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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그날처럼 비 내리는 밤 음악영화 어때요?

등록 2016-05-10 19:25수정 2016-05-10 20:36

싱 스트리트.  사진 이수씨앤티 제공
싱 스트리트. 사진 이수씨앤티 제공
개봉 대기중인 음악영화들



한국인들이 음악영화를 유독 사랑하는 걸까. <비긴 어게인>을 보면 그렇다. 2014년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한국에서 342만명을 동원하며 세계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 음악영화 흥행 성적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 않다. 로커인 버클리 부자의 비극적 삶을 팀 버클리 추모공연을 계기로 그린 2010년 영화 <굿바이 버클리>, 싱어송라이터의 아내와 전기 작가의 사랑을 그린 <사랑과 음악 사이>, 비틀즈가 전성기 때 찍은 1964년작 <하드 데이즈 나이트> 등은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올해 여전히 많은 음악영화들이 개봉 대기 중이다. 이 영화들 중 <비긴 어게인>의 신화를 재연할 영화가 있을까.

‘싱 스트리트’

일진한테 맞고 신부한테 맞으며

한눈에 반한 여친 위해 밴드 급조

1980년대풍 노래 어필할지 미지수

‘본 투 비 블루’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 이야기

바닷가 연주 흑백영화처럼 각인

60년대풍에 슬픈 엔딩 고즈넉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는 음치여인

재산에 혹해 많은 이들이 ‘엄지척’

메릴 스트립의 음치연기 볼만

본 투 비 블루.  사진 유피아이 제공
본 투 비 블루. 사진 유피아이 제공
■ ‘진골’ 음악영화, 아일랜드판 ‘응팔’ 19일 개봉하는 <싱 스트리트>는 <원스> <비긴 어게인>을 감독한 존 카니 감독의 영화다. <원스>나 <비긴 어게인>의 주인공들이 모두 바닥을 친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싱 스트리트>도 음악을 통해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을 견딘다.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 14살 소년 코너(페리다 윌시-필로)의 아버지는 실직했고, 어머니는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생활이 힘든 부모는 코너를 전학시킨다. ‘남자처럼 행동하라’가 모토인 가톨릭학교에서 코너는 일진에게 맞고 신부한테 얻어맞는다. 코너는 한눈에 반한 라피나(루시 보인턴)를 위해 밴드를 급조하고 노래를 만든다.

음악영화의 흥행을 잇는 ‘적자’다. 전작처럼 음악은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원동력이다. 음모나 반전 등의 화려한 줄거리 없이 음악을 통해서 과거를 불러오고 감정의 완급을 조절한다. 전작보다 훨씬 더 웃음이 많다. 첫 키스 장면은 곱씹어 피식거려지게 귀엽다.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밴드를 한다는 것은 ‘록 입문의 흔한 이유’인데, 14살 꼬마가 멋져 보이는 것도 ‘흔한 록 스피릿’의 비밀이다.

이 영화 속 노래들은 1980년대 풍으로 일부러 지었다. 1972년생 감독은 자신이 코너 나이에 즐겨듣던 노래를 만든 게리 클라크를 무작정 찾아갔다. 변덕이 죽 끓는 청소년들의 음악은 ‘80년대’를 키워드로 디스코, 록, 발라드 장르가 종횡무진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원스> ‘폴링 슬로우리’나 <비긴 어게인> ‘로스트 스타즈’는 한국인이 유독 애정을 퍼붓는 어쿠스틱 발라드다. <응답하라 1988>이 한국 노래로 과거를 소환했지만 듀란듀란, 더 클래시, 모터헤드 노래로 한국 관객을 추억에 젖게 할지는 미지수다.

천국에 있는 것처럼.  사진 더콘텐츠온 제공
천국에 있는 것처럼. 사진 더콘텐츠온 제공
■ 음악영화? 인생영화! 6월 개봉하는 <본 투 비 블루>는 미국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쳇 베이커가 잘 나가던 시절을 지나 약물 중독으로 인생과 무대에서 이미 추락해버린 그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한다. 로버트 뷔드로 감독은 “뮤지션의 자서전을 보여주는 영화는 이미 질릴 만큼 많다”면서 “모든 것을 잃었고 다시 되찾으려고 하는 결말조차 해피 엔딩이 아닌 영화는 진짜 인생을 닮았다.

<위 플래시>는 피 터지는 드럼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었다면 <본 투 비 블루>도 피가 흐르는 트럼펫의 세계로 안내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비포 선셋>의 낭만적인 배우 이선 호크는 이 영화에서 앞니가 모두 빠져 틀니를 끼고서 다시 트럼펫을 연주하기 위해 분투하는 쳇 베이커를 고스란히 그려낸다. 그가 욕조에 앉아 피를 흘리며 트럼펫을 연주하는 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어떤 순간을 잡기 위해 버둥거리는 우리 모두의 분투를 뜻한다. 또 그가 파도에 발을 담그고 바다를 향해 트럼펫을 부는 장면은 오래된 흑백 영화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쳇 베이커의 음악과 정체성 자체에 진실하겠다는 각오”(로버트 뷔드로)로 만든 영화가 대중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쳇 베이커는 재기에 성공하지만 영화 결말은 대부분의 인생처럼 해피 엔딩이 아니다. 1960년대의 흐릿한 시대적 분위기, 영적인 감수성을 일깨우는 재즈 음악, 나이듦을 숨기지 않는 이선 호크의 얼굴 등은 영화의 작품성에 기여했지만 자칫 소수 관객들이 열광하는 영화로 제한될 위험도 크다.

■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음치와 감동의 합창

<마가렛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의 실존 모델로 내세운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도 찾아온다. 젠킨스 여사는 전형적인 음치임에도 그녀의 재산에 혹한 많은 이들이 호평 기사로 도배를 한다. 결국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속에서 여사는 카네기홀 공연을 한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코미디 영화로, 메릴 스트립이 노래 못하는 젠킨스 부인으로, 두 번째 남편이자 매니저로 휴 그랜트가 출연했다. 미국 여름 개봉.

<천국에 있는 것처럼>은 2004년작 스웨덴 영화다. 천재 작곡가는 고향에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찬송가를 가르친다. 그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삽입된 ‘가브리엘라 송’은 많은 이들의 감성을 노크했다. 5월26일 개봉.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의 놀라운 스토리는 이미 <마가렛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로 속속들이 알려졌다. <맘마미아>에서 노래 실력을 뽐냈던 메릴 스트립이 얼마나 노래를 못 불러줄까가 아이러니한 관전 포인트.

구둘래 남은주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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