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아이’ 25일 개봉
스승도 싸움꾼서 어른으로 ‘늑대아이’가 어머니 영화라면
‘괴물의 아이’는 아버지가 중심 “인간을 이곳에 들여선 안 돼. 인간은 가슴에 어둠을 품고 있어서 어둠에 먹힐 수 있어.” 처음엔 오히려 짐승 세계의 주민들이 렌을 꺼린다. 그러나 전작 <늑대아이>에서 자연이 도시에서 쫓겨난 늑대아이를 품었듯이, 짐승 세계에서 있을 자리를 발견한 렌은 ‘큐타’로 이름을 바꾸고 ‘쿠마테츠’의 제자로 살아간다. 늑대나 괴물 등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한 감독의 태도는 한결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이 더 괴물 같은 존재다. 늑대아이나 괴물이란 존재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이 때문일까. 호소다 마모루 애니메이션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태어난 주인공들은 자유의 길을 따라 성장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소녀는 경험으로 배운다. <늑대아이>에선 아버지를 일찍 잃은 소년이 자연 속에서 그를 가르치고 보호하는 아버지들을 만난다. <괴물의 아이>에선 성장담이 한층 강화됐다. 큐타는 무술 스승 쿠마테츠와 그들을 지켜보는 짐승 세계 주민들의 따뜻한 시선을 요람 삼아 성장한다. 제멋대로 싸움꾼에 불과했던 쿠마테츠도 8년 세월 동안 그를 가르치며 어른이 된다. 한편으로 소림사 무술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바람대로 무술수련과 대결 장면이 주를 이루는 <괴물의 아이>는 <썸머 워즈>(2009)와 같은 계열의 액션영화다. <늑대아이>는 어머니의 영화라면 <괴물의 아이>는 아버지가 중심에 선다. 다만,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감독은 눈높이를 낮춰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덕분에 올여름 일본에서는 <쥬라기 월드><어벤져스3><미션 임파서블5>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누르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지켰다. 이런 상황이니, 호소다 마모루를 좋아하던 어른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처럼 단순해진 영화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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