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리베트 감독
프랑스 영화의 누벨바그를 이끌었던 영화감독 자크 리베트가 2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난 자크 리베트 감독은 파리의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1950년대 누벨바그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치열한 평론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 뒤 장 르누아르와 자크 베케르의 조감독으로 일하는 한편 장뤼크 고다르 감독과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 등 누벨바그 세대의 기수들과 어울리며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섰다.
1960년 첫 장편작 <파리는 우리의 것>으로 데뷔한 자크 리베트는 <미치광이 사랑>(1968)과 <셀린과 줄리 배 타러 가다>(1974) 등으로 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그의 영화는 누벨바그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로 꼽히는데, <아웃원>(1971)은 무려 12시간 40분 길이의 영화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너무 길다는 이유로 티브이에서 상영을 거절당한 뒤 나중에 4시간짜리로 재편집되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누벨바그 감독들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왕성한 활동을 해왔던 자크 리베트는 <알게 될 거야>(2001), <마리와 줄리앙 이야기>(2003) 등으로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영화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으며 2009년 작 <작은 산 주변>이 마지막 영화가 됐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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