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영화사 진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위대한 자연 앞 인간 다룬
애니메이션 2편 잇단 개봉
신화·자연에 대한 경외와
생명에 대한 존중 느껴져
애니메이션 2편 잇단 개봉
신화·자연에 대한 경외와
생명에 대한 존중 느껴져
겨울방학, 극장가가 아이들 영화로 두둑해질 시간이다. 디즈니·픽사가 만든 <굿 다이노>가 7일 상영을 시작한데 이어 아일랜드 애니메이션 <바다의 노래:벤과 셀키 요정의 비밀>이 14일 개봉한다. 헐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와 유럽 작은 스튜디오가 각각 만들었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한 가지다. 모두 인간이라는 작은 생명체는 위대한 자연 앞에서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바다의 노래…>는 아빠와 동생 시얼샤와 함께 등대 인근 바닷가에서 살고 있는 소년 벤이 주인공이다. 엄마는 여동생 시얼샤가 태어나던 날 갑자기 사라졌다. 엄마가 ‘셀키의 노래’라는 자장가를 들려주던 시절 벤과 엄마의 침상은 만다라처럼 둥근 모양이었다. 완전함을 상징하는 원은 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형상을 이룬다. 둥근 모양으로 잠자리를 감쌌던 신화 속 요정과 파도들은 사라졌지만 벤이 어두운 숲길을 걸을 때, 동생 시얼샤를 데리고 동굴로 들어갈 때 둥근 세상은 때때로 그들 앞에 나선다.
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신령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 시얼샤가 나팔 고둥을 불면 세상의 선한 것들과 악한 것들이 일제히 깨어난다. 남매가 손을 붙들고 섬으로 돌아가려 애쓸 때 어떤 기운이 늘 그들을 감싸고 지켜주며 그들이 밟는 돌들이 반짝이며 용기와 안전을 당부한다. 톰 무어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툰 살롱’은 ‘유럽의 지브리 스튜디오’로 불릴 만큼 상상력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셀키’는 유럽 신화 속 바다표범 요정이다.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담고 있는 존재며 바다표범 가죽을 벗으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무어 감독은 아일랜드 해안을 여행할 때 물개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다고 낚시꾼들이 물개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 애니메이션을 구상했다고 한다. 믿음이 사라진 곳에서 인간은 자연을 해하지만 파도와 바람과 요정에 비하면 인간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디즈니·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에서 인간은 공룡을 따르는 강아지처럼 나온다. 공룡들은 6500만년 전 지구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영화는 운석이 지구를 비켜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으로 시작한다. 공룡들이 지구의 주인공으로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은 들짐승 중 하나일 뿐이다. 주인공 공룡 ‘알로’는 아파토사우루스 공룡으로 아무리 작아도 5m가 넘는 몸집이다. 그에 비해 알로와 친구가 된 인간의 어린 아이 ‘스팟’은 50㎝를 좀 넘는 키로 그려졌다. 용기없고 소심한 공룡 ‘알로’가 어느날 먼 곳으로 떠밀려가게 된다. 말도 안 통하지만 우정을 느끼는 알로와 스팟은 서로 도와가며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그동안의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다를 것 없는 줄거리지만, 주인공 공룡 옆에 왜소한 인간을 둬 관점의 전환을 유도한다.
“우리는 대자연을 절대 넘어설 수 없어. 다만 버텨낼 수는 있지.” 길에서 만난 스승들이 알로에게 한 말은 이 영화의 주제다. 밤이 되면 피어오르는 반딧불이들, 먹고 먹히는 동물들의 세계, 벌판을 달려가는 소떼 등 애니메이션이 자연의 장대한 풍경 묘사에 힘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룡이든 인간이든 어느 한 생명체가 지구를 독점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봤을 때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많았다. 부모와 아이가 이야기해야 할 대목이 많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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