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위원장직 민간 이양 제안
이용관 집행위원장 동반사퇴 포석
이용관 집행위원장 동반사퇴 포석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사퇴하고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인사를 놓고 영화제 집행위 쪽과 갈등을 빚어온 부산시가 서병수 조직위원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동반사퇴의 포석을 깐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서 시장은 18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영화제 독립성 원칙을 재천명하는 취지에서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재위촉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며 “현재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강수연 위원장 단독체제로 갈지, 아니면 이용관 위원장의 후임 집행위원장을 선임해 계속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갈지는 좀더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관 개정을 통해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면 집행위원장 선임 과정에 부산시가 관여하지 않고 집행위원회와 영화계의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로 바뀐다.
서 시장의 이번 사퇴 발표를 두고는, 영화계는 물론 부산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반대해온 이용관 위원장의 사실상 ‘해촉’을 관철시키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분석이 영화계에서 나온다. 서 시장 본인도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는 만큼, 이 위원장을 재위촉하지 않더라도 큰 반대 없이 양해해달라는 뜻을 담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 쪽은 “서병수 시장이 영화제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단을 환영한다”면서도 서 시장이 실제로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시했다.
실제 부산시가 이날 언론에 배포한 ‘부산국제영화제 총회 안건’ 자료에는 ‘이용관 집행위원장 승인(안)’과 ‘정관 개정(안)’이 빠져 있다. 이대로라면, 오는 25일 열리는 총회에서도 서 시장 아닌 민간 조직위원장 선임을 위한 정관 개정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용관 위원장만 임기만료 형식으로 사실상 ‘해촉’되는 결과를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영화제 쪽 한 관계자는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면서도 총회 안건에 조직위원장 민간 이양안은 없고 사실상 이용관 해촉안만 있는 것은 부산시의 실천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며 서 시장의 사퇴 발표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쪽과 부산시 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제 쪽도 결국 서 시장의 사퇴와 정관 개정을 분명히 약속받는 조건으로 이 위원장 ‘해촉’을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한쪽에선 나온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상영된 이후 부산시는 영화제 쪽과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이 위원장을 ‘해촉’할 뜻을 비추자, 세계 유명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국내외 영화인들이 부산시를 비판하는 공개 편지를 보내는 등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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