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형 장피에르 다르덴, 동생 뤼크 다르덴. 사진 남은주 기자
“자신의 책임을 직시하고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었다.” 19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 영화제 운영본부 팔레 드 시네마에서 만난 장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이번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 상영된 <언노운 걸>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벨기에의 형제 영화 감독인 다르덴 형제 감독은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칸 영화제에서 이미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10번째 장편영화인 <언노운 걸>로 세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칸 영화제 사상 최초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배우 아델 해넬이 연기한 <언노운 걸>의 주인공 제니 다빈은 작은 병원의 의사다. 어느날 병원 문을 닫은 뒤 인턴과 언쟁을 벌이느라 초인종이 계속 울려대는데도 응답하지 않았던 그는 병원 문을 두드리던 그 흑인 여자가 다른 병원으로 가려다 죽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죄책감을 느낀 제니는 폐회로카메라에 찍힌 죽은 여자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신분증이 없어 신원 미상으로 처리된 그의 이름과 가족을 찾으려 애쓴다. 윤리와 현실 사이 딜레마를 다룬 것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이번 영화 주인공은 자신의 윤리적 책무 앞에서 불안해하거나 갈등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이민자나 난민을 대하는 유럽인들의 태도를 상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동생인 뤼크 다르덴은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면서도 “우리는 개인의 도덕과 사회에 대한 진단, 두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제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유죄라고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과 양심을 직시한다”고 답했다.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에게 죽은 여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을 아느냐’고 캐묻고 다니는 주인공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골치아픈 존재가 된다. 경찰에 불려가고, 습격 당하고, 욕설을 듣는데도 멈추지 않으며 더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제안조차 거부하고 빈곤층 환자를 치료하는 주인공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캐릭터는 아닐까? 뤼크 다르덴은 “우리는 ‘이름없는 여자’라는 사회적 존재에 사로잡히게 되는 어떤 캐릭터를 그려내려고 했다”고 답했다.
불법이민과 노동 문제, 가족 해체 등 사회적 곤경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그려온 다르덴 형제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여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진료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와 윤리적 책임을 구현해야 할 의사라는 직업의 넓은 책무가 부각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환자들을 진료할 뿐 아니라 잠을 잊은 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쓴 결과 결국엔 사건에 말려들기를 거부하던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 뤼크 다르덴의 설명이다. 형 장피에르 다르덴은 “우리는 여자가 남자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에서 여자들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고 그럼으로써 자유롭다고 느끼며 좀더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칸/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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