연예산업의 속살을 그려낸 영화에서 정재영은 그 스포츠신문의 연예부장을 맡아 기자들을 쥐어짜고 휘두르며 특종을 뽑아내려 한다. 수습에게 “열정!”을 외치게 하는 장면이나 “니들이 하는 게 뭐냐”며 아랫사람들을 강타하는 대사들 일부는 정재영이 애드리브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이고 비슷하게 소신이 굴절되는 과정을 겪고 그 자리에 왔을 법한 하재관을 좀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부장이 수습기자에게 ‘너는 나보다 더한 속물이 될 것’이라고 질책할 때 공감이 많이 됐다”는 정재영은 “방관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충고는 그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올 한해 배우 정재영은 분주한 걸음을 걸었다. 9월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영화감독 역을 연기해 로카르노 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7월엔 난생처음 드라마 <어셈블리>에 출연해 정치인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청률을 바라고 드라마에 나온 건 아니다. 시청률은 안나오겠지만 내가 할 만한 드라마라고 판단했다. 그 전에 들어온 드라마들은 죄다 말랑말랑하고 뻔한 이야기들이었는데 그런 건 하기 싫었다. 배우도 작품을 하면서 삶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3편을 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된다는 용기 같은 거.” 2001년 <킬러들의 수다>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이제 하 부장만큼 연륜을 얻은 배우로서 요즘 그가 붙잡은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어도 항상 불안하다. 위만 쳐다보지 아래는 쳐다보는 법이 없다. 배우는 자기 확신 같은 걸 잡았다 놓쳤다 하면서 평생 사는 거 같다. 2보 전진 1보 후퇴하면서 조금씩 나아간다.” 올 한해는 분명 정재영에게 전진의 해였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니들이 하는 게 뭐냐’ 특종 독촉
“아랫사람 비아냥대는 것 같지만
실제론 열정의 힘 믿는 캐릭터죠” “영화에서 하재관 부장을 두고 ‘소신있는 쌈마이(삼류)’라고 하는데 나와 비슷하다. 어릴 땐 길 가다가 얻어맞는 사람 만나면 끼어들고 교통사고 보면 쫓아가서 시시비비를 가렸는데 배우가 된 다음에는 그걸 못한다. 소신은 있는데 쌈마이로 산다.” 13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배우 정재영은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들까지 털어놓으며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벽을 금세 허물었다. 한 스포츠신문 수습기자(박보영)의 눈으로 언론과 연예산업의 속살을 그려낸 영화에서 정재영은 그 스포츠신문의 연예부장을 맡아 기자들을 쥐어짜고 휘두르며 특종을 뽑아내려 한다. 수습에게 “열정!”을 외치게 하는 장면이나 “니들이 하는 게 뭐냐”며 아랫사람들을 강타하는 대사들 일부는 정재영이 애드리브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이고 비슷하게 소신이 굴절되는 과정을 겪고 그 자리에 왔을 법한 하재관을 좀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부장이 수습기자에게 ‘너는 나보다 더한 속물이 될 것’이라고 질책할 때 공감이 많이 됐다”는 정재영은 “방관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충고는 그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올 한해 배우 정재영은 분주한 걸음을 걸었다. 9월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영화감독 역을 연기해 로카르노 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7월엔 난생처음 드라마 <어셈블리>에 출연해 정치인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청률을 바라고 드라마에 나온 건 아니다. 시청률은 안나오겠지만 내가 할 만한 드라마라고 판단했다. 그 전에 들어온 드라마들은 죄다 말랑말랑하고 뻔한 이야기들이었는데 그런 건 하기 싫었다. 배우도 작품을 하면서 삶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3편을 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된다는 용기 같은 거.” 2001년 <킬러들의 수다>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이제 하 부장만큼 연륜을 얻은 배우로서 요즘 그가 붙잡은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어도 항상 불안하다. 위만 쳐다보지 아래는 쳐다보는 법이 없다. 배우는 자기 확신 같은 걸 잡았다 놓쳤다 하면서 평생 사는 거 같다. 2보 전진 1보 후퇴하면서 조금씩 나아간다.” 올 한해는 분명 정재영에게 전진의 해였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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