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뷔드로 감독.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개막작 ‘본 투 비 블루’ 뷔드로 감독
약물중독·사고 딛고 일어서는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다뤄
약물중독·사고 딛고 일어서는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다뤄
28일 밤 9시, ‘오버 더 레인보’ 멜로디가 전주 거리에 울려퍼졌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본 투 비 블루>에서 쳇 베이커(이선 호크)가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곡을 영화 상영에 앞서 피아니스트며 영화 음악을 만든 데이비드 브레이드가 피아노로 연주한 것이다. 영화를 만든 로베르 뷔드로(42) 감독도 데이비드 브레이드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날 낮에 한국 기자들과 만난 뷔드로 감독은 “재즈라는 보편적인 음악, 사랑과 중독과 인종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 한국 관객이 이를 어떻게 볼지 무척 궁금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내 이름은 쳇 베이커, 재즈계의 전설이야”라는 대사로 시작한다. 한때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 불릴 만큼 준수한 외모에 천재 트럼펫 연주자였지만, 마약 중독자가 된데다 사고로 앞니가 모두 빠져 더 이상 트럼펫을 불기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한 여자를 만나면서 약을 끊고 다시 연습을 시작한다. “당시 미국 사회는 인종문제로 끓고 있었다. 흑인 여성을 만나고 재기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모습에 당시 사회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는 것이 뷔드로 감독의 생각이었다.
쳇 베이커를 연기한 이선 호크는 영화에서 주름지고 움푹 팬 얼굴로 등장해 소년처럼 가녀린 목소리를 지녔던 쳇 베이커의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감독은 1950년대를 보여주는 흑백 화면과 1960년대의 컬러 화면으로 즉흥연주와도 같았던 그의 삶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음악 감독 데이비드 브레이드는 ‘오버 더 레인보’나 ‘마이 퍼니 밸런타인’ 같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에 독특한 감성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았다.
“1960년대는 미국에서 재즈가 사라지던 시기다. 그 시절에 재즈로 다시 살아나야 하는 음악가의 이야기가 주는 감흥이 컸다.” 뷔드로 감독이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주영화제는 왜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택했을까? ‘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떠도는 지금, 감독의 말에서 ‘재즈’ 자리에 ‘영화’를 대체해 넣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전주/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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