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로망 포르노, 당신을 덮친다

등록 2016-05-11 19:01수정 2016-05-11 21:01

한국서 제1회 로뽀 필름 페스티벌

서울·부산·광주 등 5개 도시서
19일부터 고전작품 19편 선보여

일본 1970년대 영화산업 위기때
저예산으로 성인물 황금기 일궈
여성 중심 성적판타지 다루는 등
진보적 성의식 담은 유명감독도

지난 3월 일본 니카츠 스튜디오는 5명의 감독들을 모아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선 오는 19일부터 6월22일까지 서울, 부산 등 5개 도시에서 로망 포르노 고전 작품 19편을 상영하는 ‘제1회 로뽀 클래식 필름 페스티벌’이 열린다. 로망 포르노는 일본 니카츠 스튜디오가 1971년부터 1988년까지 제작했던 저예산 포르노 영화를 말한다. 28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일본 성애 영화의 한 장르가 새삼 호명되고 있다.

일본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생긴 지 104년이 된 일본 대형 스튜디오가 직접 나서서 소노 시온, 나카타 히데오, 유키사다 이사오, 시오타 아키히코, 시라이시 카즈야 등 유명 감독들에게 포르노 제작을 맡겼기 때문이다. 니카츠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과거 로망 포르노가 제작됐던 방식처럼 감독들에게 1주일 안에 각자 원하는 주제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시온 감독은 ‘아트’, 히데오 감독은 ‘레즈비언’, 이사오 감독은 ‘로맨스’, 아키히코 감독은 ‘싸움’, 카즈야 감독은 ‘사회파’를 주제로 잡았다.

로망 포르노는 일본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은 1970년대 감독과 제작사가 출구를 찾기 위해 만들어낸 저예산 성인물인 만큼 빨리 찍어 트는 게 필수였다. 일반 영화 예산의 4분의 1로 절반 정도의 스태프를 모아 7~10일 정도 찍고 2주에 2편씩 동시개봉하는 방식으로 16년 동안 1100편의 로망 포르노 작품이 나왔다. 70분 정도 길이에 10분에 한번 꼴로 베드신이 들어가는 등 장르의 규칙은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 호러를 대표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나 <굿, 바이>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타키타 요지로 감독 등은 정해진 틀 안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해 일본 성인영화 황금기를 이뤘다.

이번 로뽀 클래식 필름 페스티벌 상영 작품들의 층위는 다양하다. 하세베 야스하루 감독의 <폭행 잭더리퍼>(1974)는 폭력과 성의 상관 관계를 표현했다. <뒤가 참좋아>(1981)와 <간호기숙사>(1985)는 여성 시각의 성적 판타지를 녹인 작품으로 꼽힌다. 동성애와 양성애를 소재로 삼은 <수상한 여의사>(1983)는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니시무라 쇼고로 감독의 <착한 자매>에는 영화 <킬빌>에서 일본 식당 주인으로 나왔던 카자마츠리 유키가 언니로 나온다.

미 일리노이대에서 <한국 호스테스 영화>라는 논문을 썼던 김효정 박사는 “<벽 뒤의 비밀>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와카마쓰 코지 등 1세대 로망 포르노 감독들은 사회 억압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성적 표현을 채택했다”며 “여성 비하나 가학적 성애 등의 요소들을 가지곤 있지만 이 장르의 역사적 맥락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로망 포르노 관객의 30% 정도는 여성이었다. 니카츠가 로망 포르노 재시동에 나선 것도 향수를 느끼는 중년 관객 중심으로 대중적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어떨까? 포르노물 주 관람층인 남성들은 이미 인터넷 등으로 고강도 포르노물에 익숙한 터여서 로망 포르노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르노물에 표현된 작가적 관점에 주목하는 영화 마니아 층과 이야기가 있는 성애 표현 등에 더 끌리는 여성 관객들이 눈길을 줄 가능성은 있다.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서 수위아저씨라는 필명으로 영화평을 쓰는 한 누리꾼은 “성인 문화를 한 장르로 인정해달라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로뽀 클래식 필름 페스티벌 기간 동안 극장을 찾아 로망 포르노를 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번 페스티벌을 기획한 영화사 오렌지옐로우하임 이성재 대표는 “내년엔 더 큰 규모로 로뽀클래식 필름 페스티벌을 이어가고 아울러 폭력과 성애 묘사가 동반된 핑크 바이올런스전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하위문화 영화들을 극장에서 함께 보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1.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2.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3.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4.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5.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