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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억울한 ‘19금’ 횡재한 ‘15금’

등록 2016-01-20 21:03

영등위 ‘오락가락’ 청소년 관람 등급 잣대

“피투성이 이미지와 함께 개척지 전투와 폭력에 대한 강렬한 묘사, 성폭행과 언어, 짧은 누드 표현.” 미국영화협회(MPAA)가 영화 <레버넌트>(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에 미성년자 관람제한인 R등급을 매긴 이유다. “폭력성 및 선정적인 부분은 정당화하거나 미화되지 않게 표현되어 있고, 그 외 공포, 대사 및 모방위험 부분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으로 15살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 우리나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레버넌트>에 ‘15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한 이유다. <레버넌트>는 한국 영등위가 미국보다도 관대한 등급 판정을 내린 드문 사례로 꼽힌다. 또 누드와 성적 표현으로 R등급을 받은 <유스>(파올로 소렌티노 감독)도 한국에선 15살 이상이면 볼 수 있다.

<레버넌트>와 <유스>의 사례는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던 영등위의 태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러나 영등위는 지난해 12월24일 개봉한 <이웃집에 신이 산다>(자코 반도르말 감독)에 대해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내리는 등 여전히 기준이 모호함을 보여주고 있다. “선정적인 부분은 지속적으로 자극적이며 거칠게 표현되어 있고, 그 외 대사 및 모방위험 부분에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영등위 판단이지만 이 영화는 스위스에선 8살, 스웨덴에선 11살 이상이면 볼 수 있는 영화다. 신의 딸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각각 죽을 날짜를 알려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선 사도가 여자들이 알몸으로 걸어다니는 모습을 잠시 상상하는 장면, 한 나이 든 여성이 고릴라와 눈빛을 나누는 장면 정도가 있었을 뿐 수위 높은 성적 묘사는 없었다. 영등위의 ‘선정적’이라는 판정 기준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성폭행 장면 ‘레버넌트’ “봐도 돼”
성적묘사 약한 ‘이웃집…’ “못봐”
비슷한 소재도 선정성 판단 달라
“그때그때 다른 기준 가장 큰 문제”

비슷한 영화지만 다른 판정이 내려진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2월3일 개봉했던 영화 <극적인 하룻밤>(하기호 감독)과 올해 1월14일부터 상영을 시작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둘 다 원나잇 스탠드를 소재로 만든 영화지만 각각 청소년 관람불가와 15살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극적인 하룻밤>은 실제론 야한 장면이 거의 없는 영화였지만 주제의 유해성, 선정성, 대사의 저속성, 모방 위험 등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이외에도 폭력성과 약물·공포 표현 정도까지 포함해 7가지 기준으로 등급을 판정한다.

영화계는 <레버넌트>와 <유스>의 기준이 다른 영화에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은 나이듦을 돌아본다는 주제 의식과 노출 빈도 등에서 <유스>와 거의 비슷했고 성적인 언어 표현 등은 오히려 적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를 수입·배급한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우리나라가 독특한 성적 취향을 표현하는 데는 유독 보수적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은 하는데 정확하진 않다. 다들 운이 좋으면 청소년 관람가고 나쁘면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는다고 생각할 만큼 정확한 기준이 없이 그때그때 다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각 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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