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기대되는 배우 강동원
검사외전
“이 영화의 장르는 강동원이다.” “요즘 영화는 기-승-전-강동원!”
이토록 힘센 ‘꽃미남’ 캐릭터는 없었다.
외모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데뷔 12년차 강동원의 파란만장 배우 성장담이 있다.
“아직 풋풋하다고요? 그럼 제 소년성을 활용해야죠. 하하.” 강동원도 자신의 강점을 안다. “제작자 마인드로 이야기하자면 연기를 잘하는 건 제 숙제이고 저의 그런 점을 이슈 삼아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감독님들 몫이죠.” <검은 사제들> 개봉을 앞둔 지난해 10월25일 인터뷰 땐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소년성을 적절히 활용한 <검은 사제들>이 540만 관객을 모은 지 3개월, 이번엔 꽃미남 외모를 자본 삼아 여자들을 홀리는 <검사외전>의 ‘사기꾼’ 역으로 강동원이 돌아왔다.
배우 강동원
‘가려진 시간’과 ‘마스터’
“앞으로 3년이 중요한 시기
어떤 연기자 될지 정해질듯” 자신의 말대로 <검사외전> 속 강동원은 “횟집 수족관에 있는 광어처럼” 춤추고 논다. “검사님, 저는 살면서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법정에서조차 사기를 치려드는 이 날건달은 권력 한복판에 뛰어드는 임무를 맡는데, 가는 곳마다 여자들을 홀리는 얼굴 덕에 무사통과다. 이 불가능한 작전 수행에 관객들도 그만 ‘강동원이니까’ 하고 납득해버린다. 배우 강동원의 외모를 십분 활용한 판타지인 셈이다. 영화 <검사외전>은 깡패 같은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감옥에서 만난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통해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이다. 특히 강동원의 의뭉스런 코믹 연기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강동원은 “원래 멋진 역할보다는 코미디를 더 좋아해요. 한치원은 한국 영화에서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라며 “나는 개그 욕심이 있고, 원래 웃긴 사람”이라고 말했다. 코미디 다음은 정극이다. <검사외전>이 개봉하는 날도 그는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을 촬영하는 중이었고, 곧 <마스터>(감독 조의석)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들 ‘왜 갑자기 소처럼 일하냐’고들 하시는데 전 항상 1년에 2편씩은 꾸준히 해왔어요. 항상 똑같았는데 10년 넘게 한 우물만 파니까 이제 내가 일하는 걸 알아차렸구나, 내가 말하는 걸 듣는구나 해요. 예전엔 듣지를 않으시더라고요.” 데뷔 12년차, <검은 사제들> 인터뷰 때만 해도 ‘일하는 재미’를 강조했던 그는 이번 인터뷰에선 자꾸 ‘앞날’을 말했다. “앞으로 3년은 배우로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내가 누군지, 어떤 연기자가 될 건지를 결정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은 혼자 못하겠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며 얼마 전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긴 그는 “아시아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좀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두드려 봐야겠다”고도 했다. <검은 사제들>의 성공 이후 그가 배우로서 자기 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것은 아닐까 짐작하게 되는 대목이다. 천진한 연기자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강동원은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늑대의 유혹
만찢남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늑대의 유혹>(2004) “신장 186㎝, 기적의 9등신! 인류의 범주를 뛰어넘었습니다.” 일본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부르짖음은 많은 이들의 것이다. 그는 일본의 한 한식당에서 우연히 강동원 사진을 보고 팬이 된 지 며칠 만에 한국으로 달려와서 단숨에 강동원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 자신의 경험담을 만화로 그리기도 했다. <늑대의 유혹>에서 여주인공의 머리에 우산을 받쳐주는 장면부터 “너희 확 망가뜨려 버린다”는 대사까지 강동원은 순정만화 주인공이 현실이 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었다. 그러나 그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 영화 사상 최고 관객을 동원했던 장동건과 원빈은 물론이고, 당시 로맨스물 섭외 1순위였던 정우성, 김래원에 견줘도 그는 신인일 뿐이었다.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 무대에 섰던 강동원은 모델로서 압도적인 후광을 갖췄지만, 타고난 외모 자본만으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영화계에서 돋보이는 존재로 남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형사:듀얼리스트
