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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바다보다 크고 하늘보다 넓은 할머니의 품

등록 2016-05-03 18:55

영화 ‘계춘할망’. 사진 (주)콘텐츠난다긴다 제공
영화 ‘계춘할망’. 사진 (주)콘텐츠난다긴다 제공
리뷰 l ‘계춘할망’

12년을 이사않고 기다린 손녀
정작 찾고보니 딱 봐도 날라리
눈물샘 너머 제주풍광은 덤
할망 할망 계춘할망. 손녀는 배가 고파도 화장실에서 똥돼지가 밀고 들어와도 안갯속에 잠깐 안 보여도 그렇게 불러댔다. 얇은 몸피의 해녀 할망(윤여정)은 내내 곁에 손녀를 두었다. 애지중지 업고 기른 손녀를 서울 갔다 들른 시장에서 잃어버리고 만다. 할망은 개발 광풍 속에서도 언제 올지 모를 손녀를 기다리며 부동산의 득달을 물리친다. 12년 만에 손녀를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할망은 딱 봐도 알겠는데 ‘날라리’로 변한 손녀 혜지(김고은)는 쭈뼛거리기만 한다.

<계춘할망>은 감독의 말대로 “내가 가장 잘 아는 감정을 가지고 접근”하는 영화다. 창(본명 윤홍승) 감독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가족애’는 감독만 잘 아는 감정이 아니다. 인류의 눈물의 원천이다. 특히 한국인이 5월이 되면 맞이하는 자세다. 영화는 ‘가족애’의 누선을 제대로 자극한다. 계춘할망이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눈물이 흐른다. 눈물의 전초전으로 입을 실룩거릴 때 관객이 먼저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의외의 선택이 적중했다. 악역을 도맡던 김희원이 아들처럼 계춘할망을 모시는 이웃집 석호로 캐스팅됐다. 역시 거센 이미지의 감독이자 배우 양익준이 혜지의 재능을 키워주는 반듯한 미술 선생님으로 나온다. 도회적인, 풀어쓰면 까칠하고 지적인 윤여정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는 할망으로 나온다. 2일 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여정은 “도회적인 이미지 소멸되셨습니다” 하는 이야기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창 감독은 “반대말로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를 골”랐다. “선입견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었다. 진짜처럼 다가올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계춘할망의 독특한 위치는 해녀라는 설정에서 온다. 계춘할망은 상군 해녀이다. 바람 모양새를 보고 바람 잦아든 바다를 찾아내 해녀들을 데리고 물질하러 간다. 할망의 테왁에는 ‘홍계춘’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다. 손녀는 할망을 ‘계춘’이라 이름 붙여 부른다. 바다의 할망은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 손녀를 기른다. 감독은 “해녀라는 직업이 숨을 참고 해산물을 따는 직업인데, 할머니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소중한 자연인 제주도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주 바다는 특별한 조연이다. 영화에서는 여러 번 “바다가 크냐 하늘이 크냐” 문답을 주고받는다. 육지 사람에게는 단번에 답할 질문이 제주 사람에게는 어렵다. 먹을 것을 내주고 사람을 거두는 바다가 큰지 천둥벼락이 치는 하늘이 큰지.

몇 개의 삐걱대는 장면·장치가 있다. 등장인물이 제주말을 쓰지 않는다. 윤여정은 “제주말이 영어보다 어렵다. 처음에 배워볼 요량으로 선생님을 모시기도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어미만 살리는 것으로 갔다. 한국영화에서 자막을 내보낼 순 없지 않나”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제주말을 한다는 가정이라면, 혜지가 사투리를 못 알아듣고 유독 기겁하는 장면이 이해가 안 간다. 어머니 손을 잡고라면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5월19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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