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디어소프트 제공
[리뷰] 영화 ‘아버지의 초상’
노동시장서 상품가치 떨어진
한 인간의 곤란과 비애 그려
노동시장서 상품가치 떨어진
한 인간의 곤란과 비애 그려
28일 개봉하는 영화 <아버지의 초상>은 원래 프랑스에선 <시장의 법칙>(La loi du marche)이라는 제목의 영화였고 영문 제목은 <남자의 한계>(The measure of a man)였다. 원래는 노동시장에서 상품으로 취급되는 한 평범한 샐러리맨이 어떻게 하면 인간됨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였다면 한국에선 그가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점에 더 방점을 찍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인간적인 측면은 주로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고들 믿기 때문이었을까. 어쨌거나 이 영화는 상품이 되지 못한 한 인간이 느끼는 곤란과 비애에 대한 영화다.
부당해고를 당한 티에리(벵상 랭동)는 노조를 조직해 전 고용주를 고소하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에겐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으며, 지금 자신을 해고한 고용주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사람은 실업급여를 받을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이나 받게 한 직업교육기관 직원 같은 이들이다. 그는 특별히 신념이나 욕망이 강한 것도 아니고 쉽게 좌절하거나 불안해하는 성격도 아닌데, 일단 일자리를 잃고 나니 자꾸만 뒷걸음질쳐야 할 일 투성이다. 죽을 때까지 지니고 살려고 했던 이동식 주택도 헐값에 팔아야 할 처지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구직활동에 힘쓴 결과 가까스로 취직할 수 있었던 곳은 한 대형마트 경비직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그는 도덕적 시험대에 오른다. 여기서 한걸음 또 물러서면 그 뒤는 뭘까? 인간의 바닥을 보아야 할 벼랑이 아닐까? 티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큰 감정적 동요를 드러내지 않고 약간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그가 처한 딜레마를 표현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하고 답답해진다.
티에리 역할을 맡은 벵상 랭동을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배우가 일반인이며 벵상 랭동은 자신이 받는 출연료를 영화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다른 배우들의 출연료를 댔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로 2015년 25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를 만든 스테판 브리제 감독은 제작 노트에서 “지금까지 매 영화마다 한 개인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면서도, 사회적 배경과 사람을 따로 분리하여 조명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번 영화에선 그보다 한 단계를 넘어서려 했다. 직업 안전성이 없는 위태로운 상태의 남자를 통해 한 사람의 인간성과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나란히 병치하여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의 무자비함을 관찰할 차례였다”고 영화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