방랑 검객 <형사: 듀얼리스트>(2005)·<의형제>(2010)·<전우치>(2009)·<군도: 민란의 시대>(2014) “<늑대의 유혹>을 보자마자 <형사: 듀얼리스트>의 ‘슬픈 눈’이 저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확신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형사: 듀얼리스트>이명세 감독의 말이다. 강동원은 패션 화보와 활동 사진 사이에 있는 배우다.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가 화보가 될 만한 이 영화를 계기로 강동원은 정지된 사진에서 움직이는 영상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또 강동원은 전혀 다른 종류의 영화들을 떠돌았다. 쇼박스 김도수 한국영화본부장은 “강동원은 절대 두번은 비슷한 캐릭터를 하지 않는다”며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과 그의 유별난 소년 같은 측면이 만나니 어떤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배우가 됐다. 고정된 이미지를 갖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해왔다”고 했다. <그놈 목소리>를 시작으로 <전우치><초능력자><두근두근 내 인생><검은 사제들><마스터>까지 무려 6편 영화에서 강동원을 캐스팅한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모험적으로 선택하고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이 그의 최고 장점”이라고 했다.
그놈 목소리
초현실주의 <그놈 목소리>(2007)·<초능력자>(2010)·<검은 사제들>(2015) 영화평론가 황진미는 “강동원이 <그놈 목소리>에서 범인 목소리 역을 맡은 것은 신의 한 수”라며 “경상도 사투리,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목소리, 관객들이 떠올리는 소년 같은 그의 외모는 영화와 배우에게 여러 층의 이미지를 덧씌웠다”고 분석한다.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저쪽 세계에서 온 것 같은 그의 이미지는 사형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일 때보다는 초인(<초능력자>)이거나 최부제(<검은 사제들>)일 때가 오히려 더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형사: 듀얼리스트>가 배우 강동원의 자리를 마련해준 영화였다면 <검은 사제들>은 그를 하늘 높이 띄운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이명세 감독은 “그가 이 영화로 종교적인 기운마저 얻었으며 이제 앞으로 하는 영화에선 상대역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칭찬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
헛발질, 혹은 매력발산 <검사외전>(2016)·<두근두근 내 인생>(2014)·<엠(M)>(2007)강동원도 때로 실패한다. <엠(M)>은 관객 44만명에 그쳤으며 <두근두근 내 인생>은 “무난했지만 강동원만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강동원이 맡은 역이었던 ‘헛발 왕자’는 꼼꼼한 듯하면서도 영화를 할 때는 앞뒤를 재지 않는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별명이다. 그러나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는 “강동원은 망작과 흥행작 편차가 심하지 않아서 거의 모든 작품에서 손익분기점을 보장하는 유일한 배우”라며 “관객들은 스크린을 무대 삼아 강동원이라는 아이돌이 만족스러운 쇼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의 영화를 찾는다”고 했다. 황진미 평론가는 <검사외전>을 ‘강동원 화보 대방출 사건’으로 규정했다. “비주얼을 십분 활용한 <검은 사제들>과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활용한 <검사외전>을 연달아 찍으면서 팬들의 갈증을 모두 채웠다. 앞으로 새출발을 알리는 신호기도 하다.” __________
그리고? <가려진 시간>(2016 예정)·<마스터>(미정)강동원이라는 ‘장르’의 진화 방향을 두고는 견해가 갈린다. 황진미 평론가는 “강동원의 신비로움에 기댔던 영화들은 한결같이 좋은 평을 받았지만 현실적 캐릭터들은 그의 이미지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강동원의 정체성은 무엇보다도 초현실에 있다”고 단정한다. 반면 <검사외전>이일형 감독은 “그동안 판타지한 외모와 스타성이 그를 두겹 세겹 두르고 있었다면 <검사외전>을 통해 그는 초현실에서 대중적인 스타로 변하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차기작으로는 미스터리 드라마 <가려진 시간>과 현실적인 이야기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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