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인간은 괴물보다 더 나은 존재인가

등록 2015-11-17 20:53

‘괴물의 아이’ 25일 개봉
애니메이션은 개별 캐릭터가 아니라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 전체로, 그 규모와 철학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도 오는 25일 개봉하는 <괴물의 아이>를 비롯해 그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가상 세계를 구축해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늑대아이>(2012) 등에서 주인공들은 과거인지 미래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시간 속에서, 현실 세계의 뒤편처럼 설계된 유사 현실 속에 산다. <괴물의 아이>도 호소다 마모루 감독만의 가상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괴물의 아이>에서 사고로 가족을 잃은 9살 소년 ‘렌’은 시부야 뒷골목을 헤매다가 괴물들의 세계에 들어선다. 뒷골목 한쪽에 짐승 세계와 인간 세계를 오가는 길이 열리면서 견고했던 일상에 틈새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서도 주인공은 잘못해서 짐승 세계에 발을 디디는데 이 세계는 탐식과 탐욕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러나 호소다 마모루에게 괴물 세계는 강하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세상이다.

괴물세계로 간 아이 성장기
스승도 싸움꾼서 어른으로

‘늑대아이’가 어머니 영화라면
‘괴물의 아이’는 아버지가 중심

“인간을 이곳에 들여선 안 돼. 인간은 가슴에 어둠을 품고 있어서 어둠에 먹힐 수 있어.” 처음엔 오히려 짐승 세계의 주민들이 렌을 꺼린다. 그러나 전작 <늑대아이>에서 자연이 도시에서 쫓겨난 늑대아이를 품었듯이, 짐승 세계에서 있을 자리를 발견한 렌은 ‘큐타’로 이름을 바꾸고 ‘쿠마테츠’의 제자로 살아간다. 늑대나 괴물 등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한 감독의 태도는 한결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이 더 괴물 같은 존재다. 늑대아이나 괴물이란 존재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이 때문일까. 호소다 마모루 애니메이션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태어난 주인공들은 자유의 길을 따라 성장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소녀는 경험으로 배운다. <늑대아이>에선 아버지를 일찍 잃은 소년이 자연 속에서 그를 가르치고 보호하는 아버지들을 만난다. <괴물의 아이>에선 성장담이 한층 강화됐다. 큐타는 무술 스승 쿠마테츠와 그들을 지켜보는 짐승 세계 주민들의 따뜻한 시선을 요람 삼아 성장한다. 제멋대로 싸움꾼에 불과했던 쿠마테츠도 8년 세월 동안 그를 가르치며 어른이 된다.

한편으로 소림사 무술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바람대로 무술수련과 대결 장면이 주를 이루는 <괴물의 아이>는 <썸머 워즈>(2009)와 같은 계열의 액션영화다. <늑대아이>는 어머니의 영화라면 <괴물의 아이>는 아버지가 중심에 선다. 다만,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감독은 눈높이를 낮춰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덕분에 올여름 일본에서는 <쥬라기 월드><어벤져스3><미션 임파서블5>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누르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지켰다. 이런 상황이니, 호소다 마모루를 좋아하던 어른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처럼 단순해진 영화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1.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2.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3.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4.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5.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