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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나홍진 감독이 말하는 <곡성>의 5가지 비밀

등록 2016-05-21 17:13수정 2016-05-22 22:20

나홍진 감독. 남은주 기자
나홍진 감독. 남은주 기자
“모지리 같은 놈이 미끼를 통채로 삼켜 버렸구나.” 영화 <곡성>에서 무당이 한 말은 주인공 종구(곽도원)가 아니라 관객들을 가리킨 말일지도 모른다. 11일 개봉한 <곡성>이 2번째 주말을 맞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다른 해석들이 분분하다. 영화 곳곳엔 관객들을 혼란케 할 미끼를 드리워두었기 때문이다. 개봉 전날인 10일 진행된 유료시사회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때 진행된 기자 간담회 2번에 걸쳐 나홍진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이 인터뷰에는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여럿 있으므로 영화를 본 관객들만 읽을 것을 권한다.)

‘곡성’ 스틸컷
‘곡성’ 스틸컷

사람들은 어떻게 좀비가 되었는가

“그들은 좀비가 아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빙의된 사람들의 증상을 여럿 취재했는데 이상한 동작, 피부 발진, 공격성 같은 증상을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해서 그들의 증상을 모두 과장하고 조합해봤더니 좀비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버렸다. 좀비가 이런 건가, 그러면 장난 한 번 쳐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다.

‘곡성’ 스틸컷
‘곡성’ 스틸컷
일본 사람(쿠니무라 준)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일본 사람은 박춘배 사진을 놓고 뭔가 이상한 의식을 하는데 그를 구원하려는 것인지 해하려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날 아침엔 이유도 없이 카메라가 일본 사람의 일상을 처음으로 비췄다. 시장에 가서 제사지낼 닭을 사면서 흥정까지 한다. 나는 관객에게 미끼를 던졌다. 인간적인 몇몇 장면을 보여준뒤 그날 밤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외지인이 마을을 구원하려고 하는 행위일 수도 있겠구나 짐작하게끔 디자인했다.”

‘곡성’ 스틸컷
‘곡성’ 스틸컷

일광의 굿 장면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이 영화에서 막판 반전에 관객들이 가장 크게 놀랐는데 일광의 존재에 대한 의혹이 분분하다

“일광(황정민)이 살을 날릴 때, 그 살이 일본인에게 갔다고 여길 수도 있고, 효진(김환희)이에게 갔다고 여길 수도 있도록 편집했다. 마찬가지로 일본사람이 의식을 할 때 일광에게 맞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박춘배와 관련한 의식이라고 믿을 수도 있도록 장면와 장면을 교차 편집했다.

영화를 만들기 전 무속인들에게 ‘허주’, 헛된 주인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다. 무속인은 신을 만나는 사람이고 그 신이 자기 안에 들어오시기를 매일같이 기도한다. 그런데 잡귀가 들어왔는데 자신의 육체의 그릇에 비하면 그들의 힘이 너무 크게 느껴져 신으로 오인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악한 것들이 여러 차례 들어와 서로 합치고 커지면 신은 아니지만 믿지 못할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일광이 의지하는 힘이 이와 비슷한 것 아닌가 한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일광과 일본 사람, 둘 관계를 좀더 정리하는 마지막 신이 있었다.”

‘곡성’ 스틸컷
‘곡성’ 스틸컷

왜 종구가 그러한 일을 당해야 했는가. 무명은 ‘아비가 (외지인을) 의심하고 해쳐서’라고 답했는데, 의심하기 전부터도 종구네 가족에겐 어떤 징후가 보였다는 점에서 앞뒤가 바뀐 것이 아닌가

“영화를 만들기 전 성직자를 찾아다녔다. 몇 개의 상황을 놓고 질문하고 동냥하듯 답을 모았다. 다양한 종교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네팔과 일본도 갔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현존하는 종교는 신성할 정도로 정말 완벽하구나 느꼈다. 성직자들의 세계는 이렇듯 자기 완결적이고 완벽한데 내 마음은 여전히 납득이 안됐다.

여러해 전 이라크에서 누군가가 피살을 당한 경우가 있었다. 어떤 성직자에게 그분은 왜 돌아가셨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가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하다가 엄한 사람은 살인자로 만드는 죄를 저질렀다는 답을 듣고 경악했다. 무명(천우희)의 답변은 그런 마음을 일으키려 했다.

이 영화는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왜 피해자여야 했느냐가 중요한데 알고보면 누구도 피해자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건 아주 충격적인 얘기였다. 인간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있는데 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존재 이유는 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신께 말씀드리고 싶었다. 하나님 당신의 선과 존재 이유가 의심을 받고 있네요. 무명은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 감독에게 묻는 여러 이야기들은 하늘에 계신분께 질문하고 싶은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곡성’ 스틸컷
‘곡성’ 스틸컷

무명은 왜 피해자의 물건들을 가지고 있었는가. 그 때문에 종구가 돌아선 것이 아닌가

“2번째로 닭이 울고 종구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돌려서 집쪽으로 가려 한다. 그가 집으로 가려고 하는 순간 15m 밖에 서있던 여인이 휙 다가와 종구의 손을 잡는다. 이 순간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해야 한다고들 했는데 실사로 촬영하려고 노력한 장면이다.종구는 이 여자의 손이 뭔가 충격적인 느낌을 준다는 듯 그 손을 바라본다. 두 사람의 피부색 차이와 매우 추운 느낌의 음향이 맞아떨어지도록 했다. 그때 이미 종구는 어떤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이미 그렇게 여기고 난 뒤에 나온 핀, 가디건, 야상 등은 느낌에 대한 확인이다. 그 확인에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

이렇게 만든 이유 하나는 장르적 서스펜스를 극대화해 스릴러나 오컬트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관객들의 마음에 의혹을 남기게 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서로 댓글을 달아가며 다른 해석을 보태는 장면이 내겐 중요하다. <곡성>에 대해 쓰여진 글이라면 댓글 하나까지 다 읽는다. 악플이라면 <곡성>에는 별로 도움이 안될지 모르지만 내게는 도움이 된다. 내가 영화를 어떤 지점에서 잘못 만들었는지 곱씹으면 다음 영화를 만들때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곡성’ 스틸컷
‘곡성’ 스틸컷

왜 종구가 아닌 이삼이 일본인을 찾아갔는가. 효진이 다시 살아날 것인가에 쏠려 있는 그 순간에 이삼과 일본인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약 종구가 일본 사람을 찾아갔다면, 서두에서 성경을 인용한 부분은 필요없었을 것이다. 이삼이 동굴로 들어가면서 동굴 안과 동굴 밖 세계는 분리되고 서문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관객에게 믿음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동안 보여드렸고 그 결과도 보여준 상황에서 나름의 답을 내려야 했다. 진정한 메시아가 악마의 형상을 한 채로 온 것인지, 메시아의 형상을 한 악마를 진짜라고 믿으면서 경배한 것인지 질문을 던진 다음에 관객들에게 선택하게 하고 싶었다.

‘곡성’ 스틸컷
‘곡성’ 스틸컷
몇겹의 플롯으로 짜여진 영화를 구상했다. 주된 이야기는 치열하고 치밀하게 침입을 방어하고자 하는 어느 가장에 대한 이야기다. 2시간 내내 전력을 다해 방어하는데 들어오려고 하는 존재가 우리 편인지 남의 편인지 모르는 상황이 가장 무섭다. 또 다른 이야기는 높은 존재들끼리 벌이는 공성전이다. 막판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난잡해지게 만들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칸/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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