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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선구매작 잘 나왔나, 숨은 보석 있을까

등록 2016-05-17 19:22수정 2016-05-17 20:33

칸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영화의 거리 뒷편에 있는 필름 마켓에서는 세계 영화배급사들의 판권 거래가 활발하다. 사진은 스튜디오 카날, 아임글로벌 등 해외판매사들 부스가 모인 필름 마켓 모습.
칸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영화의 거리 뒷편에 있는 필름 마켓에서는 세계 영화배급사들의 판권 거래가 활발하다. 사진은 스튜디오 카날, 아임글로벌 등 해외판매사들 부스가 모인 필름 마켓 모습.
레드카펫보다 뜨거운 칸 필름마켓

한국 수입사 50개서 150개로
다른 나라 비해 유독 경쟁 심해
선구매 계약, 예술영화로 번져

마렌 아데·켄 로치 감독작 눈독
토드 헤인즈 신작 ‘원더스트럭’
한국 10여개사가 경쟁 붙었다고

여성용·가벼운 볼거리 찾는 추세
선구매 3분의 1 건지면 성공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면 배우나 감독보다도 먼저 프랑스 칸에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국 영화를 수입하는 해외 영화구매 바이어들이다. 매년 1200~1500명이 영화제 본부 건물인 시네 드 팔레 뒷편에 있는 필름 마켓으로 모인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장터,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이 열렸다.

“성적표 받으러 갑니다.” 16일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 공식 상영회를 앞두고 만난 영화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의 말이다.지난 3월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이 영화에 대해 들은 유 대표는 칸 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두고 전자우편으로 수입계약을 확정했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심판 받으러 갑니다.” 누리픽쳐스 이용호 대표도 미리 계약했던 영화를 보러가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칸 영화제가 열리는 봄이 다가오면 전세계 수백개의 영화 판매사들은 자신들이 판권을 보유한 영화 소개서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박찬욱 감독 <아가씨>가 시사회를 열기도 전에 118개 국에 선판매됐듯 유명 감독이나 인기 배우의 영화, 좋은 시나리오로 만든 작품들은 칸 영화제에 오기도 전에 이미 팔리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특히 경쟁부문에서 상영되면 판권 값이 몇배로 올라가기 때문에 초청작을 발표하기도 전에 시나리오와 제작계획서만 보고 계약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영화는 제작과정에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영화제에서 ‘완제품’을 확인하는 일은 항상 두근거린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21편중 절반이 넘는 영화가 영화제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한국 수입이 확정됐다. 유현택 대표는 “일본은 여전히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수입을 결정하지만 최근 경쟁이 심해진 한국 수입사들은 영화 제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입계약을 맺는 상업영화 구매 패턴이 예술영화까지 번지고 있다”고 전한다. 올해 영화제 기간 동안엔 수입사들은 필름마켓에서 제작 계획서를 두고 경쟁을 벌이거나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 중에서 숨은 보석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엔 헝가리 출신 신인 감독 라즐로 네메스의 영화 <사울의 아들>이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독일의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이 비평가들에게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토니 어드만>에게 전세계 수입사들의 제안이 쏟아졌다는 소문이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는 호평이 쏟아지자 칸에서 바로 팔려 나갔다.

칸 영화제 시장은 대중들이 선호하는 영화 흐름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는 <토니 어드만> 외에도, <캐롤>을 만들었던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원더스트럭>, 재개봉 영화들과 빠삐용 리메이크 영화를 두고 한국 수입사들 간의 경쟁이 뜨거웠다. 특히 <원더스트럭>은 한달전 촬영에 들어가 2017년 하반기에나 상영할 수 있지만 한국의 10~11개 수입사가 경쟁을 벌였다는 소문이다. 콘텐츠게이트 김종호 이사는 “<캐롤>이 30만명 관객을 동원하면서 같은 감독의 작품에 관심이 쏠렸다. 전반적으로 여성관객을 위한 영화를 선호하거나 심오한 메시지보다는 가볍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는 추세”라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형래 아시아필름마켓 실장은 “지난해 제롬 파이야 칸 마켓 운영위원장이 ‘다른 나라 수입사들은 점점 줄어가는데 한국만 유독 늘고 있다. 무슨 이유냐’고 물을 만큼 한국 수입사들이 많아졌다. 몇년 전만 해도 50여곳 정도였던 수입사들이 이제는 최소 150곳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은 과열됐지만 다양성 영화 관객은 점점 줄면서 개업 1년안에 문을 닫는 회사도 많다. 이용호 대표는 “선구매하면 2~3년 뒤 영화가 완성돼서 나오는데 계약한 영화의 3분의1이라도 제작 의도와 비슷하게 나오면 성공이다. 대부분은 개봉도 하지 못하고 아이피티브이 등 2차 시장으로 보내야 하는 영화들”이라고 했다. 수입사 중 대형규모에 속하는 누리픽쳐스는 보통 1년에 25편 정도를 계약해서 그중 15편 정도만 개봉한다. 그나마 이 회사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9개국에 판권을 판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수입사들은 뜻밖에 큰 성공을 거뒀던 ‘제2의 <비긴 어게인>’ ‘제2의 <위플래시>’를 기대하며 칸으로 온다.

영화제 개막 6일째인 16일,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는 계약했던 짐 자무쉬의 <패터슨>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놓였다. 감독에 대한 ‘팬심’으로 진행했던 계약이 이렇게 순조로운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누리픽쳐스는 눈에 띄는 작품 5~6편을 두고 협상을 시작했다. 제작만큼이나 영화 수입은 영화에 대한 꿈이 담긴 ‘모험 사업’이다,

칸/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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